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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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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본 집에서는 동생을 괴롭히고 때로는 퇴행 현상을 보이는 첫째 때문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출산 후 몸이 피로한 엄마는 둘째를 돌보기도 버거운데 첫째까지 이상 행동을 하면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 손 두 발 다 들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어떤 엄마는 둘째를 낳고 나니 '갓난쟁이 쌍둥이를 키우는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갓난아이를 안은 엄마의 눈에는 다 큰 아이처럼 보이는 첫째가 아기처럼 굴기 때문이지요.
동생을 본 첫째의 마음속을 들여다볼까요?
첫째가 두 돌이 넘었을 때 둘째를 낳은 엄마들은 첫째에게 많은 기대를 합니다. 이제 걸어 다니고 말도 제법 하는 첫째를 보면 무척 큰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첫째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합니다. "동생이니까 네가 많이 돌봐 줘야 해", "동생 다치니까 장난감은 저쪽에서 가지고 놀아", "동생 자니까 조용히 해" 등 벌써부터 동생을 위해 희생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첫째는 아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동생을 본 첫째의 마음속을 들여다볼까요?
어느 날 엄마와 아빠, 첫째가 사는 집에 아기가 들어왔습니다. 아기는 말도 못하고 똥오줌도 아무 때나 싸 댑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통 아기만 쳐다보고 웃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아기를 좋아하며, 놀이방 선생님과 친구들도 아기 이야기만 합니다.
첫째는 이제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아기가 배고파 울면 엄마는 아기에게 달려갑니다. 첫째가 배고프다고 하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첫째가 놀아 달라고 하면 엄마는 아기 기저귀 갈아 주고 조금 이따가 놀아 준다고 합니다. 엄마에게는 '조금'이 짧은 시간이지만 첫째에게는 하루해보다 길게 느껴집니다.
첫째는 자신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아기가 밉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도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그래서 그 화를 풀기 위해 아기를 괴롭히게 됩니다.
이 시기 동생을 본 아이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스트레스는 동생에 대한 질투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형제간이 잘 놀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형제는 '한정된 부모의 사랑을 두고 필연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특히 큰아이와 작은아이 사이의 터울이 짧거나, 한 아이가 아파서 다른 형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경우에는 형제간 갈등이 심해집니다.
제 진료실에는 아이들의 심리를 진단할 때 쓰이는 조그만 아기 인형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살 어린 동생을 심하게 괴롭혀 늘 엄마의 지적을 받는다는 아이가 진찰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 아이는 진료실에 있는 인형을 보자 집어던지고, 아기 인형의 귀를 물어뜯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제가 부모의 사랑을 두고 다툴 수밖에 없는 형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 엄마는 저렇게까지 가슴에 깊은 상처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동생에 대한 시샘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동생을 때리거나 아기 인형을 깨무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내곤 합니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났을 경우 더 세심하고 깊은 사랑으로 첫째를 돌봐야 이와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퇴행 현상'으로 자기 마음을 나타내는 첫째
식구가 많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아이가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부모로만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형은 동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목숨을 걸고 다퉈야 할 연적'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형제가 있는 집안에서 그 관계가 형, 동생, 엄마의 삼각 구도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때 큰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퇴행 현상'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엄마가 먹여 주지 않으면 밥을 안 먹으려 한다거나, 동생의 젖병을 낚아채 자기가 빨아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엄마가 보기에는 속 터지는 행동이지만 이때 절대 야단을 쳐서는 안 됩니다. 큰아이가 원하는 대로 먹여 주고, 큰아이용으로 따로 젖병을 마련해 둘째에게 우유를 먹일 때마다 함께 주는 식으로 배려해 줘야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하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퇴행 행동을 그만두게 됩니다. 엄마가 밥을 먹여 주면 자기가 먹을 때보다 불편하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으면 빨리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알아서 멈추는 것이지요.
이때 만일 퇴행 행동을 못 하게 하면 아이는 자신의 바람을 엄마가 무시했다는 생각에 더 심한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아이처럼 말이죠. 그리고 나중에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나타날 확률도 높습니다. 엄마가 혼을 내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생각이 있으면 친구를 사귈 때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친구 역시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거나,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않은 사랑을 친구에게서 얻으려 하거나, 마음에 쌓인 분노를 친구에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형제간의 터울은 2~3년이 적당
첫째를 낳은 엄마들에게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얼른 둘째 낳아야지. 한꺼번에 낳아서 빨리 키우는 게 좋아"라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좋은 방법인지 몰라도 직접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첫째 아이에게는 좋은 것보다는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습니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큰아이를 낳은 후 몸을 회복하고 육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큰아이가 채 걷기도 전에 둘째를 가지면 육아 스트레스에 임신기 우울증까지 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둘째를 낳고서도 지속되고요. 큰아이 역시 동생이 생기는 새로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불안함, 즉 분리 불안을 겪을 시기에 동생을 보게 되면 분리 불안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어렵습니다. 더욱 엄마를 찾고 의존적이 될 수 있지요.
여자 아이는 정서적 성숙이 빨라 두 돌 이후면 동생을 보아도 괜찮지만 남자 아이는 적어도 3세가 넘었을 때 동생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2~3년 정도의 터울이면 무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출산 후에는 첫째에게 더 신경을 쓰세요
하지만 형제간의 터울 조절은 둘째를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미 동생이 있는 경우에는 둘째를 낳은 후 6개월 동안은 큰아이 위주로 생활해야 합니다. 보통 둘째가 태어나면 엄마는 첫째보다 둘째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산후 조리를 하는 동안 큰아이를 시댁에 맡겨 놓거나, 집에 함께 있어도 떨어트려 놓곤 합니다. 하지만 이때 큰아이가 받은 충격은 두고두고 남게 되므로 큰아이를 대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는 둘째를 다른 사람이 보게 하고 엄마는 큰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큰아이가 동생이 '엄마 사랑을 빼앗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지요. 저는 정모가 태어났을 때 무심코 경모가 썼던 아기 이불을 꺼내 덮어 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보고 경모가 "왜 내 거를 주는 거야" 하며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경모에게 아기 이불을 주고, 정모에게는 큰 담요를 접어서 덮어 주었답니다.
정모의 백일 사진을 보면 더합니다. 정모의 백일인지 경모의 생일잔치인지 헷갈릴 정도로 경모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백일 상 앞에도 정모보다는 경모가 앉아 있는 사진이 많고, 엄마 아빠와 찍은 사진 속에서도 경모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고요. 전 동생이 태어났어도 경모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큰아이에 대한 배려를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동생을 미워하고 문제 행동을 보이는 큰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자주 사랑을 표현해 줘야 합니다. 둘째를 보살필 때는 큰아이와 함께 해 보세요. 젖을 먹을 때 가제 수건을 가져오게 하거나, 기저귀를 함께 갈아 주면 큰아이는 동생은 말도 못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첫째가 동생을 때리는 이유
질투심의 표현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어찌할 바를 몰라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우월감의 표현
자신이 동생보다 크고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때리게 된다.
분노의 표현
동생 때문에 엄마에게 혼이 많이 난 아이들은 동생을 때림으로써 화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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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어린 동생을 못살게 굴어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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