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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생각한다. '여기 로마 아니지? 밴쿠버지?' 그도 그럴 것이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콜로세움과 너무나도 비슷한 건물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은 놀랍게도 밴쿠버 공공도서관 본관이었다.

1869년 설립된 밴쿠버 공공도서관은 여러 지역에 22개의 분관을 가진 거대한 공공도서관이다. 밴쿠버 다운타운 도서관 광장에 있는 것은 본관으로, 1995년 5월 26일 세워졌다. 무엇보다도 로마 콜로세움과 비슷한 감각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이미 여러 영화에도 여러 번 출연한 바 있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수도인 오타와 시청 등을 설계한 모쉐 세프디(Moshe Safdie & Associates)사에서 건축 설계를 담당했는데 총 9층의 건물 외벽에는 화강암이 사용되었고 사이사이 통유리로 채광 효과를 증대시켰다. 특히 타원형 벽을 따라 서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은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면서 사색을 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디자인되었다.

본관에는 130여 만 권이 넘는 서적과 수십 만 장의 사진자료, 영상자료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와 유학생이 살고 있는 다문화 도시 밴쿠버답게 여러 나라 언어의 도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한국 도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각종 생활 강좌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지역사회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라운지에서는 해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즉 도서관의 학문 탐구라는 기본 기능 외에 문화와 예술적 기능을 더해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이곳은 영유아부터 학령기 아이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 어린이도서관을 건물 아래쪽에 독립적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과제물 센터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들이 다양한 과제 수행을 할 수 있고 만화와 에니메이션 코너에서는 자유롭게 만화를 보거나 책 속의 주인공이나 상상의 인물들을 그리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린아이들에게 반가운 공간, 놀이방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방을 외부에 따로 만들어놓지 않은 것 또한 아이들이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즐기면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을 위해 놀이방을 관찰할 수 있도록 구멍을 내어놓은 것도 굿 아이디어! 부모들은 틈틈이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그러나 독립적으로 그들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또 구석에는 터널이나 동굴 같은 공간을 만들어 전시장 또는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어렵고 불편한 곳이 아닌 즐기는 곳으로 여기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캐나다 정부는 바로 그곳에서 그들의 밝은 교육의 미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와 인종,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들러 각각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꾸며진 밴쿠버 공공도서관, 왜 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듯 도서관을 찾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