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시기 | 5~6세(49~72개월) |
---|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익혀야 할 '준비 기술'로 연필 제대로 쥐기, 10까지 세기, 자기 이름 쓸 줄 알기 등을 꼽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간단한 단어는 읽고 쓸 줄 알아야 하고, 한 자릿수 덧셈 뺄셈 정도는 해야 한다며 조급해 하지요. 여기에 최근에는 영어가 1학년 정규 수업이 된다는 소문 때문에 영어 학습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더 준비할 것이 없나 걱정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남자 아이 둘을 상담한 일이 있습니다. 산만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던 이 아이들에게는 '집중력 장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아이에게 각각 다른 처방을 내렸습니다. 한 아이는 약물 치료와 학습 치료를, 다른 아이에게는 먼저 6개월 이상 부모 상담과 놀이 치료를 하게 했습니다.
위의 아이는 집중력만 빼고는 충분히 초등학교를 다닐 만큼의 소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집중력이 약한 것은 그 아이의 뇌 발달상의 특징이었을 뿐이었죠. 그러나 뒤의 아이는 집중력 장애를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 주는 일이었지요. 그 아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몰랐으며, 집중력이 없는 것보다 철이 없는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이 아이가 아무런 조치없이 학교에 들어갈 경우 적응이 힘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미리 한글을 익히고 연산도 배운다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좀 더 쉬워지는 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된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힘들더라도 즐겁게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은 채 또래보다 지식만 많다면 학교생활은 재미없고 지루해지기 쉬우며, 단체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꼭 갖춰야 할 일곱 가지 덕목
학교에서 아이가 잘 적응할지 염려된다면 아이의 학습 능력을 따지기 전에 먼저 아래의 덕목들이 갖추어져 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감정 조절력
감정 조절력은 좋은 기분을 유지하도록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감정 조절력이 뛰어난 아이는 신나서 뛰어다니다가도 그만 해야 할 때는 곧 얌전해지고, 화를 내다가도 이내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불쾌한 기분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화가 나면 울음을 터트리고,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감정 조절력은 얼굴 표정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잘 웃고 표정이 다양하면 감정 조절력이 뛰어나고, 맹하거나 뚱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으면 감정 조절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 조절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구 짜증 부리고 누가 뭐라 하면 울기부터 하는 아이의 기분을 과연 학교에서 누가 맞춰 줄 수 있을까요. 선생님에게 가장 다루기 힘든 아이로 '찍힐' 수도 있고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감정 조절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감정을 내보일 때, 주위에서 맞춰 주면 '아, 이렇게 맞추는 거구나' 하며 배우고, 내면화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감정 조절력을 키우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부모가 옆에서 항상 도와줘야 합니다.
충동 조절력
하고 싶은 것을 지금 당장 하지 않고 계획을 짜서 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충동 조절력입니다. 백화점에 따라나선 아이가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조르지 않고 식품 코너에 갈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면 그 아이는 충동 조절력이 잘 발달된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들과 싸우더라도 끝까지 욕설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학교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충동 조절력이 떨어지면 어떤 일을 제때 끝내기가 쉽지 않으므로 공부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결과를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고, 시험공부를 해도 앞부분만 하고 말거나 숙제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아이에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질환이 없는데도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과잉보호를 하거나 과도하게 억압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가 요구하기도 전에 알아서 다 해결해 주면 아이는 욕구를 참는 법을 배울 수 없으며, 요구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안 돼!" 하며 엄히 가르치는 부모 밑에서도 충동 조절력이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집중력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대개 15~20분 정도이고, 길어야 3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면 30~40분 정도 집중할 수 있지요. 물론 아이들에 따라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1~2시간 훌쩍 넘기며 빠져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오래하는 것과 집중력은 다릅니다. 집중력은 따분한 것을 참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집중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이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같은 매체의 영향이 큽니다. 조금만 재미가 없으면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 가며 마음에 내키는 방송을 볼 수 있으니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부족하지요.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 우선 텔레비전 시청 시간과 프로그램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전히 제한하기가 어려울 때는 리모컨을 없애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단 걸어가서 채널 바꾸기가 귀찮으니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는 버릇이 없어집니다.
