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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친구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것은 아이의 문제는 대개 엄마가 만든다는 점입니다. 엄마의 조급증과 불안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아이를 하루아침에 문제아로 만들곤 하지요.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문제도 그렇습니다. 생후 12~24개월의 아이에게는 아직 친구라는 존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활동하는 영역이 부쩍 넓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에게는 엄마가 가장 중요하고, 엄마가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또래 친구를 봐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요. 함께 어울려 노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엄마 옆에 와 있기 일쑤이고, 재미있는 물건이 앞에 있으면 옆에 친구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가지고 노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친구와 어울려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시기의 사회성 발달이란 나와 비슷한 또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입니다. 아이가 이 시기를 거쳐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친구 앞에 세울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하세요.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야 잘 어울려 노는 능력도 생깁니다. 이는 마치 나무를 심기에 앞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베풀 줄도 안다고, 엄마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친구에게도 그 사랑을 베풀 줄 알고 시키지 않아도 더불어 살 줄 알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전할 때의 일관성입니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서 엄청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렵지요. 하지만 엄마가 힘들다고 어떤 때는 아이를 예쁘다고 안아 주고, 어떤 때는 무관심하다면 아이는 안정된 정서를 형성해 나갈 수 없습니다. 아이가 만난 첫 번째 사람이 부모라는 점을 생각하세요. 아이가 이 첫 번째 사람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해야 다른 사람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맺게 됩니다.

또래와 만나는 걸 서두르지 마세요

또래와 만나는 기회를 만들 때에는 서두르지 말고,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집으로 또래 아이를 데려오거나 자주 보는 이웃과 교류를 가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천천히 익숙해지도록 해 주세요.

또한 이 시기의 아이는 '나'에 대한 의식은 강해도 '너', '우리'라는 개념은 아직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친구와 잘 놀다가도 서로 장난감을 갖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이때 엄마가 나서서 야단을 치거나 섣불리 중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지켜보되, 아이가 상처받거나 겁을 먹지 않도록 잘 달래고 위로해 주세요.

이 시기에 친구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무의식중에라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미안해", "고마워" 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