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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3~4세(25~48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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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정서 발달 과정을 모르는 부모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나서 매를 들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좋게 이야기해서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매를 들고 '따끔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매를 드는 순간에는 움찔하여 말을 듣는 듯하다가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미운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 '때려도 소용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이때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말을 배우는지 알게 되면 체벌을 하지 않고도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게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번의 반복을 통해 말을 배우는 아이들
아이들이 말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말과 상황을 연결하는 끊임없는 반복 학습이 필요합니다. '물'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아이는 엄마가 물 컵을 들고 '물'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수천 번 반복해서 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 엄마가 굳은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머리를 흔들며 "하지 마, 위험해" 하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엄마의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상황 등을 모두 하나로 연결시켜 '이러면 안 되는 거구나. 이제 그만 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엄마가 계속해서 부드러운 방식으로 "하지 마, 위험해" 하고 이야기를 해 주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엄마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따라서 "위험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가 말과 대화법을 배워 가는 과정이며, 아이가 말을 듣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말의 의미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배웁니다. 바로 자기 자신은 부모의 존중을 받는 괜찮은 사람이고 세상은 꽤 믿을 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일단 부모와 세상에 대한 신뢰가 생긴 아이는 가끔 엄마가 강하게 야단을 쳐도 크게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고 잘 받아들입니다. 먹을 것을 주고, 안아 주고, 놀아도 주고, 자기를 믿어도 주는 좋은 엄마가 혼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감정은 아이의 무의식 속으로 흘러들어 긍정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만듭니다.
아이는 때린다고 말을 듣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경모와 정모를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일입니다. 경모는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는데 워낙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라서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일단 보내기로 했죠. 그런데 저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거의 날마다 문제를 일으켜서, 수시로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며 학교에 들락거려야 했지요.
경모는 쉬는 시간에는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있고, 수업 시간에는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선생님 말씀은 귓등으로 흘리며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했습니다. 한번은 아이 아빠도 그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기 아들이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남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모 아빠는 집에 오자마자 "저런 아이는 때려야 해. 버릇을 고쳐야겠어" 하면서, 테니스 라켓을 들고 아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잠그는 것이었어요. 잠시 후 아이가 악을 쓰고 우는 소리와 아이를 때리는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문을 두드리면서 그만두라고 해도 경모 아빠는 멈추지 않았어요.
경모는 결국 엉덩이를 스무 대 가까이 맞고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뒤따라 나온 경모 아빠가 확신에 찬 듯 이야기했지요.
"더 이상 학교에서 그러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달라질 거야."
저는 속으로 과연 그럴까 반신반의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서라도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다음 날 평소보다 더 심하게 문제 행동을 보였지요. 학교 선생님이 어제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 뒤로 경모는 아빠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눈도 마주치치 않고, 말도 섞지 않으려고 했지요. 남편도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혼을 냈는데 어떻게 같은 행동을 또 할 수가 있지?"
"아이를 때리니까 더 말을 안 듣잖아요. 때린다고 애가 바뀌면 세상에 문제 있는 애들 하나도 없게?"
"정말 매를 드는 건 아무 소용이 없구나."
그 이후 경모 아빠는 절대로 매를 들지 않았습니다. 매를 들어서 아이들이 말을 들으면 정말 아이 키우기가 쉬울 것입니다.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을 넘었을 때 때리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은 생각할 줄 아는 엄연한 인격체이기 때문이지요. 구체적으로 체벌의 문제점을 짚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가 폭력적이 되기 쉽습니다
큰아이가 어눌한 발음으로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하며 동생을 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자주 체벌을 가하면,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자기가 보고 배운 그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릅니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폭력적인 성격이 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게 됩니다
아이는 매를 맞다 보면 너무 아프고, 그 상황이 공포스러워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즉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못하고 맞아서 아프고, 기분이 나쁘고, 엄마 아빠가 싫다는 기억만 새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매를 든 효과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부모와 아이의 관계만 멀어질 뿐입니다.
체벌의 강도가 강해져야 합니다
아이를 때려서 가르치면 나중에는 더 많이 때려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처음에 맞을 때는 아파서 부모의 말을 듣게 되지만 내성이 생기면 웬만한 체벌에는 나쁜 행동을 고치지 않게 되지요. 반면 잘 타일러서 깨닫게 하면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여 나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현상을 '도덕성의 내면화'라고 하는데, 체벌은 외부의 힘으로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방해하게 됩니다.
자아상이 나빠집니다
자주 맞는 아이들은 '나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행동을 수정하려 하기보다는 '어차피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꼭 매를 들어야 할 때는 이렇게
체벌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꼭 때려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은 다양하고, 같아 보이는 행동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으므로 그 판단은 부모가 세심하게 해야 할 것이다. 꼭 매를 들어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하도록 한다.
첫째, 화를 가라앉히고 나서 때린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때리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때리게 되고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다음에 또 이러면 두 대 때린다"라는 식으로 미리 경고를 하고, 체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매로 때린다. 기준도 없이 아무 데서나 손에 집히는 것으로 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손으로 직접 때리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셋째, 때린 후에는 꼭 안아서 달래 준다. 아이가 미워서 때린 것이 아니라 잘못해서 때린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도록 한다. 또한 맞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도 물어보면서 나쁜 감정을 풀어 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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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말 안 듣는 아이, 때려도 되나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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