컴퓨터 역시 아이의 집중력에 영향을 끼칩니다. 인터넷에서는 클릭만 하면 새로운 페이지들이 열리니 아이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읽어 보기도 전에 조급하게 마우스를 눌러 버립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역시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합니다. 컴퓨터게임을 할 때에는 시간과 종류를 정해 부모가 있을 때 하게 하세요. 평소 컴퓨터에 비밀번호 등을 걸어 두어 아이 혼자 컴퓨터를 사용 못 하도록 철저하게 규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컴퓨터 사용은 중독성이 강해, 처음부터 습관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통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또한 아이들이 너무 많은 장난감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갑자기 장난감이 많이 생기는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하나씩 가지고 놀게 하는 게 좋습니다. 갈수록 환경 자체가 아이의 집중력을 위협해 오는 만큼 아이 일상의 세세한 부분과 작은 버릇까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감 능력
남이 슬프면 같이 슬퍼하고 남이 아프면 같이 아파하는, 말 그대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공감 능력이 있는 아이는 다른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친구가 아픈 걸 보고 안타까워할 줄 압니다. 반면에 공감 능력이 없으면 무심히 지나치거나, 심지어 남의 고통을 재미있어하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공감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 준 경험이 많지 않아서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런저런 욕심을 내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채 강요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을 리 만무합니다.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일단 엄마가 아이의 모든 면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다쳐서 울면, 다 큰 애가 눈물부터 보이는 게 걱정스럽더라도 우선은 "정말 아프겠다" 하고 공감부터 해 주세요. 타이르는 말은 "앞으로는 좀 조심하자, 그리고 아프더라도 씩씩하게 참아 보자"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일 평소보다 공부를 많이 시켰다면 "따분하고 힘들지?" 하고 아이의 감정을 먼저 헤아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도덕성
도덕성은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죄책감을 느끼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능력입니다. 충동 조절력과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둘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을 때 충동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는 때리고 나서 후회하지만 도덕성이 부족한 아이는 때려 놓고도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덕성은 사실 가정에서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공중도덕을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는 그러한 '공공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평소 내 아이가 '당차고 맹랑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면 부모의 생활 태도부터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집에서 길러지지 않은 도덕성은 학교에서도 절대 길러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에는 그 즉시 지적하여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 주세요. 화내지 않고 왜 잘못인가를 분명히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바른 행동을 했을 때에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해 주세요. 처음에는 보상 때문에 바른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바른 행동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선행이 주는 즐거움 역시 알게 됩니다. 이와 함께 부모 자신이 평소에 도덕성 있는 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교통질서를 지키라고 말하면서 무단 횡단을 일삼는다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도덕 교육에 있어 모범을 보이는 것처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사회성
아이에게 친구가 많으면 부모는 아이의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사회성과 친구의 수는 그리 큰 연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게임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요즘 환경에서는 친구의 수는 더더욱 그 의미가 없지요. 진정한 사회성은 내 의견과 친구의 의견이 다를 때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타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러니 한 사람이라도 오래, 깊이 사귈 수 있는 것이 사회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너는 이거 해, 나는 이거 할게"라며 서로 타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친구와 다퉈도 친구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을 비교하며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고요. 이렇게 상대의 입장이 되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별 탈 없이 지냅니다.
반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자신의 주장만 고집합니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자기 생각만 내세우는 것이지요.
내 아이의 사회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평소 친구들과 어떻게 노는지 살펴보고 특히 친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세요.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 주려면 아이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입장도 고려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게는 누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특히 더해서 새로운 것만 보면 눈을 반짝이며 달려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아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주어져도 "나, 그거 알아요" 하거나 "또 해요?"라는 식으로 지겨워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공부에 있어서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호기심을 누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나친 학습입니다. 학습 역시 새로운 자극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은 스스로 느끼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 발달합니다. 학습지나 책처럼 같은 형식으로 주어지는 단조로운 학습은 오히려 호기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되면 학교에 들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또 공부해야 하니 아이가 지루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유치원 때까지만이라도 틀에 맞춘 교육보다 세상을 마음껏 느끼고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학습 준비, 이렇게 하세요
마음의 준비만으로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입학 전에 웬만큼 준비를 시켜 보내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고, 학교에서도 이를 감안해서 진도를 나간다. 그러니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만 한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너무 어렵지 않은 글자는 읽을 수 있게 하자. 수에 있어서는 1부터 20까지는 세게 하고, 10이하의 수를 이용한 덧셈 정도는 익히게 하면 좋다. 이런 준비는 학교 들어가기 1년 전이면 충분하다. 늦게 가르칠수록 뇌 발달이 많이 된 상태라서 적은 양의 에너지로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고집이 세서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는 6개월 전에만 가르쳐도 충분하다.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더라도 처음 1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루게 되니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는 하기 싫다고 하다가도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들은 오직 아이가 준비 없이 학교에 가서 받게 될지 모르는 상처와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습적 효과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아이가 앞으로의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만 준비시키도록 하자.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전체목차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초등학교 입학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