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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파리 음악박물관은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라 빌레트 공원 초입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음악박물관은 대칭이 아님에도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건축물부터 남다르다. 조화로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처럼 건물 곳곳이 다른 디자인, 다른 컬러임에도 썩 잘 어울린다. 이곳은 음악당과 박물관, 국립음악학교 및 국립무용학교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파리 예술의 전당이다. 이중 6000여 개가 넘는 악기와 관련 그림, 조형물과 가구들을 소장하고 있는 음악박물관은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부터 아시아까지 시공을 초월한 음악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무료로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받아 입장을 하는데 영어와 불어에 자신이 없어도 걱정할 것 없다. 악기와 악기의 역사, 여러 음악적 지식을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하고 감동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구입을 통해서 또는 기증받거나 나라가 유산처럼 물려받은 방법 등으로 세계의 보물 같은 악기들을 전시할 수 있었는데 1708년에 만들어진 쌍둥이 바이올린인 튀아와 다비도프, 전 세계적으로 단 12대밖에 없는 6개의 주둥이를 가진 호테테르 피리, 쇼팽이 소유했던 19세기 피아노와 19세기 프랑스에서 제작되어 러시아에서 사용되어 온 목관악기 바순 등은 특히 귀한 보물이다.

박물관에서는 지금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색소폰 발명가 아돌프 삭스의 색소폰, 이탈리아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 일가가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등도 원없이 구경해 볼 수 있다. 또 바로크 시대 기타부터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스페인 기타, 그리고 20세기 일렉트릭 기타까지 악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크기나 장식, 재료의 변화가 눈에 띄는 과거의 악기와 현대의 악기를 비교해보며 관람하는 것도 재밌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 악기를 접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아시아 악기 전시관에 다소곳이 전시되어 있는 한국의 북과 거문고를 발견하면 큰 보물을 찾은 것마냥 기쁘고 반갑다. 악기의 수가 적어 아쉬움이 크지만 언젠가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해금, 아쟁 등 우리의 전통 문화가 살아 있는 악기들을 보여줄 날을 기대해본다.

"쉿 조용히 하고 잘 들어 보세요." 웅성웅성 아이들이 모여 있는 홀에서는 작은 연주회와 더불어 음악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의 시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악기 연주자 등 음악 관련 전문가들이 박물관에 있는 악기를 가지고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악기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해준다. 아이들은 직접 악기를 만지고 연주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갖는다.

주말에는 특별 프롬나드콘서트(야외 음악당이나 산책 장소 등에서 청중이 부담 없이 거닐거나 서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연주회)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박물관 측의 열정이 돋보인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담았던 박물관에서의 시간들. 왠지 나의 예술적 감각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