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세 돌까지는 일대일로 안정적 보육을 해야

어느 날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데리고 한 엄마가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가 엄마를 멀리하는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우리 아이는 저만 보면 화를 내요.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할머니 품에 안겨서 제게 화를 내며 물건을 집어던지고 원망의 눈빛을 보내곤 해요. 생후 3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서 그러는 건지, 엄마 보기가 힘들다고 투정을 하는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와 놀아 주려고 할 때 이런 과민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엄마는 맞벌이로 정말 바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하긴 이 땅의 부모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맞벌이 때문에 젖도 떼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가정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환경 속에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아이와 엄마의 애착 형성입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부모가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 주며 안정적인 보육 환경을 제공해야 아이는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안정된 정서를 갖게 됩니다.

만약 부모가 이런 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를 대신할 사람과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의 주 양육자가 바뀌지 않고 안정적인 보육 환경이 제공된다면 대부분의 아이는 안정된 정서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면 아이를 적어도 세 돌까지 안정적으로 돌봐 줄 주 양육자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엄마의 경우에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생후 3개월이면 어린이집을 보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죠. 주 양육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어야 할 시기에 한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죠.

애착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의 특징

주 양육자와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을 '불안정 애착'이라고 합니다.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들은 5~6세가 되어서도 많은 스킨십을 요구하고,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각종 행동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의사 표현이 미숙해 칭얼대고,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 발작'을 보이기도 하지요.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해 폭력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는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 아이와 달리 적응 능력이 떨어집니다. 불안정 애착으로 인해 엄마에게 늘 반항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때문에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지요. 또 엄마가 무섭고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보입니다. 이 경우 역시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애착의 문제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애착이 처음 형성되는 초기 3년까지는 아이와의 확고한 애착 형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생후 3년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기본 원칙은 아이의 애착 행동에 적극 반응하는 것

병원을 찾은 그 엄마에게 애착 형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제부터라도 애착 형성을 위해 노력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애착 형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아이의 모든 행동과 말에 반응해 주는 것이 애착 형성의 기본'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태어나서 세 돌까지의 최대 발달 과제는 애착 형성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와 애착 형성을 위해 부모만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이것을 '애착 행동'이라고 하는데, 엄마를 찾으며 울고, 엄마와 눈을 맞추고,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는 등 애착 형성을 위한 다양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일상적인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애착 형성을 위한 노력인 셈이죠.

이러한 애착 행동은 아이의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존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고, 미소 짓고, 울고, 발버둥치는 것은 엄마로 하여금 껴안아 주고, 음식을 주고, 기저귀를 갈게 하지요. 이렇듯 아이는 애착 행동을 통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엄마의 보호를 끌어냅니다.

그러므로 애착 형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애착 행동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울면 달려가고, 엄마에게 뛰어오면 번쩍 안아 주고, 엄마와 눈을 맞추고 싶어 하면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세요. 엄마가 아이의 애착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기 힘든 상황이라면 아빠가, 아빠 역시 힘들다면 대리 양육자가 대신해 주면 아이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애착의 질이 높아집니다

정상적인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있고, 부모 사이가 원만하며, 안정적으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일 때 무리 없이 애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입니다. 엄마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애착의 질이 달라지지요.

엄마가 자주, 오랜 시간 아이를 돌보고 재미있게 놀아 주는 행동은 애착 형성을 촉진시킵니다. 이 같은 엄마의 양육 행동은 엄마의 심리적·신체적 건강 상태, 부부 관계 만족도, 경제적 여건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의 문제와는 별도로, 엄마가 먼저 안정적이고 행복해야만 아이 또한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거지요. 엄마가 우울해하거나 슬퍼하고 있으면 아이와 정상적인 애착을 쌓을 수 없습니다.

애착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애정 표현법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는 알지 못한다. 애착 형성을 위해서는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애정 표현을 해 주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애정 표현을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몸으로 하는 애정 표현, 스킨십

꼭 안아 주기, 부드럽게 머리 쓰다듬어 주기, 등을 토닥토닥해 주기, 얼굴과 몸에 뽀뽀해 주기, 간지럼 태우기,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스킨십 나누기, 볼 맞대고 비비기

말로 하는 애정 표현

"사랑해"라고 자주 이야기하기, "너는 최고야"라고 이야기하기, 아이의 좋은 행동에 대해 "잘했네"라고 칭찬하기, 아이를 존중하며 부드럽게 이야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