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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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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두 돌이 넘어가면 엄마는 몸은 조금 편해지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힘들어집니다. 바로 아이가 엄마 말을 지긋지긋하게 안 듣고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 하여 부모 말을 듣지 않고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하는 아이의 나이가 일곱 살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내려가 '미운 세 살'이라고까지 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어느 집이나 "안 돼"를 연발하는 엄마와 "싫어"를 연발하는 아이의 실랑이가 시작되게 마련입니다.
세상을 알아 가는 본능적인 행동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기 아이만은 부모 말을 잘 들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잘 들을 때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한두 명만 낳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에 비해 더 높아서, 아이가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는 크게 실망을 합니다.
제가 소아 정신과에서 수많은 아이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3~4세 아이들은 그야말로 '울트라 슈퍼 럭비공'이지요. 늘 부모의 기대와 어긋나는 아이의 말과 행동 때문에 뒷골이 뜨거워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의 정서 발달상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를 예로 들어 볼까요? 성장기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조심해서 정성껏 보살펴도 감기에 걸립니다. 아직 면역 기관이나 신체의 여러 기능이 완성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감기에 걸리고 낫고, 또 걸리고 낫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들은 더 건강해집니다. 이런 시기가 있어야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지요.
정서 발달도 감기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장도 해 봤다가 그것이 좌절되는 경험도 해 보고, 또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하면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손발이 자유로워지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아이들은 세상과 부딪치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본능이지요. 그런데 이 본능은 불행히도 부모의 뜻을 따르는 쪽보다는 거스르는 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이 시기 아이들에게 화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하지 말라는 것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발달해 가는 이 시기의 아이는 아무리 부모가 말을 해도 자기가 싫으면 절대 그 뜻을 따라 주지 않습니다. 아빠 휴대폰을 만지지 말라고 해도 자꾸 만지고, 식탁 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올라갑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기억력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 말라는 것을 반복하지요. 하지만 아이는 지금 자기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빠처럼 멋지게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어서 계속 해 보는 것이고, 식탁에 올라가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어서 올라가는 것이지요. 이런 본능 차원의 행동들은 부모가 야단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막을 수 없는 본능, 부모가 맞출 수밖에
어느 날 얼굴 가득 장난기가 넘치는 28개월의 꼬마 신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호기심을 발동하며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이 행동을 막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가만 못 있어!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엄마가 아이 손을 낚아채며 야단을 쳐도 아이의 부산한 행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의자에 앉아서도 연신 손과 발을 꼼지락거립니다.
"아유, 선생님 얘가요, 한 번도 제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이는 하라는 건 절대 안 하고, 시키지도 않은 일만 골라 하고, 잠시 눈을 뗐다 싶으면 꼭 말썽을 부리는 일명 '청개구리'였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진료를 요청했습니다.
저는 엄마와 아이를 진정시킨 후 놀이방에 들여보내고, 두 사람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놀이방에 들어가자 아이가 총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습니다. 그때와 맞춰 엄마가 소리쳤습니다.
"그만해. 그만두라고."
놀이방 안은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엄마가 더 흥분해서 난리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별것 아닌 아이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계모 같아 보일 정도였지요.
다시 진료실로 돌아온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정말 반대였습니다. 엄마는 아직까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씩씩거리고 있었고, 아이는 생생했습니다. 이런저런 진료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엄마가 양육 태도를 바꾸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큰 문제가 없어요. 엄마가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엄마는 저의 이야기에 애가 문제가 있어서 왔는데 애는 왜 안 봐 주고 자기한테만 뭐라고 하냐며 찬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등을 돌리며 나갔습니다.
왜 아이 때문에 힘들어질까요? 그것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움직여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기보다는 부모의 기대에 아이가 맞춰주지 않고, 반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잔소리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아이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요.
저도 아이의 심리 발달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는 제 뜻을 따라 주지 않는 아이의 행동에 화를 많이 냈습니다. 어떻게든 제 말에 따르게 하려고 아이를 달래도 보고, 때려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더군요. 단지 서먹서먹해진 엄마와 아이의 관계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3세 아이들이 미운 짓을 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미운 세 살 키우기. 아이의 본능을 인정하고 아이의 탐구 활동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구분해 주기
아이들은 장난감보다는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물건에 더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칠 것을 걱정하여 서랍은 모두 잠그고, 싱크대 문도 꽉 닫아 놓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남감만 주면 아이들이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아이가 만지면 위험한 물건은 치워야겠지만 큰 지장이 없는 물건들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자율은 이 시기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더 강화시켜 고집불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확하게 알려 주세요. 적절한 통제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에게서 벗어나 부모의 마음 컨트롤하기
아이는 원격조종 장치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가 아닙니다. 부모가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하는 기계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아이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가 싫어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는 아이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유난히 까다롭고 짜증이 많았던 경모는 제가 쉬는 날만 되면 꼭 붙어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며 떼를 쓰곤 했습니다. 너무 피곤해 쉬고 싶은데도 아랑곳없이 엄마 뒤만 졸졸 따라다녔지요. 오죽하면 '저 아이는 나를 괴롭히려고 태어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겠습니까.
그런데 주말을 지내고 병원에 나오면 경모에 대한 미운 감정이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주말 동안 경모에게 했던 행동을 반성하고, 집에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도 세우게 되었죠. 그러면서 아이 때문에 지친 마음이 풀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들에게 아이 때문에 힘들 때, 잠시라도 아이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아이 때문에 화가 났을 때 공원을 산책하고,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라는 우물에 갇혀 있는 내 자신을 끌어내어 '나만의 삶'을 찾으라는 것이지요. 내가 좋아서 탐닉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 말이죠.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엄마라면 글쓰기를 하거나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것이든 아이 말고 자신의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기적으로 하다 보면 아이로 인한 마음의 갈등도 줄어들고,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됩니다.
순종하는 병
아이가 무조건 부모 말에 순종하길 바라는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무조건 부모에게 순종하는 아이들은 '순종하는 병(Pathological Compliance)'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명심하라. 순종하는 병은 자신의 속마음이 어떤지 상관없이 오로지 부모 뜻을 따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병이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엄마를 실망하게 할까 봐,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하고 싶은 행동을 억제하다 보면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자꾸 쌓이게 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제발 말 좀 들어라"고 할 때 '말'의 의미는 부모가 정한 규칙이다. 부모는 옷 입기, 옷 벗기, 숙제하기, 잠자기, 밥 먹기, 정리하기 등을 제시간에 할 것을 매번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에게 그것은 지금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과 놀이를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그러니 그 귀찮은 일을 엄마 말 한마디에 할 아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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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말을 지긋지긋하게 안 들어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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