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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밴쿠버 다운타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 배니어파크 안에 위치한 밴쿠버 해양박물관은 바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밴쿠버의 해양역사, 그리고 다양한 해양과학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는 대항해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범선이나 상선, 해군과 관련한 선박 모형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선원들의 유니폼부터 항해기술에 필요한 여러 도구와 웅장한 바다 이야기를 담은 회화와 사진자료들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박물관 안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세인트로크(St.Roch) 호의 전시가 압권이다. 세인트로크 호는 1928년 건조되어 북극해를 지나 캐나다 북쪽 해안에 군물자를 수송한 캐나다 연방경찰의 경비선이었다. 그러나 1940년 밴쿠버를 출발한 후 북극해를 경유하여 동쪽의 핼리팩스까지 약 2년여에 걸쳐 최초로 북미 대륙을 일주한 위업을 달성한 것으로 더욱 이름 높은 선박이다. 그로 인해 북극의 수많은 무인도를 캐나다 영토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현재 캐나다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득 담은 유물이 되었다. 또한 세인트로크 호는 캐나다의 기후를 고려해 추운 지방을 항해할 수 있도록 밑창이 둥글게 만들어지는 등 여러 항해 조건을 고려한 과학기술이 집약된 선박으로 관람 가치도 높다.

커다란 세인트로크 호는 잘 보존된 상태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은 선박 안으로 들어가 세인트로크 호의 이곳저곳을 탐험할 수 있다. 비상시 사용하는 조그만 배인 라이프 보트도 장착되어 있고 오랜 항해를 위한 필수 물자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커다란 돛이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이 장엄하다. 또한 선박 내에는 1900년대의 다목적 나무통과 램프, 깃발과 밧줄, 박제된 늑대와 고양이 등이 장식되어 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관람객들은 선실 여기저기를 구경해 볼 수 있는데 조그만 식당이나 침실 등은 그저 신기하기 만하다. 협소한 침실에 놓인 2층 침대가 당시의 고단했던 선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자면서 어떻게 몇 개월씩 항해를 했을까요? 너무 불편했을 것 같아요." 당시 선원들은 이렇게 좁고 불편한 곳에서 생활하며 오랜 시간을 바다에서 보냈을 것이다. 항해 중에 심장마비 등 돌연사로 죽은 선원이 있다는 이야기가 괜한 말은 아니었다 싶다.

관람객들은 아슬아슬한 난간을 타고 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은 오르고 내리는 스릴 있는 활동에 신난다.

통유리의 디자인으로 자연광을 그대로 받는 박물관의 구조와 바다가 보이는 풍경 덕분에 맑은 날 세인트로크 호로 입장해 관람을 하면 항해를 하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감돈다. 세인트로크 호 주변으로는 미니어처 선박과 선장의 초상화, 관련 자료와 사진 등을 전시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컴퓨터를 배치해 두었으니 여유 있게 둘러보자.

아이들을 위해 1994년 개관한 칠드런스 마리타임 디스커버리 센터도 지나칠 수 없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재미있게 선박과 해양 시스템에 접근해 볼 수 있다. 멋진 선장 복장을 갖춰 입고 핸들을 조종해보거나 특별한 보물이 들어 있는 작은 서랍으로 꾸며진 디스커버리 월(Discovery Wall)을 탐색하며 역할놀이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망원경을 통해 반대편 밴쿠버 항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작은 렌즈를 통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