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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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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월 된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늘 텔레비전을 끼고 살아서 걱정입니다. 오전에는 놀이방에 갔다 오고 오후에는 주로 혼자 유선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한번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하면 2~3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빠져 있어요. 누가 불러도 듣지 못할 정도예요. 너무 많이 본다 싶어 못 보게 하면 떼쓰고 난리가 납니다. 아직까지 별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이대로 계속 두어도 좋을지 걱정입니다."
텔레비전, 이래서 안 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엄마들을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텔레비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갓난쟁이 둘째를 돌보느라 정신없는데 큰아이가 텔레비전에 빠져 있으면 그만큼 엄마는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다 아이가 엄마보다 텔레비전을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빠져 있다면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아이를 바보로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하세요."
그래도 젊은 엄마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오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기에 힘이 부족한 할머니, 아이를 건성으로 보는 베이비시터 등이 문제지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이를 돌보다 지치면 텔레비전 앞에 아이를 둔 채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저는 경모와 정모가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볼 때 꼭 같이 보았습니다. 같이 보면서 말을 걸고, 왜 주인공이 저렇게 하는지,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텔레비전은 매체의 특성상 수동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데 이렇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시청 프로그램도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교육용 만화와 어린이 프로그램만 보게 했지요. 그것도 시간을 정해서 보게 했고, 텔레비전에 대한 유혹을 없애기 위해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야 되는 시간에는 연결선을 뽑아서 감춰 두기도 했습니다.
부모와 같이 보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 3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본 아이들의 경우 읽기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으니 읽기나 쓰기 등 다른 자극을 받아들이고 습득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지요.
또한 일방향적인 매체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오로지 눈으로 보고 듣는 것만 좋아할 뿐 머리를 굴려서 생각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지요. 싫어하니 안하게 되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언어 발달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언어 발달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데, 수동적으로 보고 듣기만 해서는 제대로 된 언어를 배울 수 없습니다.
수동적 학습 태도를 만드는 교육용 비디오
이쯤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친다고 교육용 비디오를 틀어 주는 부모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어는 그 상황에 맞는 말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익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용 비디오는 언어를 익히는 데 큰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화려한 자극만 좋아하게 만들 뿐이지요. 또한 이렇게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다 보면 수동적인 학습 태도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두뇌가 빠른 성장을 보이는 3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비디오를 보는 것 자체가 학습 장애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텔레비전 및 비디오 가이드라인'을 보면 어린 시절 영상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뇌 발달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2세 이하의 아이에게는 아예 보여 주지 말라고 하고 있지요. 이 정도면 교육을 위해 유아용 비디오를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는 편하게 앉아서 화려한 자극을 받는 것이니 만큼 중독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중독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한번 보면 끝장을 보려하고, 못 보게 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요즘 소아 정신과에는 교육용 비디오를 보다가 비디오 자체에 중독되어 문제가 생긴 아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른 사람과 교류를 거부하는 비디오 증후군
어느 날 한 엄마가 딸이 발달 장애가 있는 것 같다며 30개월 된 여자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온 적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영어 비디오를 많이 봤다는 이 아이는 영어 단어는 곧잘 말하는 반면 다른 발달은 또래에 비해 무척 늦었습니다. 말도 많이 늦었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비디오 증후군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비디오 증후군이란 유아기에 영상물에 습관적으로 노출돼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고 지나친 시각적 자극을 받아 나타나는 유사 자폐증으로 위의 사례에서처럼 언어 장애가 생기거나 사회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등의 증세를 보입니다. 엄마의 의도대로 영어는 알게 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발달을 놓치게 된 것이지요.
저는 그 엄마에게 어차피 보여줄 거면 단순하게 행동과 말만 반복되는 비디오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것을 보여 주지 그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엄마의 대답이 너무 명확하더군요.
"그런 것은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스토리가 있으면 그나마 아이가 전체 줄거리를 생각하며 보기 때문에 학습 비디오보다는 위험성이 덜합니다. 그런데 그 엄마는 '학습'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아이의 발달이 지체되는 것을 방치한 것입니다.
우선은 그 아이에게 한 달 동안 비디오를 못 보게 하고 심리 치료와 언어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아이의 표정이 살아났습니다. 두 달 뒤에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석 달 뒤에는 엄마 아빠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호전되었습니다.
소아 비만에 걸릴 확률도 높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푹 빠진 아이들은 언어나 사회성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소아 비만입니다.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할 나이에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 바라보고 있으니 살이 찔 수밖에요.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잘 먹습니까? 좋아하는 것도 피자, 햄버거, 콜라 등 살찌는 음식들이죠. 알다시피 소아 비만은 어른의 비만과 다릅니다. 어른의 비만은 세포의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아이의 비만은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한번 비만이 되면 회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는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매체입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교육을 잘 시키기 위해 만든 매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엄마들은 '미디어 세상인데 어느 정도 접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라고 하는데 그것은 엄마 편하자는 소리일 뿐입니다. 엄마가 노력하면 미디어가 보여 주는 것보다 더 큰 세상을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 학회가 제시한 올바른 텔레비전 시청 요령
시간을 정한다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시간을 합쳤을 때 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가정에서 텔레비전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
거실 가구를 텔레비전 중심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시청 계획을 미리 세운다
신문에서 텔레비전 편성표를 미리 보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할 때만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 시청을 상이나 벌로 이용하지 않는다
착한 일을 했을 때 텔레비전을 보여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아이는 텔레비전을 소중한 물건으로 인식하게 된다.
대안을 마련해서 부모가 함께 한다
운동, 독서, 그림 그리기 등 텔레비전 시청 외에 아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인다
부모가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아이도 텔레비전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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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이가 텔레비전과 비디오 없이는 못 살아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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