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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년 체코의 서부 지역 리토미실에서 태어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체코인들에게 사랑받는 보헤미아 음악의 창시자이다. 특히 그의 대표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은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며 체코의 역사와 자연 등을 민족적 멜로디와 리듬을 살려 표현한 불후의 명작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인 제2악장 「몰다우강」이 가장 유명하다. 작은 물줄기가 큰 강을 이루는 풍경을 묘사한 음악 「몰다우강」은 체코인들에게는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블타바강의 보편적 정서인 '민족의 그리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애틋함이 더욱 느껴지는 곡이다.

그러나 사실 몰다우는 독일어 지명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치하의 체코에서 이 곡을 작곡했던 스메타나에게는 굴욕스런 곡명일 수도 있으나 이 곡이 전체 여섯 곡 가운데서도 독일과 오스트리아 교향시 전통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의 작곡을 시작한 것은 1874년 그가 쉰 살쯤 되었을 무렵인데 귀에 이상이 생겨 제2악장 작곡에 착수했을 때는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때문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치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혼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이 곡에 대한 체코인들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안익태 선생이 이 곡을 지휘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스메타나가 국민 작곡가로 더욱 사랑을 받았던 것은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체코의 민족운동에 앞장서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1936년 개관한 스메타나 기념관은 카를교 옆 블타바 강변 둑에 자리잡고 있는데 노란색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 무척 돋보인다. 이곳은 1863년부터 1869년까지 스메타나가 머물렀던 곳으로 원래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것을 스메타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으로 조성한 것이다. 기념관 앞에는 1984년 그의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스메타나 동상이 서 있는데 그가 사랑했던 블타바강을 바로 지척에 두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와 닿는다.

2층에 꾸며진 기념관에는 스메타나의 예술 혼이 깃든 악보와 악기, 문서, 편지, 안경 등 소장품들이 가득하다. 특히 스메타나의 섬세하면서도 힘찬 필체를 엿볼 수 있는 악보는 웅장한 교향시의 선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독특한 전시물 중에 하나는 오케스트라 배열 형태의 음악 시설이다. 널찍한 홀에 지휘자 석부터 바이올린 석 등 오케스트라의 배열에 맞춘 듯한 음악 시설을 배치하고 관람객들이 지휘 석에서 스메타나의 음악들을 골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블타바강을 보면서 스메타나의 음악을 들으면 체코 사람도 아닌데 감동이 느껴진다. 아마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와 한이 서린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많은 프라하의 관광지 중에서 스메타나 기념관을 선택해 방문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의미가 담긴 그의 음악에 심취해보는 것은 조국애라는 거룩한 감정을 자극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