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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돌이 넘어서도 엄마를 멀리하면 애착 장애

아이들은 두 돌 전까지는 주 양육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갑니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지 않고 할머니가 키우는 경우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고 따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은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엄마는 애를 잘 봐 주는 할머니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만약 애를 시골에 있는 시댁에 맡겨 놓고 오랜만에 찾아갔는데 애가 엄마를 너무 반기면 할머니의 양육 방식을 의심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의 애착 형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돌 반만 지나도 아이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그전까지는 자기를 돌봐 주는 사람을 무조건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시기쯤에는 확실히 구별하게 되지요. 때문에 이때는 자신을 길러 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도 아이는 엄마를 더 좋아합니다. 엄마가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거나, 엄마를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워하고 따르게 되는 것이죠. 헤어질 때는 떨어지기 싫어 울기도 하고요.

그런데 세 돌이 넘도록 엄마를 멀리한다면 이것은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주 양육자가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한다면 이것 역시 분명한 애착 장애입니다. 물론 아빠가 아이한테 너무 잘할 경우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따를 수 있습니다. 이때 엄마와 애착 정도는 아이가 힘들고 아플 때 누구에게 칭얼대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 돌이 지나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돌봐 주고, 아빠는 자기와 놀아 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놀고 싶을 때는 아빠에게, 배고프거나 아플 때는 엄마에게 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무엇이든 허용하는 할머니 VS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

할머니와 엄마의 태도 차이도 아이가 엄마를 멀리하는 이유가 됩니다.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아이에게 "안 돼"라고 하기보다 "그래그래" 하며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는 한 무엇이든 하게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지 않죠. 일례를 들어 사탕을 줄 경우 엄마는 이런저런 조건을 답니다.

"많이 먹으면 이빨 썩으니까 1개만 먹어."

"먹고 나서 꼭 양치해야 해."

반면 할머니는 아이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지요. 물론 치아 건강 면에서 봤을 때는 엄마의 태도가 옳지만 아이는 당연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는 할머니가 더 좋게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할머니와 엄마가 같이 있을 때는 할머니를 따르더라도, 할머니가 없을 때 엄마와 잘 놀면 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육아를 어려워하는 엄마가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곧 네 돌이 되는 딸아이가 너무 수줍어하고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찾아온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조차 친근함을 보이지 않아 매우 걱정하고 있었지요.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아이를 시댁에 맡겨 두고 주말에만 함께 지낸 것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어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클수록 엄마를 어려워하고 주말에 데리러 가면 가지 않겠다며 할머니 품에서 운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다행히도 아이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저 엄마가 좀 더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금방 좋아질 것 같았습니다.

"이제 아이를 데리고 오시지요. 매일 엄마 얼굴을 보면 아이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승진 시험만 치르면 데려오려고요. 그런데요……."

잠시 망설이던 엄마는 솔직히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겁난다며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아이를 평생 시댁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자신이 키워야 하는데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엄마 아빠와 떨어지면 울고불고하던 아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를 낯선 사람 대하듯 서먹해 하자 가슴이 아팠다고 해요. 그래서 '얼른 데려와야 할 텐데' 생각은 했지만 '좀 더 편한 부서로 옮기면', '아이가 기저귀만 떼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하면서 아이를 데려오는 시점을 점점 미뤄 온 게 벌써 2년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엄마가 아이와의 만남을 어려워하니 아이도 엄마를 멀리하게 된 것이지요. 이 엄마의 경우 부모로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무조건적 사랑이 해결책

할머니와 애착이 강해 엄마를 멀리하건, 엄마가 육아에 자신이 없어 해서 엄마를 멀리하건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지요. 할머니보다 더 큰 사랑을 주지 않으면 엄마로부터 떠나간 아이의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 많은 시간 아이와 놀아 주고, 더 많이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아이로 인해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때는 아이가 아무리 버릇없게 굴어도 그냥 봐줘야 합니다.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 아이에게 원칙을 강조하면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 충족된 후 훈육이 이루어져야 아이도 엄마 말을 믿고 잘 따르게 됩니다.

맞벌이 때문에 할머니에게 아이 양육을 맡겼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데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정도 매일 지지고 볶으면서 쌓여 가는 것이니까요. 앞서 상담했던 엄마에게도 육아에 대한 부담은 접어 두고 일단은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육아는 머릿속에서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아무리 생각해 봐야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맞는 육아법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엄마에게서 멀어진 아이가 엄마보다 더 간절히 서로 친해지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