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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 심리백

우는 아이를 자꾸 안아 주면 버릇이 나빠지나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1세 아이의 울음
요약 테이블
시기 1세(0~12개월)

아이 울음에 관한 초보 엄마들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는 아이 때문에 하던 일을 놓고 달려가야 하고 밤에도 잠 안 자고 울어 대니 잠 한번 푹 잘 수가 없지요. 엄마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아이가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기저귀도 멀쩡하고 방금 전에 우유까지 먹였는데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때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지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엔 우는 아이를 붙잡고 함께 엉엉 울어 버렸다는 엄마도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말을 배우기 전까지 울음은 아이의 유일한 의사 표현의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유 없이 울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아이의 울음을 모른 척하지 마세요. 울음은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몸짓 언어입니다.

아이가 울 수밖에 없는 이유

세상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 어느 육체노동 못지않은 체력을 요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 온종일 아이에 매달려 있다 보면 감옥에 갇힌 기분마저 들 정도입니다. 이 고통이 하루 이틀 지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아이가 걷고 말할 때까지는 매일 계속된다는 생각을 하면 앞이 까마득하지요. 특히 이유도 없이 아이가 계속 울면 때리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아이는 따뜻하고 편안한 자궁 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10개월을 보냈습니다. 소음도 없고, 자극적인 빛도 없고, 배고픔도 모르고, 밤낮 구별 없이 먹고 자고 숨 쉬며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내던져졌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추워졌고,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자극적인 빛이 온몸을 공격해 옵니다. 갑자기 뒤바뀐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공포 자체입니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몸을 움츠리거나 손발을 허우적거리는 정도밖에는 말이지요. 거기에 '먹고 살기 위해' 젖을 힘껏 빠는 노동까지 해야 합니다. 아랫도리가 젖어 불쾌한 감정이 들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고요. 아이 입장에서 이것은 무척 억울한 상황입니다.

이때 아이가 자신의 불안한 감정과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울음'입니다. 아이는 우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울 수밖에요.

그 와중에도 아이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태에 따라 다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에는 살짝 미소를 짓거나 가르랑가르랑하는 소리를 내면서요. 그때는 또 아이가 얼마나 예쁩니까?

문제는 아이로 인해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고통스러운 시간에 비해 너무 짧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 눈엔 아이가 하루 종일 울고 보채는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아이는 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울지 않는다면 감각 발달이 그만큼 더디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아이가 우는 것만큼 다행스러운 일이 없는 것이지요. 괴롭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아이가 울 때에는 바로 대응해 주세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울음이라는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변주하며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런 까닭에 엄마는 아이의 울음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이 아는 유일한 세상인 엄마에게 말을 걸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면 아이는 좌절을 느끼고 세상을 불신하게 됩니다.

특히 생후 3개월까지는 가능한 한 빨리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욕구가 바로바로 충족되면 아이는 세상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자아상을 갖추게 됩니다. 반대로 욕구 충족이 늦어지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까다로운 성향을 갖게 되지요. 또한 그 때문에 더욱 자주 울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다 보면 엄마와의 관계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엄마는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운다고 자꾸 안아 주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요?"

서양 이론 중에는 아이가 울 때 아이에게 바로 가지 말고 조금 기다렸다가 가라고 하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어느 육아 관련 웹 사이트에서는 아이가 귀찮을 정도로 울면 청소기를 틀어 놓으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글도 올라와 있더군요. 이와 비슷한 내용이 방송 등 여러 매체에 나오고는 있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줘야 할 시기의 아이를 두고 이런 방법을 얘기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는 아이를 안아 준다고 버릇이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울 때 그대로 방치해 두면 성격이 좋지 않은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배가 고파서, 기저귀가 젖어서, 혹은 엄마가 그리워서 울었는데 엄마가 늦게 오거나 갑자기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험이 계속되면 실망이 쌓이고 좌절하여,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나 보다',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요. 결국 아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소심하며 매사에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아이의 울음에는 바로 대응해 주어야 합니다.

울음만 잘 달래 줘도 발달과업 완수

위에서 말한 대로 아이가 태어난 직후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은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일입니다. 이를 '기본 신뢰감(Basic trust)'이라고 하지요. 기본 신뢰감이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존재, 즉 엄마를 향한 신뢰감을 말합니다. 단, 이 시기의 주 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곧 기본 신뢰감입니다. 아이는 이 기본 신뢰감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신뢰감의 영역을 점차 넓혀 갑니다. 쉽게 말해 이때 형성된 신뢰감이 바로 대인 관계의 바탕을 이룬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앞으로의 사회생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생후 초기의 주 양육자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엄마의 역할은 이렇게 막중합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울 때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고, 달래 주고, 원하는 것을 채워 주는 것은 기본 신뢰감을 쌓아 가는 아주 중요하고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아이의 울음을 달래 준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며 혼자 힘으로 못 해내는 것을 도와주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밝고 명랑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울 때 달려가 안아 주고 울음이 멎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이 시기의 발달과업이 어느 정도 완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다고 젖부터 물리지는 마세요!
아이가 울 때 일단 젖부터 물리는 엄마들이 있다. 아직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하루에 수차례에 걸쳐 우유를 먹어야 하니 배가 고파 울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울 때 무조건 젖을 물려서는 안 된다. 이때 아이는 아직 배의 포만감을 제대로 인식할 만큼 감각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배가 어느 정도 차 있어도 젖이 입 안에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빤다. 그로 인해 소화불량 등의 불편을 느끼면 더 울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아이가 울면 일단 안아 달래고 오줌을 싸진 않았는지, 어디가 다친 건 아닌지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때 젖을 먹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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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아이 심리백과
아이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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