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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 심리백

조기교육, 정말 시켜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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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5~6세(49~72개월)

대한민국 부모들 중 조기교육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부모는 없습니다. 아이가 한두 살 때야 그저 건강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다가도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점점 고민이 많아지지요. 좋다는 교육은 왜 이리 많고, 지금 안 가르치면 안 된다고 겁을 주는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요. 조기교육, 과연 얼마큼 효과가 있을까요?

정상인 아이를 문제 있는 아이로 몰아가는 조기교육 현실

얼마 전 여섯 살 아들을 둔 한 엄마에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조기교육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그 엄마는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 방문 학습지 하나를 시켰다고 합니다. 처음 학습지를 해 봐서 그런지 아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다고 해요. 그것만으로도 됐다 싶어 진도나 숙제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선생님이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아이가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다며 전문의 상담을 받아 보라고 했답니다. 인지 장애 같은 심각한 병명까지 들먹이면서 말이지요. 그 엄마 말로는 아이는 글자를 잘 몰라도 동화책을 읽어 주면 무척 좋아하며, 자기가 궁금한 것은 꼭 질문을 하고, 유머 감각도 있어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 말대로 그 엄마는 아이에게 정밀 검사를 받게 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아이를 키운 것인지 모른다는 자책감도 느끼면서 말이지요.

제가 진료를 해 보니 전혀 문제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엄마 역시 아이의 성장 발달을 충분히 고려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어, 이대로만 계속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이 있는 아이였지요.

하지만 잘못된 조기교육 풍토가 이렇듯 멀쩡한 아이들까지 문제가 있는 아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고 잘하면 영재,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이런 어른들의 횡포에 상처받는 것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과도한 조기교육, 발달 장애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발달 장애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최근에는 조기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조기교육으로 인해 사회성이나 정서 발달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지요. 아이의 집중력과 지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지적인 교육에 치중하다 보니 그 나이에 이루어져야 하는 사회성 발달이나 정서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부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기교육은 아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늦게 재능을 발휘하는 'Late Bloomer'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엑스선을 발명한 뢴트겐,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 처칠, 세균학의 선구자 파스퇴르, 발명왕 에디슨. 이런 위인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유년 시절 공부를 못한 것은 물론이고, 발육 부진에 학습 장애, 심지어 미숙아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인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지진아'에 속했던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지요. 어릴 때는 아주 모자란 아이였다는 점,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점,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능력을 드러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과학적인 해답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른바 'Late Bloomer(늦게 꽃피는 아이)'라는 것이지요. Late Bloomer는 어렸을 때는 별볼일 없다가 자라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Late Bloomer들이 영재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기교육 열풍은 이런 Late Bloomer에게 치명적입니다. 스스로 꽃을 피울 때까지 부모와 교육기관들이 도대체 그냥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지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교육이 들어가면서 Late Bloomer들은 그 시작부터 고통을 겪습니다.

Late Bloomer들은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꽃은커녕 싹조차 제대로 틔우지 못하게 됩니다. 사회적 편견과 조기교육 열풍에서 이런 Late Bloomer를 보호하는 것은 바로 부모의 몫입니다. 아이가 뒤처진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는 Late Bloomer의 가능성이 있고, 이것을 살려 주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자 기쁨입니다.

배운 것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중요

새로운 것을 습득함에 있어서는, 응용 발전이 가능하도록 배운 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어 끝나면 영어, 영어 끝나면 태권도, 태권도 끝나면 피아노……, 이렇게 쉴 틈 없는 일정은 아이 스스로 뭔가를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낄 여유를 앗아갑니다.

아이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제 나름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양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 양을 초과할 경우 아무리 공부를 시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부모 생각에 약간 부족한 듯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여백이 생겨야 아이가 배운 것을 갖고 혼자 궁리도 해 보고 생활과 연결도 해 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함께 길을 가던 아이가 갑자기 가게 간판을 읽어 엄마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가르친 적도 없는데 "저거 '소'자 맞지?" 하며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이 바로 아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결과입니다. 언젠가 책에서 본 글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불현듯 생활에 적용시키는 게 아이들의 특성이지요. 여러 가지 교육을 시키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충분히 배우고 익힐 시간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조기교육과 관련한 터무니없는 주장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를 놓고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고민하는 것은 마치 상식처럼 알려진 조기교육과 관련한 주장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기교육의 허와 실, 분명히 알고 넘어가자.

인간의 뇌는 3세 이전에 완성된다?

이는 겨우 옹알이를 하는 아이에게 이런저런 교재 교구를 들이밀고 있는 유아용 교재 교구 회사들의 대표적인 주장이다. 인간의 뇌는 워낙 복잡하고 신비해서 그 변화와 발전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자료를 보면 인간의 뇌가 3세 이전에 완성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이론이며, 사춘기까지 계속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고 한다.

또 하나 확실한 것은 어린 시절 뇌 발달에 있어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감각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각이나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 기관에 장애가 있어도 일정 시기가 되면 세상에 대한 심상(心像)을 갖게 된다. 즉 시청각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에 어떤 외부적인 자극 없이도 발달해 가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추론하는 발달론자들도 많다.

유아기에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뇌 발달 연구를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뇌를 인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아직까지 확언할 수 없다.'

우리가 아직은 알지 못하는 뇌의 능력이 바로 잠재력이다. 유아용 교재 교구 회사들은 이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 교재 교구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미 잠재력이라 할 수 없다. 잠재력이란 말 그대로 숨어 있는 능력, 그래서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능력이다.

세균학 연구의 선구자 파스퇴르는 그가 스무 살 때까지만 해도 자신은 화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의 대학 시절 화학 성적은 20명 중 15등이었다. 이처럼 잠재력의 실체가 어떤 것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유아기에 학습 자극을 주어야 좋다?

조기교육 옹호론자들은 갓난아이 때부터 다양한 학습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발달론자들은 유아기에 함부로 자극을 주는 것이 아이의 자연스러운 뇌 발달을 막고 잠재력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아기의 뇌는 어떤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필요한 자극을 찾아가며 발달한다. 기어 다니는 아이들이 이것저것 들쑤시며 만져 보려 하는 것이 바로 그런 행동이다. 따라서 유아기에는 이런 행동을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충분하다. 현재까지는 아이들의 뇌 발달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안 건드리는 것이 좋다.

아이가 남보다 뒤처지면 일단 가르쳐야 한다?

발명왕 에디슨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학교 공부를 하기에는 지능이 모자라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그때 에디슨의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에디슨을 다그치고 이런저런 교육을 시켰다면 '발명왕' 에디슨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디슨이 평생 발명에 매진하고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의 재능이라기보다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에디슨을 보호하고, 격려해 주며 끝까지 기다려 준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로부터 세상에 대한 믿음과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그 힘을 기반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제발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무리한 조기교육을 감행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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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아이 심리백과
아이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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