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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왕, 라마 5세가 1897년 유럽에서 돌아온 후 지은 위만 멕 궁전은 두씻(Dusit)정원에 지은 수많은 궁전 중 하나다. 이 궁전은 1901년에 완공되어 1906년까지 라마 5세와 그의 가족들을 위한 왕궁으로 사용되었다. 라마 5세 사후 1932년부터는 왕실의 용품, 물품 보관소로 사용되었고 1982년 현재 왕비인 씨리낏(Srikit)에 의해 라마 5세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일반 관람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많은 궁전 중에서 위만 멕 궁전의 명성이 특히 높은 것은 독특한 건축 디자인 때문인데, 이 궁전은 여느 화려한 태국 궁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유럽 귀족풍의 붉은 지붕과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외관은 서양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반면 자국의 티크나무를 사용하고 태국 전통 건축양식을 따라 못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왕실 실내 인테리어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즉 태국의 전통적 건축 기법과 디자인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유럽풍의 디자인을 가미하여 동서양 건축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모양은 약 60m 되는 건물이 가로, 세로가 조화롭게 맞붙어 ㄱ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티크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커다란 건물 전체에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건축하였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놀랍다. 또한 건물의 1층은 석재로 짓고 그 위에 목재를 올린 형태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나란히 붙은 수많은 창문은 더운 날씨를 고려한 배려가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내부에는 81개의 방이 있고 팔각형의 4층 건물에는 왕과 왕비가 사용하던 침실, 국왕실, 욕실 등 31개의 흥미로운 전시실 등이 있는데 남의 집 살림살이는 어떠했는지 살짝 구경해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 있고 재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인 관람은 허용되지 않아 시간에 맞춰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궁전 내부의 진귀한 수집품들을 감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니 말이다. 특히 아이들은 처음 보는 진귀한 왕실 수집품과 현대의 것과 무척 다른 가구나 방 구조의 특이성을 스스로 찾아낸다. "왕관이 꼭 탑 같구나", "유럽 궁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가구나 장식품이 있는데요?" 등 오래된 사진과 유럽에서 오래 머물렀던 왕이 수집한 이국적인 가구나 공예품, 예술품들을 관람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된다.

창의성과 독창성, 동서양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킨 건축 디자인, 주변 환경과 기후를 고려한 인테리어, 그러면서도 왕실의 품격과 격조를 한껏 높인 이 궁전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훌륭하고 멋진 건축물로서의 위엄과 자부심을 가득 담고 있다.

단체 관람이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뜨지 말고 잠시나마 유럽풍의 정원에서 궁전의 건축물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창문 하나하나, 지붕과 계단 등 모든 것이 관람 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