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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편지지에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본 적이 언제던가! 컴퓨터가 보급되고 이메일이 일상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손 편지를 잊고 산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얼마짜리 우표를 붙여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다. 특히 아이들에게 우표는 무척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1995년 개관한 싱가포르 우표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아이들은 우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어른들은 당장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지도 모르겠다.

1층의 전시관은 오렌지룸, 퍼플룸, 그린룸, 아트리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렌지룸은 우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특별한 우표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세계 최초의 우표인 1페니의 흑색 우표 페니블랙(Penny Black)은 진귀한 자료다. 이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로랜드 힐에 의해 발행되었다. 빨간색의 레코드판 같은 모습이 인상적인 부탄의 비닐 레코드우표도 놓치지 말자.

많은 정보는 관람객들, 특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독특한 장치를 통해 제공된다.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하고 커다랗게 벽을 장식한 곳은 하나하나 문을 열어 우표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꽃을 주제로 한 우표에는 향기까지 첨가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기계에 코를 박고 관람하는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조 지폐와 비슷한 개념으로 가짜 우표 또는 위조 우표를 찾는 활동도 가능하다.

퍼플룸은 우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표에 들어갈 삽화를 정하고 색을 입히고 샘플을 프린트하고 검사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들이 사용하는 우표가 완성된다는 사실은 작은 우표 한 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실패작들도 성공작과 함께 전시되어 비교해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린룸에서는 유명한 우표 수집가와 세계의 다양한 우표, 그리고 싱가포르 우표의 종류를 살펴본다. 싱가포르 우표 컬렉션에서는 싱가포르의 독립 1주년을 기념하여 1966년에 발행된 싱가포르(Republic of Singapore)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우표가 인상적이다.

한쪽에는 세계 각 나라의 우표를 모아 보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우표도 전시되어 있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호돌이' 우표나 여러 캐릭터 우표들이 무척이나 반갑다.

2층의 헤리티지룸은 싱가포르의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싱가포르 초기 생활상과 그들의 전통 문화를 잠시나마 접해 볼 수 있다. 또 진품관(Room of Rarities)에는 진귀한 우표들과 암호 같은 직인이 찍힌 겉봉투들,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우표의 재료와 우편 관련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1854년 인디언 우표 위에 찍힌 B172 직인이 유명하다고 하니 잘 찾아보자. 여기서 B172는 싱가포르를 상징한다.

어린이 갤러리는 일 년에 한두 번 주제에 따라 다르게 꾸며진다. 동화 속 한 페이지처럼 꾸며진 전시장은 주제 관련 우표들과 관련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아이들이 독서나 역할놀이, 전시물 관람 등의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생활 패턴의 변화로 쓰임새는 많이 줄었다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로서 역사, 문화, 예술을 담은 소중한 유물과 하나의 작품으로 우표가 영원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