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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달리는 차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나쳐 안으로 살짝 들어가면 평화와 안식, 느긋한 휴식이 기다리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도심 속 공원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줄 하나를 두고 다른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는 것.

멜버른의 다운타운 중심지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피츠로이 정원은 과거에는 채석장이었으나 지금은 정원의 도시 멜버른을 대표하는 공원 중 하나가 되었다. 1857년 개원했으니 150년이 넘은 역사가 있는 공원이다. 이곳은 단지 자연을 즐기고 감상하는 공원의 단순한 기능을 넘어 구석구석 역사와 레저,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또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의 십자와 대각선 모양의 산책로로 디자인되고 유럽식 조림과 분수 및 조각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유럽인의 정착 초기 동안 멜버른의 거주인들이 영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원은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기운을 받는 듯하다. 특히 20〜25m의 높이를 자랑하는 아라우카리아(Araucaria), 버냐파인트리(Bunya Pine Tree), 메이플잎 같은 모습의 단풍잎병나무(Brachychiton acerifolius), 호주벽오동나무(Flame Tree) 등 호주가 원산지인 나무들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드므로 잘 살펴보자. 그리고 정원의 하이라이트인 쿡 선장의 집을 방문해본다. 쿡 선장이라 불리는 그의 이름은 제임스 쿡. 그는 태평양 주위를 세 번이나 항해하고 수많은 섬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지형학적 불가사의를 해명한 18세기 영국의 탐험가, 항해사, 지도 제작자이자 천문학자이다. 1770년 4월 호주 빅토리아 주의 해변인 포인트 힉스를 처음 발견하고 후에 보타니 베이 해안에 도달해 새로운 땅이라 선포하였다. 즉 호주는 쿡 선장의 탐험의 기초가 되는 국가인 것이다. 쿡 선장의 집은 본래 그의 부모님의 집으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1934년 멜버른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쿡 선장의 고향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약 250개가 넘는 부분으로 나누어 배로 실어 나른 다음 다시 정밀하게 조립하여 피츠로이 정원에 정착시켰다. 1755년 건축된 이 집은 18세기의 영국의 건축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쿡 선장 가족이 사용하던 본래 가구들과 복원된 가구, 소품들은 당시 소박한 영국인의 생활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또 여러 가지 식물과 꽃이 자라는 아늑한 온실 화원은 거대한 나무들이 있는 정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온실은 일 년에 다섯 차례 정도 꽃의 종류를 바꾸며 변화를 주기 때문에 갈 때마다 다른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헨리 7세부터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는 튜더 왕가 시대(1485년~1603년)에 유행한 건축과 장식 양식의 건물을 전시해놓은 미니어처 마을, 튜더 마을(Tudor Village)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말자. 1948년 개장한 튜더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가 영국에 식량을 지원한 것에 대한 답례로 영국 램버스 시민들이 선물한 것이다.

또 정원의 곳곳에는 멋진 조형물도 많다. 그중에서도 300년의 나이를 먹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 부분에는 호주의 대표적 동물인 캥거루, 코알라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과 호주와 유럽의 요정, 난장이 등이 새겨져 있는데 거미줄에 걸린 요정과 독수리에 납치되어 가는 요정 등 곳곳에 숨어 있는 극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호주 출신 조각가 올라 콘이 조각한 요정 나무는 그녀의 동화책에 나오는 요정과 동물을 조각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옆, 분주한 도시와는 180도 다른 세상, 피츠로이 정원에서 낭만과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