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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5~6세(49~72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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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아이가 적응은 잘하는지, 수업을 잘 따라가는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노는지 걱정하며 시장 바닥에 유리그릇을 내놓은 것처럼 불안해할 때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 때문에 힘들다거나,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이 입장에서 문제 행동의 원인을 생각하기
저는 경모를 키우며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모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휴대폰 너머로 이 말을 들을 때면 정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저는 유치원 선생님이 경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만사 제쳐 놓고 달려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지 자세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경모 입장에서 생각해 봤지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유치원 선생님의 이야기와 저의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 경모가 다른 아이와 어울리지 않고 장난감 기차만 가지고 놀아요.
엄마 생각 : 경모가 한창 장난감 기차에 빠져 있어, 친구보다 기차가 더 좋았나 보다.
유치원 선생님 : 1년 동안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할 때 참여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엄마 생각 : 기질이 예민해서 모래를 만지는 것이 더럽다고 생각했구나.
유치원 선생님 :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고 딴 짓을 해요.
엄마 생각 : 집중력이 약한 것은 아이 잘못이 아니지. 아니면 수업 내용이 재미없었을 수도 있고.
유치원 선생님에게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이처럼 아이 입장에서 문제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말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유치원 선생님이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려면 부모가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기질, 행동 특성 등을 알아야 그 속마음도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보이고 늘 지켜봐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내 아이 보호에 나서세요
문제 행동의 이유를 알았으면 이제는 해결 방법을 모색할 차례입니다. 아이의 기질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면 선생님의 지적으로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스스로부터건 외부로부터건 성장기의 아이들은 상처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무언가 견뎌 내고 이겨 내는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유치원에서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기차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어?"
이렇게 아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생각한 아이 마음과 실제 아이의 마음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아이가 맞다 하면 그에 맞춰 해결 방법을 찾고, 아니라고 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세요. 그리고 그에 맞춰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저는 선생님에게 경모가 기차 놀이할 때는 거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니 그냥 놔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선생님 말만 듣고 기차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했다면 경모는 엄마에게까지 상처를 받아 유치원 생활이 더욱 힘들어졌을 것입니다.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선생님에게 '내 아이를 내버려 두라'라고 요구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만약, 유치원 선생님이나 교육 방식이 문제일 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쉽게 고쳐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유치원을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다림'이 가장 큰 무기
제가 소아 정신과를 택한 것도 사실은 경모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아이들을 치료하고,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무슨 방법이 생기겠지 하는 막연한 바람으로 말입니다. 돌아보면 경모를 키워 온 세월은 늘 숨 막히는 긴장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경모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연락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휴대폰도 늘 곁에 두어야 했습니다. 제 사정을 잘 아는 주변 엄마들은 아이 때문에 속상해하다가도 저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다고 할 정도였지요.
물론 저 역시 지친 마음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내 애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어떻게 소아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할 수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선택한 이 길을 또 다시 아이 때문에 포기할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런데 이제 더는 못 기다리겠다고 생각한 순간 경모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자기가 먼저 공부에 흥미를 느껴 시키지 않아도 책상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전화도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수학과 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더군요.
아이를 믿고 기다리라고 하면 어떤 부모들은 '그저 신경 끊고 두 손 두 발 놓고 있으라는 이야기냐'라며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제가 기다리라고 하는 건 아이가 하는 것을 대책 없이 바라보기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환경에 맞춰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지 말고, 큰 울타리가 되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본래의 기질을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사실 매우 힘든 일입니다만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며 멀리 바라봐 주세요. 기다림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큽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만날 때는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유치원 선생님과의 만남을 어려워한다. 혹시나 내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하나, 뭐라도 사 가지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등 고민하느라 만남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과 만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내 아이가 상처를 덜 받고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좀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려면 다음과 같은 자세로 접근해 보라.
• 선생님이 부모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 부모라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알게 될 수도 있다.
• 선생님이 내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의 판단이 옳다는 확신이 들면 선생님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 위의 경우, 설득하지 못하겠다면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활용하라. 소아 정신과 등 적절한 기관을 찾아가 평가를 받고 그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선생님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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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대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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