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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화가 나고, 행여 아이에 관해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하루 종일 엄마 마음은 지옥 같습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 만큼만 자라 주면 좋겠는데, 엄마 뜻을 매번 거스르는 아이를 대하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아이에게 무슨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물어보지만 그때마다 듣게 되는 답은 다 다릅니다. 아이는 원래 다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엄마가 잘해 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얼른 고쳐 주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겁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민을 하다 전문 기관을 찾아볼까 생각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엄마들에게 소아 정신과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소아 정신과는 아이의 발달을 돕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소아 정신과의 명칭이 '발달 의학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소아 정신과가 아이의 심각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소아 정신과는 아이가 인지·정서적으로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주변에서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등 아이의 발달과 관련한 모든 것을 다룹니다. 그것은 정신 질환의 치료에서도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아이의 생활 전반을 다루지 않고서는 그 어떤 병도 완치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소아 정신과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두 번째는 아이가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아이가 혹시 '내가 정신과에 올 만큼 문제가 있구나' 하는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운 것이지요. 하지만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는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성장기에 발달 검사를 받은 경모와 정모
저는 경모와 정모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와 그 3~4년 뒤에 발달 검사를 시켰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정상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엄마로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리고 저는 두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신과를 가는 것이 부자들의 특권이란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가는 것처럼 마음에 문제가 있을 때에도 병원을 가야 하는데, 당장 돈이 없으면 정신과에 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지. 그러니 너희가 정신과에 갈 수 있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야."
그랬더니 언젠가 경모가 그러더군요.
"엄마 있잖아, 우리 반에 너무 화를 잘 내는 애가 있어서 내가 말해 줬어. 너도 한번 우리 엄마에게 검사 좀 받아 보라고 말이야. 그러면 화를 안 내게 될 거라고."
소아 정신과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진단받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조력자입니다. 아이에게 소아 정신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서는 엄마 자신부터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아이에게 왜 정신 건강이 중요한지 설명하는 것도 엄마의 몫입니다.
언제, 무슨 일로, 어떤 진단과 검사를 받을까
소아 정신과에서 진찰하는 연령은 0~18세입니다. 생후 5개월인 아이가 하루 종일 울기만 한다며 아이를 안고 저를 찾은 엄마도 있고, 어릴 때 저에게 치료를 받은 아이가 입시를 앞두고 불안이 심해졌다며 혼자 진단을 받으러 오기도 하지요.
소아 정신과에 오게 되면 기본적으로 아이의 인지 능력과 성격, 부모의 성격과 양육 태도를 검사하게 됩니다. 아이의 발달은 부모의 양육 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검사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보다 세부적인 검사를 합니다. 이때 연령과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검사 방법과 종류는 다 다릅니다. 집중력의 경우 뇌 상태를 컴퓨터 검사로 정밀하게 분석하기도 합니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학습 능력 평가도 따로 하게 됩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정서 발달과 신체 발달이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신체 발달 검사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아이가 어떨 때 소아 정신과를 찾아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가 정상적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때, 주변에서 계속 도와주어도 아이 스스로 힘든 상황을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진단을 받으세요."
아이가 이유 없이 문제 행동을 할 때 '크면 좋아진다'라며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지능이 발달하고 사회성도 생겨서 자연스럽게 문제 행동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러나 그것도 엄마나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얘기입니다. 혹 엄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괜찮다고 한다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이므로 엄마 스스로의 판단을 따르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는 되도록 빨리 도움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4세에 반항기가 있는 아이를 치료하는 것과 4학년이 되어서 완전히 반항기가 굳어 친구를 때리고 어른한테 화내는 아이를 치료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항기가 처음 보일 때라면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치료가 나중에 하게 되면 2년이 넘게 걸립니다. 반항기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가끔 약물 치료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보이는 엄마도 있는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강박증, 틱장애 등은 대개 뇌 기능적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생각처럼 크지 않습니다. 그 밖에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문제들은 놀이 치료와 상담 치료, 집단 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학습 장애가 있는 아이의 경우 전문적인 학습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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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문제 많은 우리 아이 병원에 가 봐야 할까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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