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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태양과 푸른 지중해, 정열적인 사람들로 더욱 아름다운 도시 니스. 그곳에 20세기 최고 색채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1887년 러시아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난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린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샤갈은 1910년 파리로 건너와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으며 큐비즘기법을 익히고 독특한 화풍을 창조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유화, 판화, 벽화, 조각뿐 아니라 무대장식까지 여러 분야에서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세계를 담은 작품들을 창조하였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파리 퐁피두센터에 있는 「에펠탑의 신랑 신부」 ,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나와 마을」 등이 있다.

싱그러운 올리브나무가 있는 정원의 풍경, 모던한 건축물이 인상 깊은 샤갈미술관은 프랑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주축이 되어 1973년 건립되었다. 주로 샤갈의 후기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자연 채광을 가득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내부 인테리어 덕분에 샤갈이 창조해 낸 황홀한 색을 더욱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샤갈은 1966년 프랑스 정부에 성서를 주제로 한 유화 17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판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였고 현재 약 450여 점이 넘는 샤갈의 작품이 이곳에 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그러한 작품을 통해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기보다 아름다운 색채와 예술적 표현을 통해 종교가 가지고 있는 인류애와 평화, 희망 등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가득한 정원을 지나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우선 구약성서의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테마로 한 유화들이 펼쳐진다. 푸른색과 황금색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인간의 창조」를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강렬한 원색의 포인트를 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 평화와 전쟁을 상징하는 무지개가 있는 「노아와 무지개」 등의 거대한 작품들이 색채의 강물이 흐르듯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전시실은 연인과 사랑을 주제로 한 로맨틱한 공간이다. 구약의 아가서를 테마로 한 작품들은 강렬한 붉은색을 사용하여 정열적인 사랑을 이미지화하였다. 여기에 신랑과 신부, 꽃과 여인, 평화를 상징하는 새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커다란 그림들 외에도 곳곳에는 샤갈의 흔적과 의외의 작품이 많으니 잘 찾아보자. 그중 스테인드글라스는 자연광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데 샤갈이 종교적인 숭배의 색으로 여긴 파란색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마치 꿈속을 거니는 것 같은 샤갈의 색의 조화와 표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목이 떨어져 나간 사람을 그린 그림 속에서조차 잔인함이나 어두움이 느껴지지 않고 '아, 이건 꿈의 한 장면이겠지' 하는 포용력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을 짜 놓은 팔레트 같은 국립샤갈미술관, 사시사철 그곳에서 펼쳐지는 색채의 마술 쇼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