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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준비도가 첫 번째 고려 사항입니다

일찍 보낸 만큼 남보다 앞설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학교에 입학시켰다가 낭패를 본 엄마들을 많이 봅니다. 이 경우 학교생활에 실패한 아이를 다시 적응시키기 위해 1~2년 학교생활을 늦추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1년 앞서려다가 되레 1년 뒤처지는 상황으로 돌변하지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얼마큼 준비가 되었는지가 첫 번째 고려 사항입니다. 준비가 안 되었다면 1년 먼저 보낼 것이 아니라, 1년을 늦출 수도 있는 일입니다.

우선 아이가 학교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지 인지 발달은 물론 사회적, 정서적 발달까지 살펴보도록 합니다. 또래보다 말이 늦거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닌 경우,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에는 빨리 보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판단하기 힘들다면 속으로 고민만 하지 않고 11월쯤 되어 전문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 소아 정신과에 대해 편견이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정신과를 왜 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소아 정신과는 반드시 아이가 정신 질환이 있을 때만 찾는 곳이 아닙니다. 종합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심리 상태에 대해 잘 알면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육아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학교 적응도를 알기 위해 소아 정신과 등 전문 기관을 찾으면 성격검사, 지능검사 등의 심리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검사와 상담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결정하면 부모도 안심할 수 있고, 아이도 편안한 상태에서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체구가 작은 아이는 무조건 제 나이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를 한 해 일찍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은 매우 뿌듯해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한 살 어리기 때문에 입시나 취직에 유리하다는 생각에서죠. 그런데 요즘 학교 분위기는 전과 다르게 아이들이 서로 감싸 주기보다는 경쟁하고 싸우는 예가 많으므로 준비가 안 된 아이의 경우 상처받기 쉽습니다.

특히 체구가 작을 때는 또래 아이들이 동생 취급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 자신도 위축되어 정상적인 친구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작고 병약한 편이라면 1년 정도 늦추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입학할 나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른 입학을 목표로 키웠다면 함부로 늦추지 마세요

부모들 중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다닐 때까지 일찍 학교에 들어가게끔 키워 놓고, 막상 취학 통지서가 나오면 유예하고 1년 더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유치원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가는데 자기만 남아 유치원에 다니면 동생 취급을 했던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이제 학년 차이가 나니 반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유치원 다닐 때 친구 관계에 큰 무리가 없었다면 그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보내는 것도 괜찮습니다. 단, 위에서 말한 전제 조건들이 모두 갖춰졌을 때의 이야기지요. 만일 어느 한 면이라도 부족하다면 입학을 늦춰야 합니다. 그로 인해 아이가 혼란스러워한다면 이사를 해서 다른 유치원에 보내는 등 부모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학교에 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다면,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일곱 살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학교에 적응도 잘하고 잘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