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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 심리백

아이가 말보다는 손이 먼저 나가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3~4세 아이의 자기 조절
요약 테이블
시기 3~4세(25~48개월)

"저희 아이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무조건 손이 먼저 나가요. 매번 '너는 말을 할 수 있으니까 말로 해야 하는 거야' 하고 이야기해도 그때뿐이고 행동에 전혀 변화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다 그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확 뺏더라고요.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달라고 울며 달려들자 아무 말 없이 그 아이를 확 밀쳐 버리는 거 있죠.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아이가 공격적이라며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가 많지요. 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하고 천사 같은 아이들이 공격성을 보이는 것일까요?

환경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공격성

공격성과 성적인 욕구는 인간이 타고난 본능이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공격성을 가져야 했지요. 그러므로 공격성을 꼭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뛰어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공격성 역시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공격성은 몸을 자기 마음대로 놀릴 수 있는 돌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엄마를 때리고, 물건을 던지며 화를 드러냅니다. 이때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직 말을 못 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됩니다. 그러다 자기가 필요한 말은 다 할 수 있는 4세가 넘어서까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무조건 공격성을 보이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게 되지요.

남의 아이가 공격성을 보이면 '부모가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하며 넘어갈 수 있지만 내 아이가 그러면 정말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 아이를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이런 공격적인 성향이 발전되어 의도적으로 부모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의 좋지 않은 성장 환경도 공격성의 원인이 됩니다. 환경적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소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정신지체가 있는 경우 주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공격성이 나타나기 쉽고, ADHD를 앓고 있는 경우도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어요. 아이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표현 능력의 부족으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과잉보호

부모가 모든 것을 받아 주는 것도 아이의 공격성을 키울 수 있어요. 아이가 공격성을 보인다면 아이의 요구를 다 받아 줄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폭력에 노출된 환경

부모에게 부당한 체벌을 자주 당하거나,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보고 폭력적인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서 공격성이 많이 나타납니다.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

어떤 때는 아이의 공격성을 받아 주고, 어떤 때는 아이의 공격성에 제재를 가하면 아이의 공격성은 더 커지게 됩니다.

사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공격성의 원인

조기교육 열풍 탓에 우리나라 아이들은 기저귀도 떼기 전에 이런저런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들은 시켜 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사교육을 시키는 당위성을 늘어놓지만 정말 아이가 그걸 좋아할까요? 그리고 그 효과가 있을까요?

어린 시절 특히 3~5세는 일생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세상을 제멋대로 바라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모든 사물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기만의 언어로 그 사물을 명명하지요. 때로는 엉뚱한 소리를 하여 아이가 모자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발달상 아주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린 시절에 이 같은 과정을 잘 거쳐야 나이가 들어서 공부다운 공부를 했을 때 그것을 내면화시킬 수 있어요.

몇 년 전, 세간에서 영어 신동이라며 주목을 받던 아이가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아이를 만난 자리에서 "How are you?"라고 물었더니 즉시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어 몇 가지 질문을 더 하자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말문이 막힌 아이는 그 뒤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더니 급기야 화를 내며 엄마를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문제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시험 불안' 증세였습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아이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었지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쳤는데 아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했다고 해요. 주변에서도 영어를 잘한다는 평을 받자 그 엄마는 더욱 영어 교육에 몰두했지요. 영어 실력이 다른 아이에 비해 월등해지니 이제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시험대에 올라 이런저런 평가를 받곤 했지요. 좋은 평가가 나올 때마다 엄마의 기분은 하늘을 날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럴수록 '혹시 내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과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지요. 결국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무조건 외우고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암기하지 않은 내용의 질문을 받았을 때 앞에서처럼 공격성을 보인 것이지요.

