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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를 돌며 쇼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느라 미처 생각지도 못한 교육적인 박물관이 홍콩에는 의외로 많다. 그중 과학에 대한 홍콩인들의 열정과 관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홍콩 과학박물관은 1991년 개관한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박물관이다. 커다란 4층 건물 구석구석에는 500개가 넘는 전시물들이 주제별로 전시되고 있는데 대부분 직접 버튼을 누르고 핸들을 조작해 기계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체험형 전시물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 지식을 교과서나 백과사전처럼 딱딱하게 설명해주기보다 직접 체험과 경험,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입장을 하면 가장 먼저 높이 22m의 어마어마한 전시물인 '에너지 머신'과 만나게 된다. 1.6km의 트랙을 따라 2.3kg의 쇠구슬 수십 개가 굴러 내려가며 실로폰을 치고 시소를 타는 등 여러 가지 소리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 기계는 홍콩 과학박물관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위치에너지가 변화하는 모습과 힘의 세기 등에 대해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는 에너지 머신의 시연은 매일 오후 4시에 이뤄진다. 또 캐세이퍼시픽항공사에서 기증한 홍콩의 첫 민항기 실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0층의 각 코너에서는 움직임과 소리, 빛과 수학, 생활과학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중 생활과학 전시관은 운동, 건강, 근육, 두뇌와 지각, 세포와 유전 등 인간의 생명과학에 대한 지식을 다루고 있다. 시험 볼 때 늘 헷갈려했던 문제들도 체험을 통해 이해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메뚜기, 새, 금붕어 등의 머리 모형에 들어가 각 동물의 시야가 어떻게 다른지 시각체험을 할 수 있는 활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적 게임과 놀이기구들이 가득한 신나는 과학 놀이터(Children's Zone)도 있다. 비누방울, 기차 바퀴, 공 등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기구들을 통해 과학 원리를 배워보자.

1층은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과학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여러 전시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 노동 현장, 건설 현장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과학 장비를 구경해보고 아이들은 미니어처 건설 현장에서 직접 작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2층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주택, 가정 속에 숨어 있는 과학기술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여러 음식 속에 담긴 비밀도 살짝 엿보자. 건강과 신체 균형을 위해 섭식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3층의 에너지홀은 가정과 직장으로 꾸며 그곳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버튼을 누르면 에너지가 사용되는 기구에 빨간색 빛이 찍히는데 생활 속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이용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제한된 에너지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은 머지않아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아찔한 교훈'도 얻는다.

홍콩 과학박물관은 과학의 변화 발달에 발맞추어 매년 전시물의 10퍼센트 정도를 과감히 교체한다고 하니 언젠가 다시 홍콩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곳에 들러 새로운 과학의 이슈와 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