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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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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요? 그것도 갈수록 정도가 심해진다고요? 하지만 이 시기 아이의 거짓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했다는 것은 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거입니다. 걱정하거나 야단치지는 말되, 버릇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엄마의 바른 지도가 필요합니다. 먼저 어른이 하는 거짓말과 아이가 하는 거짓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하게 되는 거짓말
조금 큰 아이들은 부모를 속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지만 이 시기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3~4세 아이의 거짓말은 인지능력의 발달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지요. 거짓말을 하려면 앞으로의 사태를 예견하고 과거의 사건을 논리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인지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믿을 수 있는 수준의 거짓말을 해야 하므로 상대 입장이 되어 보는 과정이 필수적이지요. 따라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있지도 않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상력이 발달하기 시작한 3~4세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만화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지요.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일인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일인지 구분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인지 발달을 연구한 피아제는 8세 이하의 아이들은 거짓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 시기 아이들의 거짓말을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학습 스트레스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의 거짓말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정모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어요.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정모가 거짓말을 했어요."
아니 정모가? 경모가 유치원 다닐 때 이런저런 문제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긴 했지만 정모에게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요.
둘째 정모는 사실 거저 키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조금 늦되고 유별난 제 형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엄마를 편하게 해준 아이였지요. 그런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선생님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었습니다.
"정모가 한글 공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물어보니 잃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아이 사물함에서 정모 공책이 나왔어요. 정모가 친구 몰래 넣어 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어요."
그날 저녁 퇴근하고 정모를 불러다 앉혔습니다. "너 왜 그런 거야?", "거짓말하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어?" 등 아이를 다그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고 물어보았습니다.
"정모야, 공책을 숨겨야 할만큼 한글을 배우기가 싫었니?"
"……."
정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정모야."
다시 한번 부르니, 그제야 고개를 드는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엄마, 한글 어려워! 그래서 하기 싫어."
정모에게서 어렵다는 말을 들은 것이 그때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정모는 자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난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지 모릅니다. 그런 정모에게 한글을 빨리 깨우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글 공책을 감추고 거짓말을 한 것이지요.
거짓말 자체보다 그 원인을 알아보세요
아이들은 자기가 감당해 내기 벅찬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이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야 할 만큼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럴 때는 거짓말 자체를 탓하기 전에 근본적인 동기를 찾아 그것부터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저는 다음날 유치원에 직접 찾아가 정모의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리고 정모의 한글 수업을 다음 해로 늦춰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제게 다른 말을 기대했을 거예요. 따끔하게 혼을 냈으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등의 얘기 말입니다. 결국 정모는 한글 수업 시간을 다른 걸 하며 보냈고, 여섯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웬만한 받아쓰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낼 정도가 되었지요.
제가 만일 그때 정모를 야단쳤더라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가르쳐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글 공부에 대한 버거움은 여전히 아이에게 남아 있었을 것이고, 그게 학습에 대한 거부감으로까지 발전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랬더라면 한글 받아쓰기를 자신 있게 해내는 정모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테지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혹은 '오죽했으면 거짓말을 할까' 하는 마음으로 대해 보세요. 어른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일이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스 없이 거짓말하는 버릇 바로잡기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해도 거짓말하는 버릇을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크게 야단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너 그거 거짓말이지?" 하며 아이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는 말고,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 주세요. 일단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부드러운 말로 이렇게 이야기해 보세요.
"엄마는 네 말을 믿어. 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엄마한테 사실을 말해 줄 거라고도 믿어. 말하지 못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아마 양심의 가책을 느껴 거짓말하는 버릇을 스스로 고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거짓말을 할 때는 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지 정확히 짚어 주어야 합니다. '양치기 소년'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거짓말을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또한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강한 벌을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한 거짓말에 대해 큰 벌을 주고 윽박지르면 아이는 움츠러들고,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마음속으로 세 가지 구호를 외쳐 보세요.
믿어 주자!
속아 주기도 하자!
혼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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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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