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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갖게 되면 흔히 준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기 침대입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아기 침대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지요. 먼지 쌓인 아기 침대가 가뜩이나 좁은 집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저걸 왜 들여놨을까' 후회하는 엄마도 꽤 여럿 보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아기 침대가 출산 때부터 꼭 갖춰야 할 육아용품 중 하나입니다. 아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따로 재우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요. 제가 아는 사람은 프랑스 유학 중에 현지인과 결혼을 했는데, 첫아이를 낳고 아이 재우는 문제로 갈등이 많았다고 합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아이를 따로 재우라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가 자다 깨서 울어도 바로 달려가 안아 주지 말고 어느 정도 울음이 멈추면 달래 주라고 했다더군요. 마땅히 의논할 사람이 없었던 그 엄마는 결국 남편과 시어머니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자면서 우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그런데 어느새 아이가 적응을 하더라고요. 침대에서 혼자 자니까 주변 사람 때문에 아이가 깰 일도 없고, 울어도 바로 안아 주지 않으니까 보채는 일도 줄었어요."
실제로 서양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같이 자면 아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이 혼자 재우는 것이 좋을까요?
좋고 나쁜 게 아닌 문화의 차이
아이를 재우는 방식은 문화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나'가 중요한 서양의 경우, 개인의 삶을 '우리'보다 더 중시하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에게 무조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아이 양육만큼이나 부부간의 성생활도 중요하고, 엄마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만큼, 아이를 기를 때에도 자립심을 기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나'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나'와 공동체 안에서의 '나'가 공존하는 것이지요. '내 엄마'라고 하지 않고 '우리 엄마'라고 하고, '내 남편'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 남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이러한 문화를 잘 보여 줍니다.
'우리' 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 양육을 위해 아이가 두 돌 무렵까지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두고 누구도 부인이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이 부부의 성생활보다 우선시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어느 문화가 좋고 어느 문화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의 차이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문제이지요.
아이를 따로 재우기 위한 중요한 기준 두 가지
어느 편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마다 제각각 기질이 달라 수면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적합한 양육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엄마는 제게 아이를 따로 재웠더니 갈수록 울고 보채는 일이 많아져 너무 힘들었다고 하기도 했고, 또 어떤 엄마는 따로 재우면서부터 육아가 훨씬 수월해져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이를 따로 재우는 문제는 아이의 기질, 부모의 양육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딱 두 가지만 생각해 보세요.
첫째, 아이를 따로 재울 때 엄마 마음이 편한지 편치 않은지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아이를 따로 재우는 것이 자립성과 독립성을 키워 주는 등 여러 모로 좋다 하더라도 엄마가 마음이 편치 않다면 아이가 좀 더 자랄 때까지 같이 자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를 따로 재울 때 힘든 쪽은 오히려 아이보다 엄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그런 문화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와 떨어져 있는 걸 불안해하거나 못 견디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아이를 떨어트려 놓으면 불안감과 죄책감이 생겨 육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요.
둘째,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서 견딜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기질상 겁이 많고 불안이 있는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혼자 자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또한 아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발달상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해 봤을 때 아이가 혼자 잠들지 못할 상황임에도 무리해서 혼자 재우게 되면 정서 발달에 문제가 생깁니다. 간혹 '형은 안 그랬는데 얘는 왜 이렇게 혼자 잠들지 못하고 보채지?' 하는 엄마도 있습니다만, 기질이란 각자의 고유한 천성으로 형제라고 같지 않습니다.
사실 발달학적으로 보자면, 생후 100일 정도까지는 아이가 잠잘 때 엄마가 가까이에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이가 목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 자칫 질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정리해 보자면, 엄마 마음이 편하고 아이가 혼자 자는 걸 견딜 수 있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아이를 떼어 놓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다만 엄마에게는 무리가 없지만 아이가 혼자 자는 것을 불안해한다면, 아직 엄마와 떨어질 시기가 안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시기를 좀 늦추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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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이를 따로 재우는 것이 좋을까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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