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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 심리백

형제끼리 다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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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형제들은 애초부터 서로를 아낀다고 생각하지만 형제애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엄마들에게 형제 사이를 들어 '남편을 사이에 둔 본처와 첩' 같은 사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큰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 사랑과 관심을 빼앗기는 것 같아서 시기하고, 동생 역시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심술을 부립니다. 그러니 부모의 사랑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라고 보는 게 맞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형제의 관계가 좋으려면 둘의 터울이 적어도 3년 이상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키워야 한다고 1~2년 터울로 둘째를 낳기도 하는데, 이 경우 큰아이가 둘째를 '돌봐 주어야 할 존재'로 인식할 만큼 정서 발달이 되지 않아 괴롭히고 못살게 굴기 쉽습니다. 엄마가 보지 않을 때를 틈 타 몰래 꼬집고 때리거나, 형 노릇을 한답시고 사사건건 방해하며 기합을 주는 식으로 말이지요.

동생을 본 형의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큰아이 입장에서는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 동생을 괴롭히는 것인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럴 경우 큰아이를 혼내고 야단칩니다. "형이 되어 가지고", "언니답지 못하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큰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특히 큰아이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가 평소보다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요. 갓난아이인 둘째를 보는 것이 힘이 들어 큰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동생을 다른 사람과 함께 돌보고 엄마는 형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시기에 큰아이를 엄마 곁에서 억지로 떨어트려 놓는 것은 큰아이에게 동생에 대한 첫인상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아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또한 큰아이에게 동생을 돌보게 하여 동생의 의미를 인식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동생은 나보다 약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만약 이때 큰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어 주지 않으면 퇴행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소변을 지리고, 동생의 젖병에다 우유를 먹으려고 합니다. 밥도 저 혼자 안 먹고 먹여 달라고 떼를 쓰지요. 그럴 때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그냥 두세요. 마음의 갈증이 풀리면 제 스스로 행동을 멈출뿐더러, 몇 번 하면 불편해서라도 그만두게 됩니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마음도 편치 않기 때문에,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라는 따뜻한 말로 위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혀 다른 두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동생 입장은 어떨까요? 둘째를 키울 때 엄마들은 큰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아이를 키웁니다. 큰아이를 키우던 것이 리허설이라면, 둘째를 키우는 것은 본공연이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큰아이를 키우며 깨닫게 된 방법을 교훈 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둘째에게도 적용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참고할 수 있을 따름이지요.

보통 둘째는 형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저도 하겠다고 나섭니다. 형의 장난감이나 인형을 빼앗으려 들고, 형이 어린이집에 가면 저도 가겠다고 따라나섭니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이를 이용해 아이를 가르치려고 해 결과적으로 형제간의 경쟁 심리를 부추깁니다. "형은 저렇게 잘하는데" 하면서 말이지요.

동생 입장에서 형은 저보다 먼저 태어나서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넘을 수 없는 존재인 형을 따라잡기 위해 동생은 늘 힘이 들지요.

저는 두 아이를 키울 때 처음부터 경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하다못해 책 한 권을 사도 각자의 성격과 관심에 맞는 것을 골라, 따로 가질 수 있도록 했지요.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각각 다른 곳으로 보냈습니다. '누구의 동생 누구', '누구의 형 누구'로 불리며 비교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남과의 경쟁에 시달리게 될 아이들입니다. 안 그래도 서로 다툴 수밖에 없는 형제끼리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행동 그 자체만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지금 사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쓰는 중이니, 겉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아이를 나무라서는 안 됩니다.

혹시 형이 동생을 너무 잘 돌본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충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증을 다른 형식으로 풀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 살펴보세요. 또한 부모가 두 아이를 대할 때 정말 각각에게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도 되짚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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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아이 심리백과
아이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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