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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피카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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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정형화된 규칙과 경계를 넘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그의 표현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감동을 얻는다.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는 열네 살 때 고향인 말라가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시작했는데 프랑스와 북유럽의 미술운동에 많은 자극을 받으며 르누아르나 뭉크 등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후 파리로 건너가 인상파의 작품을 접하고 고갱이나 반 고흐의 표현주의 영향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때 피카소는 파리에서 가난과 비참한 생활을 겪는다. 때문에 이 시기의 작품들은 하층민들의 처참한 생활과 피카소 자신의 고독과 좌절이 푸른색으로 표현되었는데 괴롭고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 이 시기가 바로 피카소의 청색시대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좌절의 시기를 거친 후 1904년부터는 청색에서 장밋빛 색으로 변하며 색상이 밝아졌다. 피카소 특유의 독특한 표현주의 기법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30년대 중후반 이후로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흑백의 대비와 상징적인 묘사를 통해 과감하게 표현한 세기의 대작 「게르니카」도 이 시기의 그림이다. 이후 공산당에 입당하여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정치적인 그림을 그리다 이후에는 남 프랑스에 정착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밝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그만의 독특한 화풍의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아직도 중세 거리의 모습을 간직한 바르셀로나 고딕지구의 몬트카다 거리. 이곳은 피카소가 미술학교의 학생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피카소가 파리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지냈던 아퀼라르궁을 개조하여 꾸민 피카소미술관은 1963년 피카소 생전에 개관한 미술관으로 아담한 안뜰과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계단과 발코니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피카소는 1970년 2월 회화와 판화를 비롯한 자신의 초기 작품 900여 점을 이곳에 기증하였고 이후 미술관은 바론 드카스텔궁을 별관으로 확장하게 되었다. 이곳은 그 어느 피카소미술관보다도 피카소의 초기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피카소의 유년 시절의 연필 습작품에서는 풋풋함이 전해진다. 이밖에 하숙비를 내는 것마저 버거웠던 가난한 시절 청색시대의 다양한 작품과 후기 작품 등 3000여 점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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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게르니카」나 「아비뇽의 처녀들」 같이 유명한 작품은 많지 않지만 초기 작품인 「과학과 자애(Ciencia Caridad)」, 「첫 영성체(La Primera Comunion)」 등의 작품과 판화와 도자기 등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많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말년에 완성한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 시녀들」를 재해석한 연작은 피카소미술관의 가장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원작에서 귀엽지만 왕실의 기품이 또렷이 느껴졌던 마르가리타 공주는 다양한 버전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용맹스럽게 그려진 커다란 개 또한 다른 종으로 변신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 연작은 1층의 12~14전시실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의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각각의 개성 있는 다른 작품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피카소의 감각과 재치, 아이디어에 놀랄 따름이다.

벅찬 감동을 안고 미술관을 나오다 잠깐 딴생각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단명했던 많은 위대한 화가들을 생각했을 때 92세의 장수를 누리며 보석 같은 많은 작품들을 선물해 준 피카소의 길다면 긴 인생이 너무도 감사하다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