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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시드니 파워하우스 박물관은 1880년대부터 전시를 시작한 오랜 역사를 가진 박물관이다. 호주의 짧은 역사를 생각할 때 약 130여 년 전에 이미 과학과 디자인에 관한 전문 박물관을 구상하고 실현시켰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건물은 본래 발전소였는데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거쳐 역사적 건물의 틀 안에서 최신 과학과 디자인을 다루는 복합적인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곳은 과학과 디자인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역사, 산업, 음악, 운송수단, 자연,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박물관은 여러 분야의 전시물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과 창조력의 발전 가능성을 알리는 데 의의를 둔다.

실내에는 호주 최초의 운송수단이었던 마차, 기차, 오토바이, 비행기 등 시대에 따라 변화한 여러 종류의 탈것이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기차역도 부분적으로 재현해놓은 것이 눈에 띈다. 호주 최초의 기차 로코 1호(Loco No.1)는 1등석부터 3등석까지 객실의 등급을 구분해놓고 각 실마다 이용자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해 의상과 소품 등을 통해 당시 계층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1785년 볼턴과 와트에 의해 만들어진 진귀한 스팀 엔진(Steam Engine)도 주요 전시물 중 하나다. 또 과학 디자인 박물관답게 여러 분야의 디자인에 대한 전시도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단 하나의 가구나 소품 등 수준 높은 디자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층에서는 4세~7세의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놀이와 체험 공간인 조하우스(Zoe's House)가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건설 현장의 인부가 되어 집을 만들고 크레인이나 컨베이어 벨트를 작동시키며 열심히 활동을 한다. 놀이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축과학과 건설기술 등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키즈 카메라나 다양한 소리의 세계를 경험하는 소리의 집 같은 핸즈 온 전시물이 가득한 전시관도 지나치지 말자.

1880년대 처음 박물관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소장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들을 볼 수 있는 악기 전시관에는 오래된 피아노부터 바이올린, 키보드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골동품 같은 악기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발 피아노나 여러 가지 소리 탐색기구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연주나 조작을 통해 소리를 탐색하는 등 다양한 청각 자극활동을 할 수 있다. 과학기술관에는 청소하는 로봇, 피아노 치는 로봇 등 생활 속 익숙한 활동을 하는 로봇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밖에 자연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에서는 천둥이 치는 원리, 구름이 생기는 원리 등을 배우고 인체관에서는 자신도 잘 몰랐던 우리 몸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초기 이민자들의 역사를 알아보는 전시관과 생활상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유물들, 당시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각 장소의 디테일한 인테리어는 과거 호주의 모습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은 크게는 과학, 디자인 박물관이지만 어느 한 시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생활과 문화를 아울러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과학과 디자인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