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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이 정답

5~6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 상당수가 "사교육으로 무얼 시켜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아마 내심 "영어는 꼭 해야 하고요, 예체능도 어릴 때 아니면 할 시간이 없으니 힘닿는 데까지 시켜 주세요" 하고 가르칠 과목을 콕콕 짚어 주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고 뇌 발달 속도가 다른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들을 정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 지금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조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입니다. 기질이니 뇌 발달이니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시키면 된다는 말이지요.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이의 뇌가 그 학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고, 아이의 기질에 맞는 관심 분야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하게 해 주면 뇌 발달이 촉진되고 높은 학습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꼭 따져 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싫어하는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때는 무엇을 싫어하며 왜 싫어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건 금세 알지만, 싫어하는 것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왜 싫어하는지, 일시적으로 싫어진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문제가 있어 기피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 후의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미리미리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은 아이의 학습 태도의 기본 바탕을 마련하는 일임과 동시에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이가 그것을 받아들일 능력이 되지 않을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할 만한 동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요. 어쨌거나 아이가 특정한 무엇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이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어려움의 원인을 찾아 없애 주어야 합니다.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 엄마가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유치원에 안 가려고 한다면서요. 집에서 영어 동화책을 읽어 주고, 영어로 된 동요를 들려줄 때 너무 좋아하고 잘 따라 해서 영어 유치원에 보냈는데 지금은 영어를 싫어한다는 것이었어요.

상담한 결과 아이는 영어 유치원의 미국 선생님을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기질상 수줍음이 많아, 태어나 처음으로 코 큰 미국 사람을 만나니 무서움을 느꼈던 것이지요. 그것을 모르는 엄마는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는 줄 알고, 학습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것입니다.

상담 끝에 저는 엄마에게 아이와의 관계가 더 긴밀해지도록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가까운 사이인 엄마가 그 이유를 모른다면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문제가 있기는 한데 그 이유를 잘 모른다면 이유를 알 때까지 일단 하던 것을 모두 멈추세요."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싫어하는 이유를 알려고 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무조건 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싫어하는 것을 통해서는 절대 제대로 된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육 적기는 흥미도와 준비도가 갖춰졌을 때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경모는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미술을 배웠습니다. 주변에서는 초등학교에 가면 미술 실력이 중요하니 미리 가르치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지만, 마음이 움직이기 전에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는 경모인지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동생 정모가 유치원 미술 대회에 나가 척척 상을 타 와도 경모는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무심한 태도를 보였지요.

그러던 경모가 2학년이 되더니 제 스스로 미술을 배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럼 일단 흥미도는 된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경모의 준비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경모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손놀림이 둔했습니다. 글자를 쓰거나 색칠을 하는 등 손을 이용하는 활동은 조금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손힘을 키워 주기 위해 공작 놀이를 시켰습니다. 그 결과 손힘이 많이 생겨 2학년이 되었을 때는 그리고 쓰는 것이 능숙해졌습니다.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셈이죠. 경모는 그 뒤 너무나 재미있게 미술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만일 흥미도와 준비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학습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요? 아이들은 일단 무조건 피하려 듭니다. 힘들다고 툴툴거리면서 어떻게든 안 하려고 거짓말을 한다든지, 해도 마지못해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니면 앵무새처럼 무조건 외우려 들 수도 있어요. 부모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생각 없이 외워 버리는 것이지요.

소아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안 하려고 하는 아이보다 앵무새처럼 외우는 아이들이 더 걱정됩니다. 무조건 외우다 보면 뇌가 그쪽 방면으로만 발달될 수 있거든요. 달력을 한 번 보고 외워 버리거나, 긴 연산을 앉은 자리에서 해버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자폐증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을 할 때는 먼저 아이의 흥미도와 준비도를 살펴야 합니다.

사교육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낮잠 시간 고려하기

5세까지는 짧은 시간이라도 하루에 한 번 낮잠을 자는 것이 아이에게 좋다. 낮잠을 잘 시간에 이런저런 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의 몸과 마음이 피곤해진다.

친구들과 놀 시간 확보하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만으로는 아이들끼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시기이므로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의 준비도 살피기

아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교육의 목적 분명히 하기

예를 들어 피아노를 가르칠 때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추게 하기 위함인지, 음악을 즐기는 아이로 만들기 위함인지 등 교육 목적을 분명히 해야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어떤 교육이든 처음에는 재미있고 쉽지만 어느 순간 고비를 맞게 된다. 만일 아이가 고비 때마다 포기를 하면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는 아이가 되고 만다. 따라서 고비를 잘 넘기도록 부모가 옆에서 격려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