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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네덜란드 헤이그. 우리에게는 고종 황제의 헤이그 특사로 의미 있는 도시지만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게는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대작을 볼 수 있는 마우리트하위스 왕립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도시다.

본래 이 건물은 미술관의 용도로 지어진 것이 아니고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총독 마우리트의 저택이었다. 그 시대 최고 건축가였던 캄펀에 의해 지어진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저택이 모두를 위한 미술관으로 가치 있는 변신을 한 것이다. 미술관은 헤이그의 가장 중심이 되는 비넨호프와 근접하고 있으며 물새가 노니는 평화로운 호프 베이베르 연못에 유유히 떠 있듯 자리하고 있다. 19세기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시작하였는데 현재 8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은 아주 작은 규모의 미술관이지만 관람객들의 마음을 끄는 한 소녀가 있는 곳이기에 특별한 미술관으로 기억된다. 바로 단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주인공 소녀를 말하는 것인데 빛을 머금어 영롱하게 빛나는 커다란 진주귀고리를 하고 머리에는 천을 두르고 사연이 있는 애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소녀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모두의 사랑을 받는 유명 인사다. 관람객들은 마치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소녀의 매혹적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진정 '이 작품 하나만 보러 올 만하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이 작품 외에도 미술관은 많은 유명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데 베르메르의 걸작 중 다른 하나인 「델프트 풍경」 또한 눈여겨볼 작품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집들과 오묘하게 어우러진 구름 낀 하늘 그리고 집의 그림자를 품은 잔잔한 강물이 섬세하게 묘사된 감동적인 작품이다.

렘브란트의 명작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해부학자이자 교수였던 니콜라스 튈프 박사는 1632년 외과의사 조합에 소속된 7명의 의사들 앞에서 공개 부검을 실시했는데 렘브란트는 바로 이 장면을 그림 속에 담았다. 이 그림을 통해 비로소 화가로서의 그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마치 무대에서 공연 중인 연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작품의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할 때 아마 그 당시에는 이런 공개 해부가 퍼포먼스 정도로 인식되었을 거라는 평가가 있다. 어두운 의사들의 옷차림과 바탕 화면에 비해 화사한 의사들의 얼굴빛, 그리고 밝은 색의 시체가 명암의 대비를 이룬다. 이밖에도 프란스 할스, 얀 스테인과 같은 네덜란드 화가들과 루벤스, 반다이크, 브뤼겔, 한스 멤링 등과 같은 플랑드르 화가들의 주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관람하자.

여느 대규모 미술관과는 달리 작품 하나하나를 깊이 있고 세심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적 여유를 선물해주는 마우리트하위스 왕립미술관. 규모가 작아 외려 고마운 알찬 미술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