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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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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보낸 지 몇 달이 되었는데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매일 아침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며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그래 아이가 싫다는데 보내지 말자'라며 느긋하게 생각하다가도 '이러다 계속 가지 않으려고 하면 어쩌나?', '혹시 우리 아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이 다음에 학교 들어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며 복잡한 기분에 빠집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싫어해 벌써 1년 가까이 집에서 엄마와 지내고 있다는 42개월 유빈이. 유빈이 엄마는 아이가 집에 있을 때도 엄마가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면서 찾고, 달려가 안아 주면 몇 년 만에 만난 것처럼 더 서럽게 운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더군다나 5개월 된 둘째가 있어 엄마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들다며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부모와 애착 형성이 안 되어 나타나는 분리 불안
유치원에 간다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보면 집이라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엄마가 아닌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과 친구들을 좋아하며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아이들은 이런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어렸을 때 부모와 애착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 가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36개월까지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애정과 믿음을 쌓는 매우 중요한 기간으로 이때 형성된 애착은 이후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쌓은 아이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 엄마가 없는 곳에서도 잘 적응하게 됩니다. 반면 애착 형성이 잘되지 않은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는 것을 엄마에게서 버림받는 것으로 생각해 가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가정환경도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원인이 됩니다. 가정에서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엄마나 가족이 없는 공간에서는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어른이나 아이나 낯선 환경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은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유치원에 적응을 못하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면 '분리 불안 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유치원이 싫은 것이 아니라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으로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유빈이의 경우는 진단 결과 분리 불안 장애로 나타났습니다. 유빈이는 엄마가 맞벌이를 하느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집에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이 나타났고, 둘째로 인해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 분리 불안이 나타난 것입니다.
유치원 생활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유치원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아이가 왜 싫어하는지 이유를 따져 봐야 합니다.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학습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는지, 또래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는지,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를 잘 돌봐 주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등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확인해야 합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 아파할 수 있으므로 "뭘 그런 것 갖고 그러니?" 하며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유치원이 너무 학습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선생님의 자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유치원을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때에는 아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친구들 간에 갈등이 있을 때는 아이의 말을 잘 들어 주고, "너는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데?" 하며 아이와 함께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유치원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줄을 서거나, 수업 시간에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을 싫어할 수 있지요. 사회규범을 가르치는 일은 아이가 싫다고 하여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때는 규칙이 왜 필요한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이에게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필요한 행동 규칙을 익히게 됩니다.
헤어질 때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아이들 중에는 엄마와 떨어질 때는 심하게 울다가도 엄마와 떨어진 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 싶게 잘 노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 경우는 분리 불안이 아닙니다. 헤어지는 연습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것이지요. 이때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는 더 크게 울어 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한두 번 유치원에 가지 않게 되면 아이는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계속 울게 되지요.
유치원에 가기 전에 아이에게 왜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유치원에서는 무엇을 하게 될지, 엄마는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엄마가 언제 다시 오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세요. 이야기할 때는 다정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해야 합니다. 엄마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거나, 미안해하면 아이는 엄마와 헤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울며 떼를 쓰게 됩니다. 부모가 유치원에 꼭 가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지키면 아이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엄마가 아이와 헤어지는 것을 더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 아이들 틈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아직 어린애라 더 챙겨 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 아이와 헤어질 때 엄마가 먼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요. 그러면 아이 역시 엄마의 그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멀쩡한 아이도 유치원 가는 것을 힘들어하게 됩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을 붙들어 매고, 부모 품을 벗어나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아이를 이끌어 주세요. 그것이 아이에 대한 올바른 사랑입니다.
분리 불안의 최고 치료법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는 앞에서 이야기한 방법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어 분리 불안이 나타난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분리 불안은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지만 제2의 불안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쓸데없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되어 과잉 불안 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독립성을 가져야 할 나이에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어 친구를 사귀지 못합니다. 이때 또래 아이들 역시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를 어리게 보고 놀려고 하지 않아 아이가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됩니다.
이때의 최고의 치료법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 스킨십입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스킨십을 많이 요구합니다. 유아기 때 스킨십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스킨십을 원하게 됩니다.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아 주고, 물고 빨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있을 때는 다른 일은 접어 두고 오직 아이한테만 관심을 쏟아 주세요. 그와 동시에 조금씩 엄마와 떨어져 있는 연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친척이나 다른 가족과 생활하게 해 보는 것도 좋고, 이웃집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엄마 잠깐 저쪽에 갔다 올 동안 혼자 있을 수 있어?" 하고 물어본 후 다녀와서는 꼭 안아 주며 칭찬을 듬뿍 해 주시고요.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애착 형성이 잘 안 되어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해결됩니다.
병원에서는 주로 놀이 치료를 하게 됩니다. 아이가 치료사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엄마도 함께 들어와 아이와 같이 노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 아이가 치료사와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떨어지는 연습을 한 후 엄마 없이 치료사와 놀게 하세요.
남편, 시댁과 함께한 경모 키우기
까다로운 경모를 키우는 것은 초보 엄마인 나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창 병원일이 바빴을 때라 아이에게 소홀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경모는 심하게 보채면서 출근하는 나를 붙들고 매달리곤 했다. 그때 나는 '가슴이 아프다'라는 말을 절감할 만큼 실제로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아픈 아이를 뒤로 하고 출근을 할 때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경모는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힘들어했고, 그 때문인지 유치원 적응도 힘들어했다. 내가 과연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육아의 중심은 엄마인 내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힘에 부칠 때는 주변 사람들을 조력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엄마의 사랑만으로 아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방법은 경모가 남편이나 시댁 어른과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이보다 자기 일을 더 좋아했던 무심한 남편과 시부모님을 육아에 참가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와 내 아이를 위해서 참고 노력했다. 남편에게는 아이와 목욕하는 일, 함께 노는 일 등 쉬운 일부터 요구했다. 그리고 매년 휴가 때면 휴가 기간 내내 아이를 데리고 부산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 지냈다. 주말이면 아이 고모나 삼촌 집에 놀러 갔다.
그렇게 경모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랄 수 있었고, 경모 또한 또래 아이들과 달리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키워 갔다. 고모나 삼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이 충분해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경모는 씩씩하게 엄마와 떨어져서 유치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분리 불안 장애 체크리스트
1. 유치원에 보낼 때 울음을 터트린다.
2. 엄마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면 불안해한다.
3.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한다.
4.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5.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중 부정적인 일만 이야기한다.
6.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싫어한다.
7. 유치원보다 엄마와 있는 것이 좋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8.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
9. 유치원에 갈 때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10.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내일은 안 가겠다고 한다.
※이 중 체크 항목이 3개 이하면 정상, 4~7개면 주의를 요하는 상황, 8개 이상이면 분리 불안 장애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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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36개월 이후 아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해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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