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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수면 문제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아이들의 수면 역시 일련의 발달 과정을 거칩니다. 신생아 때는 24시간 중에 20시간 이상 잠을 잡니다. 그러다가 3개월쯤 되면 낮보다는 밤에 잠을 더 자게 되지요. 돌이 되면서부터는 비로소 성인과 유사한 수면 패턴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수면 습관을 어른과 비교해서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잠은 렘수면(REM Sleep)과 비렘수면(NON REM Sleep)으로 나뉩니다. 꿈을 꾸면서 자는 것을 렘수면,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는 것을 비렘수면이라고 하지요. 사람이 잠을 잘 때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반복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렘수면이 늘어나면서 꿈을 꾸게 됩니다.

비렘수면에서 렘수면 상태로 바뀔 때 잠시 의식이 깨어날 때가 있는데, 어른의 경우 이를 잘 느끼지 못해 약간 뒤척이거나 설핏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하지요. 그러나 이런 수면 패턴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잠을 자다 심하게 뒤척이며 짜증을 부리거나 울고,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장하면서 수면 습관이 바로 잡히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다가 깜짝 놀라 우는 야경증

모두가 잠든 한밤중, 갑자가 아이가 벌떡 일어나 웁니다. 아이를 보니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처럼 공포에 떨고 있고, 목적 없이 무언가를 집으려는 행동도 보입니다. 아이를 안으니 심장도 쿵쾅쿵쾅 뛰고 식은땀까지 흘립니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보지만 아이의 눈동자는 멍한 상태이고 부모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5~15분 정도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편하게 잠들어 버립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 일에 대해 물어보면 아이는 자기의 행동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야경증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야경증이나 몽유병, 잠꼬대 등은 모두 비렘수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꿈을 꾸는 동안, 즉 렘수면에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야경증은 악몽을 꿔서 잠에서 깨는 것과는 다릅니다. 악몽인 경우는 부모가 옆에서 토닥거리거나 껴안고 다독거려 주면 곧 다시 잠들고 공포의 정도가 야경증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악몽인 경우 아이가 밤에 일어난 일을 어느 정도는 기억하지만 야경증은 그렇지 않은 것도 차이점입니다.

야경증이 보이는 시기는 4~12세 사이이고, 그 연령대 아이들의 1~3%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추신경계의 발달이 미숙한 아이에게서 생기는 것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차 사라집니다. 발작이나 경기, 간질과 아무 관련이 없고, 그로 인해 정서나 성격 면에서 문제가 생기지도 않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다 일어나 걸어 다니는 몽유병

몽유병은 5~12세 아이들 중 15%가 겪는 흔한 증세로 나이가 들면서 점차 사라져 성인의 경우에는 0.5%가 몽유병 증상을 보입니다. 성인에게는 몽유병이 심각한 정신 질환이 될 수 있지만 아이의 경우에는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세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몽유병 아이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동자가 풀린 상태나 눈을 감은 상태로 돌아다니는 등 목적 없는 행동을 합니다. 때로는 잘 자던 아이가 일어나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텔레비전을 켜기도 하여 부모가 깜짝 놀라지요. 어떤 아이들 중에는 이때 말을 걸면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야경증과 마찬가지로 옆에서 깨우려 해도 깨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지난밤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런 증상은 잠들고 나서 2~3시간 이내에 시작되어 30분 정도 지속된 후 다시 잠들면서 끝납니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몽유병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몽유병으로 인해 성격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사춘기 이전에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러니 크게 우려하지 말고, 아이가 일어나서 움직이는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걸어 다니는 곳 주위에는 장난감이나 가구를 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꼬대

잠꼬대는 비렘수면에서 렘수면으로 바뀌는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아이가 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잠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저희 둘째 정모도 잠을 자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의 잠꼬대를 실생활과 연관지어 심각하게 고민을 합니다.

특히 '안 돼!', '내려와', '그만해'와 같은 강한 말을 반복할 때는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일이 있었는지 걱정하게 되고요. 하지만 잠꼬대는 아이의 평소 생활이 담겨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동의 수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3~10세 아이들의 반 정도가 1년에 한 번 정도 잠꼬대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입니다. 어느 정도 자라면 없어질 테니 아이가 잠꼬대를 하면 당황하지 말고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토닥거려 주세요.

하지만 잠꼬대가 너무 자주 나타나거나, 중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고 손발을 휘젓는 행동을 보인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불안 장애로 악몽을 꾸는 등 특정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심각한 불안 장애로 인해 잠꼬대를 하는 아이를 치료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교통사고를 목격한 이후부터 이런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때는 잠꼬대의 원인이 되는 불안 장애를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만일 뇌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신경과적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