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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사건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답답한 상황. 그러나 경찰, 검찰, 법의학 관계자들이 과학적 분석을 통해 퍼즐을 맞추듯 풀어나가 결국은 범인을 찾게 되는 수사극은 보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는 갈수록 다양한 범죄들이 난무하지만 그만큼 수사력과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법의학 분야는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커다란 소명을 안고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관광 명소 개스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밴쿠버 경찰박물관은 BC 주 밴쿠버 경찰의 역사와 그들의 활약상, 다양한 범죄와 과학기술이 집약된 수사 기법 등을 보여주는 곳으로 1986년 밴쿠버 경찰역사협회에 의해 세워졌다. 검시관의 법원과 도시 분석가들의 실험실로 사용되어진 건물은 1932년에 지어졌는데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옅은 갈색의 벽돌 건물은 건축가 아서 버드가 설계한 것이다. 18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의 메인 홀에는 주로 밴쿠버 경찰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메인 홀에 세워져 있는 오래된 경찰 순찰차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준다. 또한 홀 구석구석에는 경찰 오토바이 등 당시 기동력 있게 도시를 누비던 다양한 탈것과 유니폼을 비롯해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퍼즐과 각종 표지판과 모형들이 준비되어 있다.

"경찰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경찰들이 신분증을 내밀며 위엄 있게 말하는 모습이 무척 멋있게 느껴지곤 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경찰의 신분증, 수사 협조를 위한 공문서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자료와 사건 기록들, 총이나 칼 등 범죄에 사용되는 기구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대에 따라 변한 수갑과 용의자를 심문하거나 취조할 때 사용한 도구들도 볼 만하다. 특히 위조 지폐를 구별하는 방법이나 마약의 종류와 폐해에 대한 자료들은 흥미를 더한다. 아마 점점 치밀해지는 수법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전시물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의 수법이 날로 치밀해지고 변화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수사 기법도 발달하고 있어 다행이다. 특히 범인이 남긴 지문이나 족적을 찾고 컴퓨터와 전문 약품을 이용해 그 안에 담긴 모든 정보를 알아내는 등의 과학 수사 기법의 발달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직결되므로 매우 가치 있다.

여러 전시물을 보고 자리를 옮기자 특별한 공간이 나타난다. 가장 눈에 띄는 장소인 피해자 시체의 안치실과 부검실이다. 그러나 죽은 자가 말해주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법의학자들이 일하는 부검실은 선뜻 입장하기가 쉽지 않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한 부검대와 부검에 필요한 약품과 도구들이 사실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곳곳에 시체가 보관되어 있을 것 같은 시체 안치실과 상해를 입은 두개골과 사람의 뼈, 태아의 근육까지. 흡사 인체 신비전에 온 것 같은 자료들은 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잠시 머무는 것도 불가능하지 싶다.

밴쿠버에 간다면 역사, 미스터리, 호기심 등 모든 것이 공존하는 밴쿠버 경찰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잊지 말자.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경험하거나 접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흥미로운 탐험이 가능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