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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5~6세(49~72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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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전쟁을 치르다 보니, 처음에는 좋은 말로 달래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하게 되지요. 부모도 사람이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 앞에서 화를 내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엄마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화가 나면 무조건 자리를 피하세요."
아이에게 화를 내느니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화난 모습처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습니다.
부모가 화를 참아야만 하는 이유
오늘도 또 한바탕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화를 참지 못하는지.
뒤돌아 생각해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매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네요.
국어 학습지를 같이 풀어 보려 했더니 하기 싫다고 몸을 비비 꼬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살살 달랬는데, 아예 듣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안 하면 장난감 안 사 준다, 과자 안 사 준다'라고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어요.
큰소리를 내니 그나마 조금 하는 시늉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억지로 하는 모습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하려면 집어치워"라고 하면서 학습지를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화를 내고…….
엄마한테 혼나고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보니 눈물이 나네요.
매번 '화내지 말자' 다짐을 해도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아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울컥 화가 솟구치곤 합니다.
엄마들이 자주 들르는 웹 사이트 게시판을 보면 종종 이런 글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성을 잃고 화를 낼 때는 내가 다 옳은 것 같았는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후회가 밀려와 이렇게라도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죠.
혼이 난 뒤, 천사 같은 모습으로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잠든 사이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을 모릅니다. 오직 무섭게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만 머릿속에 남을 뿐이죠.
어느 날 한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방송에서 제 인터뷰를 봤다는 것이었어요. 인터뷰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성장 환경에 따라 발현되기도 하고 잘 통제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자기 안의 폭력적인 성향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 자신부터 감정을 잘 추스를 줄 알아야 합니다. 화를 못 참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 감정 조절을 잘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그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되도록 화내지 말고 잘 받아 줘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제게 전화를 건 엄마는 대뜸 이렇게 묻더군요.
"부모도 사람인데 어떻게 참기만 하라고 말씀하세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아이 키우면서 어떻게 웃을 일만 있겠어요? 왜 엄마만 참아야 하죠?"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저도 아이를 둘 키운 엄마인데 왜 그 심정을 모르겠습니까. 편히 쉬어야 할 주말에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아이의 고약한 심술을 일일이 받아 줘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항상 웃는 낯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는 게 저 역시 몹시 억울하고 힘들었습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내가 성인군자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엄마들에게 적어도 아이를 앞에 두고서는 한 번 더 참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아직 불안정한 시기의 아이들보다는 부모가 정신적으로 안정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부모 쪽이 더 강하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아직 어떤 상황을 견디고 참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참고 인내하는 법부터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법을 몰라 정서적으로 바른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화를 참는 것이 부모에게는 스트레스 정도로 남겠지만, 아이는 욕구를 참거나 부모의 화내는 모습을 보게 되면 불안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더 참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이의 엄마가 평소에 화를 잘 낸다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엄마도 상담과 치료를 합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근본 원인을 되짚어 감정을 추스르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엄마를 치료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몰라볼 정도로 호전이 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평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절제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지요. 따라서 부모는 아이와 마주하는 순간뿐만이 아니라, 생활하는 모든 순간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추스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트로니크 박사의 감정 조절 실험
미국의 아동심리학 박사 트로니크는 3~6개월의 아이를 관찰하면서 아주 어린 시기의 감정 조절에 대한 연구를 했다. 먼저 엄마로 하여금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 주게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다른 곳을 응시하게 했다. 아이가 아무리 쳐다봐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화난 표정만 보여 주게 한 것이다.
말도 못하는 아이는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곧이어 무표정해지며 더 이상 엄마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3분 뒤 엄마가 다시 방긋 웃었지만, 아이의 굳은 표정은 몇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엄마의 화난 표정을 보았을 때의 충격을 쉽게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엄마가 아이로 하여금 좋은 기분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부모의 화난 모습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게 배워 버린다는 것이 밝혀졌다.
엄마 기분이 나쁠 때는 절대 아이를 야단치지 마세요
화를 잘 내는 부모라 해도 처음부터 막 화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말로 달래기도 하고 안아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말을 듣지 않으니 결국 큰소리를 내고 손을 대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부모의 지적인 면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아이에게 함부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감정 조절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무수한 훈련과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해집니다. 저도 가끔은 병원에 나가기 싫을 정도로 우울하거나 짜증이 납니다. 그렇게 제 감정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아이를 대할 때도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분이 나쁠 때는 아이가 학습지 공부를 안 했거나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 등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해도 일단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런 다음 제 감정 점수가 10점 만점에 최소 7~8점 이상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지요. 제게는 아이를 대할 때 늘 염두에 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항상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
둘째, 내 기분 상태를 늘 확인하자.
셋째, 내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때는 아이를 절대 야단치지 않는다.
화를 잘 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
• 늘 남의 눈치를 살피는 경향이 있다.
• 항상 위축되고 긴장이 되어 있다.
• 주도성이나 창의성이 없고 소극적이다.
• 공격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낸다.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며 썼던 감정 조절법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가 선택했던 것은 음악 감상입니다. 다혈질인 편이지만 그래도 차분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지 않을 때는 아예 아이와 대면하는 것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늦게까지 병원에 남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식으로요.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인상 쓰며 화를 내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부모는 아이를 자꾸 위축시키며 아이가 긍정적 자아상을 확립하는 것을 가로막기 쉽습니다. 아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부모가 먼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화를 낸 후 사과를 했을 때의 효과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화를 냈더라도 뒷마무리를 잘하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게 된다. 그 뒷마무리란 부모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의 잘못 때문이라고 해도,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부모가 자신의 이런 실수에 대해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와 평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정말 사소한 일들로 큰소리를 내고는 조금 지나서야 '내가 너무 심했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미안해. 많이 놀랐지? 엄마가 가끔 못 참을 때가 있는데 고치도록 노력해 볼게"라고 말하며 사과하곤 했다.
그러면 아이들의 표정도 풀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았어요?"라고 하거나 "우리 엄마는 그래야 좀 재미있지", "엄마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나 봐"라며 저희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부모와 아이가 평등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을 때 사과하면 용서받는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부모가 사과하고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사과를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하게 될 때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심하게 자책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예방주사와도 같다.
부모에게 받은 감정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부모의 신속한 사과는 아이 마음에 생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할 수 있다. 사과는 잘못을 깨달은 그 순간 바로 해야 한다. 제때 사과하지 않으면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덧나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지금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우선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만이라도 말해 보자. 그 순간 높기만 했던 감정의 벽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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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화를 참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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