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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2세(13~24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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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자고 해도 "싫어!", 옷을 입고 나가자고 해도 "싫어!", 그림책을 보여 준대도 "싫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아는 단어가 '싫어'라는 한마디뿐인 것처럼 '싫어'를 연발합니다.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고 반항하는 아이에게 부모 기분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싫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놔두면 또 울면서 난리를 치니 엄마 속이 속이 아니지요. 꼬마 반항아 때문에 엄마들은 하루 종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기 일쑤입니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싫어"라는 말은 엄마로부터의 독립 선언
아이가 "싫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더 이상 어제의 아이가 아닙니다. 엄마에게 의존하던 상황을 벗어나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니까요. "싫어"라는 말은 엄마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아기처럼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진료를 하다 보면 이제 막 반항기에 들어선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운 세 살', 미국에서는 '끔찍한 두 살(Terrible Two)'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죠.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전에는 아이가 재롱부리며 엄마 말을 잘 따라 더 할 수 없이 예뻤는데 이제는 재롱은커녕 말끝마다 "싫어", "아니야"를 연발하니 화가 나기도 한다고요.
그런데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흐뭇하기 그지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기 발달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 가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지요. 저도 경모, 정모를 키우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곤 합니다.
"지금 아이는 자기 발달 단계를 잘 밟아 가고 있습니다. 자아 형성을 위해 한창 뭐든지 쑤셔 보고,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우길 때입니다. 그렇게 해야 아이가 다음 발달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나 죽었다' 하고 다 받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돌을 넘긴 아이들은 자기 혼자 걷고,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제는 엄마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원하는 곳으로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입니다.
또한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사물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데, 이때 이전에는 손이나 감각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느낌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머리로 생각하고, 의사 표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가히 혁명이라고 할 만한 변화입니다.
이러한 운동 능력과 사고 체계의 발달은 곧 자기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무엇이든 혼자 하고 싶어 하고 어른이 도와주면 싫어하며, 요구가 통하지 않는다고 심하게 화를 내고 떼를 쓰기도 하지요. 세수를 시키려고 해도 혼자서 하겠다고 엄마 손을 뿌리치고, 숟가락을 잘 잡지도 못하면서 한사코 혼자 밥을 먹겠다며 고집을 부립니다. 행여 엎지를까 봐 엄마가 잡아 주려고 하면 막무가내로 혼자서 한다고 우겨 대지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독립을 시작했다고 해서 그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와 분리되어 무엇이든 혼자 하려고 하다가도 어느 날은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놀이방에 잘 가다가 갑자기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엄마 앞에서 까불까불 재롱을 부리다 어느 순간 엄마를 때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것은 엄마와 한 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불안과,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엄마로부터 독립은 해야겠는데 그것이 뜻대로 잘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 붙어 있을 수도 없고 완전히 떨어질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이때는 아이에게 '네가 어떻게 하더라도 엄마는 네 옆에 있을 거야' 하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그러나 아이는 더 힘들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뜻대로 안 되고, 의사 표현도 잘 안 돼 아이는 속이 답답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아이보다 훨씬 성숙한 어른이 감싸 주고 받아 줄 수밖에요.
자율성과 독립심을 키워 주세요
이때부터는 부모의 양육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약한 아이를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제멋대로 하려는 성향이 강해 부모가 간섭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아이 스스로 하려는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대신 아이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도와주고, 성공했을 때에는 아낌없이 칭찬하고 보상해 주세요.
만약 아이가 실수를 했다고 야단치거나, 고집만 부린다며 윽박지르거나, 엄마가 해 주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스스로 해 보려는 의지 자체를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부모를 골탕 먹이는 행동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야단을 치면 음식을 쏟아 버리는 등 일부러 얄미운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이제 아이가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 비꼬는 투로 이야기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가 먹여 주겠다는데도 싫다며 혼자 먹으려 하다가 밥을 엎었다고 해 봅시다. 이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엄마가 해 준다고 했잖아" 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최악입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의 독립 욕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자아 형성을 다음으로 미루게 됩니다.
24개월, 아이 반항의 절정기
"싫어", "아니야"로 시작된 아이의 반항 행동은 24개월 즈음에 절정을 이룹니다. 24개월이 가까워지면 아이는 성인에게서 볼 수 있는 정서를 거의 모두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뚜렷한 자의식이 생겨서 반항도 더 심해지는 것이죠. '미운 세 살'이 언제 끝나나 싶어도 지나가면 또 금방입니다. 아이의 반항을 지능 발달과 다양한 정서의 분화 과정으로 여기면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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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싫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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