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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전시물보다 시간이 정지한 듯 그대로 멈춰 있는 전시물이 대다수인 필드뮤지엄을 보고 '박물관은 살아 있다!'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와 방대한 전시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주는 감동과 한층 높아지는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국의 3대 자연사 박물관 중의 하나인 시카고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은 1893년 콜롬비아 시카고박물관이 그 기원이다. 이후 주요 기부자인 필드를 기념하기 위해 1905년 필드뮤지엄으로 명명되었다.

이곳은 공룡, 동물, 화석과 지질학, 우주, 천체, 고대 이집트, 아프리카 등 인간과 자연, 문화와 문명, 과학 등에 대한 역사와 그에 따른 변화, 신기한 현상을 광범위하게 알려주고 있다. 약 2000만 점에 가까운 전시물이 있다고 하니 다 둘러보는 데만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다. 특히 북미 인디언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 북 인디언(North American Indians) 전시관은 미국을 여행 중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중요한 곳이다. 미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원주민, 특히 인디언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구의 넓은 홀에는 이곳의 상징인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인 '수(Sue)'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 중 가장 크고 완전하게 보존된 공룡 화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의 머리는 너무 무거워 몸체 부분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어 더 가볍게 만들어 모양만 완성시켜놓고 실제 수의 머리 부분은 2층에 따로 전시하고 있다. 메인 홀에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아프리카관과 실제 미이라와 고대 이집트 전시물들이 신기함을 더해주는 고대 이집트관이 있으니 들러보길 바란다. 문화와 문명의 다양성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언제나 인간들의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인 다양한 종류의 공룡뼈와 화석들은 공룡관에 많이 전시되어 있으니 천천히 구경해보자.

지구 역사의 흐름과 각 시기의 특징적 사건과 사물을 전시하고 있는 진화 지구관(Evolving Planet)은 지구 생명체들에 대한 진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이곳은 지구 생명의 시초부터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성되고 사라진 다양한 생명체들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물속 생명체부터 육지 동물, 인류 진화, 인간과 동물 및 다양한 생물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며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다.

"생각지도 못한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아름답고 경이로운 모습의 생명으로 진화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진화는 계속된다"라는 찰스 다윈의 책 『종의 기원』 속 구절이 감동적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작업실을 바로 코앞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네킹이다! 와, 사람처럼 정교하다" 하고 구경하던 관람객들은 갑자기 움직이는 스태프 때문에 화들짝 놀란다. 설마 바로 코앞에서 실제 사람이 작업을 할까 하던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뜨리는 유쾌한 아이디어다.

진지한 관람과 즐거운 활동, 지식의 확장이 모두 가능한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에서 우리를 둘러싼,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경이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