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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산후 우울증

많은 산모들이 아이가 태어나고 3~5일 사이에 약간의 우울증과 긴장을 느끼며, 이유 없이 울고 싶어지는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를 '베이비 블루(Baby blue)'라고 하는데 이 같은 우울증은 아이를 낳고 나서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나타납니다. 사람에 따라 잠깐 보이다 사라지기도 하고 몇 주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산모의 50~70%가 이 베이비 블루를 경험하고 그 중 10~15%는 몇 주 동안 무기력과 우울을 겪으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데, 이것이 본격적인 '산후 우울증'입니다.

산후 우울증이 생기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모든 일이 귀찮고 짜증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식욕도 없고 잠도 잘 오지 않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소화불량이나 답답증, 손발 저림 같은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아이를 쳐다보기도 싫어집니다. 열 달 동안 준비를 해 왔지만 아이를 보는 순간 엄마로서의 자신감이 없어지고, 아이와 남편이 미워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 죽고 싶은 충동까지도 느끼게 됩니다.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산 전에 예상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산후 우울증으로 옮겨 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뜻대로만 되는 게 인생이던가요? 오히려 뜻대로는 절대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요. 출산이나 육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꼭 자연분만해야지 결심하고 준비한다고 100% 다 자연분만하게 되나요? 자연분만을 원해도 위험하면 제왕 절개 수술을 해야 합니다. 나는 절대 모유 수유해야지 한다고 모유 수유에 성공하나요? 초기 대응을 못 해서, 혹은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아서 모유 수유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든 건강하고 순한 아이를 낳고 싶지요. 하지만 아이가 저체중일 수도 있고, 뜻밖에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도 있고,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육아에도 역시 뜻밖의 고난과 역경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에 완벽을 기하고 싶은 엄마들은 자신을 다그치게 되고 무능한 자신 때문에 절망하여 우울증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우선 걱정을 줄여야 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지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떨치세요. 이 세상에 완벽한 육아란 있을 수 없습니다. 완벽한 어머니상을 만들어 놓고 미리부터 겁을 내고 절망할 필요도 없지요.

또한 남편과의 관계를 더욱 확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남편과 갈등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억울함, 분노, 짜증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부부 사이가 원만치 않은데 힘든 육아가 즐겁고 보람되게 느껴질 리가 있겠습니까? 또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거나, 육아를 하는 엄마를 지지해 주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느끼지요. 새로 태어난 아이만큼이나 엄마 역시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남편과 가족들의 도움입니다.

엄마로서의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세요

아이를 낳고 많은 엄마들이 느끼는 막막한 기분의 기저에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은 사라지고 없다는 절망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낳으면 육아를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에게 집중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인생은? 나의 꿈은?'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허무감을 느끼게 되지요. 사춘기 때처럼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때 육아에 대한 보람과 의미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이 그저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허무감에 빠지면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육아 자체가 몹시 힘이 들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듯 엄마가 엄마로서의 삶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성장한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랬을 때 아이도 엄마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우울하면 아이가 더 힘이 듭니다

산후 우울증에 걸렸다면 모든 일을 자기 손으로 완벽하게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가족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힘든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뿐입니다.

가족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눈물 바람인 산모가 걱정스럽고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만 산후 회복기의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산모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산후 우울증을 겪는 엄마 중 10%가 정신 장애를 겪게 되는데, 가족의 이해와 도움의 부족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산후 우울증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이입니다. 출생 후 1년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기에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아이의 다양한 반응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아이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애착'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흔히 애정 결핍증이라고 불리는 '불안정 애착 관계'에 이르게 되지요. 불안정 애착 관계에 놓인 아이는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것은 물론, 사회성 발달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산후 우울증이 심할 때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그냥 방치하면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