아이들은 발달학적으로 시험 상황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때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어른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어른이야 시험 상황에 놓여도 뇌 발달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뇌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장기간 심하게 받다 보면 뇌가 아주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 영향으로 기억력과 도덕성이 떨어지면서 공격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볼 때 '공부'는 일종의 '억압'입니다. 발달상 견디기 어려운 억압이 주어졌을 때 불만을 거쳐 공격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허용과 통제의 조화가 중요

공격성이 인간의 본능인 만큼 너무 위험한 행동만 아니면 아이를 그대로 두어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나아집니다. 그러므로 적당히 풀어 주되 공격성이 너무 심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가 되었을 때는 어느 정도 통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얼마만큼 허용하고 통제하느냐는 부모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허용과 통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공격성을 체벌이나 호통으로만 다스린다면 아이 역시 부모의 이런 행동을 따라 하게 됩니다. 형제를 키울 때 큰아이에게 체벌을 하면, 큰아이가 부모가 자신에게 한 그대로 동생을 체벌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요. 따라서 아이에게 공격성을 적절히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공격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임을 잊지 마세요.

아이 버릇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격적인 행동을 강하게 통제하면, 아이는 자신의 본능인 공격성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유치원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친구를 괴롭히게 됩니다. 또한 큰아이가 동생을 괴롭힐 때 이를 너무 심하게 야단치면 반항적인 성향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경우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의 공격성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기는데 엄마 아빠는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통제하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옳은지 몰라 반항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공격성에 관한 부모들의 착각
흔히 공격적인 아이를 기를 때, 일단 아이의 행동을 규제하거나 야단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공격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공격적인 성향을 마음껏 표출하고 발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억누르거나 야단을 치면 공격성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우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게 한 다음 감정을 조절시키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차분히 가르치도록 한다. 단, 아이의 공격성이 폭력으로 나타난다면 그 즉시 단호하게 제지시키자. 반복된 폭력은 습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의자' 활용하기

아이가 자신의 공격성을 적절히 조절하게 하려면 부모가 아이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우선 아이가 공격성을 보이면 '드디어 시작이다' 하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화를 내기 쉽지요.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차분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제재하세요. 이때 아이가 부모의 제재를 따르지 않는다 해도 화를 내지 말고 아이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멈추지만, 기질이 강한 남자 아이들은 반발심에 더 강하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때는 부모도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아이가 손으로 때리려고 하면 그 손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부모가 힘이 더 세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힘으로 해결하려는 버릇을 잡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생각하는 의자'를 마련하여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그 의자에 앉아 1~2분 정도 반성하게 해 보세요. 하지만 이때 방문을 닫거나 방이 어두우면 무서움에 무엇을 반성해야 할지 알지 못할 수 있으니,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 장소에 의자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경모와 정모가 어렸을 때 생각하는 의자 대신 소파 한구석을 '생각하는 자리'로 만들었어요. 의자를 따로 마련하기보다 거실에 있는 소파를 활용한 것이지요. 보통 문제가 일어나는 곳이 거실이기 때문에 소파 한 구석을 생각하는 자리로 활용하니 아이를 이동하게 하는 것이 편했어요. 또한 엄마와 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고 반성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통제할 때는 아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공격적인 행동을 했는지 살펴보세요. 만약 주변 환경이나 부모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아이를 야단쳐서는 안 됩니다. 또 부모가 잘못했을 경우에는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 부모의 사과를 받은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기분을 알아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공격적인 행동을 자제하게 됩니다.

공격성을 풀어 주는 놀이

공격성이 강한 아이는 놀이를 통해 공격성을 마음껏 표출하고 발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모래 놀이

모래는 만지는 대로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정해진 놀이 방법이 없어 경쟁이 필요 없다. 그래서 욕구불만이 있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된다.

물건 두드리기

월드컵 때 페트병이나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기억이 있는가? 그 소리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 역시 손에 쥐기 쉬운 물건을 들고 마음껏 두드리면 화가 나서 격해진 기분을 풀 수 있다.

신문지 찢기

아이와 함께 신문지를 마음껏 찢어 보자. 찢은 후에는 신문지를 머리 위로 날리며 신나게 놀자. 부모도 아이도 기분 전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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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아이 심리백과
아이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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