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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 그는 1883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부유한 유대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 시절인 1904년에 첫 작품 『어느 투쟁의 기록』을 집필할 만큼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으나 아버지의 바람과 권유로 대학에서는 법을 공부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

졸업 후 국영보험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였지만 밤에는 집필 작업에 몰두하며 계속적으로 『판결』, 『변신』, 『유형지에서』, 『실종자』 등의 작품을 완성하였다. 특히 1915년도에 간행된 『변신』은 그의 대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카프카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과 좌절, 소외를 날카롭게 통찰하여 현대 인간들의 실존적 체험을 극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작품들을 친구에게 소각하라고 하였는데 친구는 그 뜻을 따르지 않고 출판해 세상에 카프카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1924년 폐결핵으로 41세의 짧은 생을 마칠 때까지 2개월의 요양과 짧은 여행을 제외하고는 프라하를 떠나지 않았던 그에게 프라하는 고향이자 독자적 문학 세계의 근원이 되는 스승과도 같은 곳이었고 마지막까지 함께 한 도시였다.

프라하 또한 카프카에 대한 애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프라하는 그의 생가부터 작업실,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짧은 생을 마친 그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하여 보존, 관리하고 있다.

카프카 생가는 프라하 구시가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단출하고 평범하여 벽에 카프카의 두상 조형물이 없다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곳은 현재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볼 것이 없지만 카프카가 이곳에서 태어났고 대부분의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다음 카프카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은 그가 1916년에서 1917년 사이에 머물며 글을 썼던 프라하성 황금소로 22번지의 작고 아담한 작업실이다. 『시골 의사』, 『회랑 관람석에서』 등 주옥같은 작품이 탄생한 곳이기도 한 이 작업실은 현재 카프카의 서적과 관련 물건들을 판매하는 기념품 숍이 되었다.

카프카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카프카 박물관은 카를다리 너머 캄파섬 쪽에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내부는 까마귀 울음소리,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의 묘한 음악 효과와 약간은 어두운 이미지들, 그리고 설치미술 같은 전시물 등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반영하듯 독특하게 꾸며져 있다.

짧은 생을 살아서인지 그의 유품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카프카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 그의 마지막 사진과 독창적인 필체의 원고, 초기 단편집 등을 볼 수 있어 들러볼 만하다.

그의 번민과 고뇌, 그리고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프라하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정은 인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