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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부모의 권유로 시작

2006년 정보통신부와 한국 인터넷 진흥원이 실시한 정보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6세 아동의 경우 인터넷 이용률이 64.3%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유아 2명 중 1명은 거의 매일 컴퓨터를 하고 있으며, 3~5세까지의 인터넷 이용률도 47.9%에 달했습니다. 처음 인터넷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3.2세라고 하니 실로 'IT 강국'이라는 말에 걸맞는 대단한 기록이지요.

아이가 게임을 즐기게 되는 이유는 부모의 영향이 큽니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은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될 만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인터넷 사용 환경이 갖춰져 있어, 컴퓨터로 영어나 한글 등을 익힐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요. 이런 교육 콘텐츠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좋다고 소문난 콘텐츠가 있으면 서둘러 아이를 컴퓨터 앞에 앉히지요.

문제는 유아용 인터넷 학습 콘텐츠 중에는 게임 형식으로 된 것이 많다는 점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배우게 하려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됩니다. 단조로운 교육용 게임에 시들해진 아이들은 마우스로 여기저기 클릭하기 시작하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귀신같이 게임 프로그램을 찾아내어 능숙하게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부모가 뜯어말려도 눈만 뜨면 컴퓨터를 켜게 됩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 또래 친구를 사귀게 되면 친구의 영향으로 게임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때 친구들과 놀려면 게임도 해야 한다며 허용적인 입장을 보이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아이들의 게임 중독은 대부분 부모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의 중독성

게임의 중독성은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시각적 자극도 훨씬 세고,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 또한 큽니다. 더군다나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바로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힘듭니다. 어른도 그럴진대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 폐해는 엄청납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은 친구나 부모, 선생님과의 접촉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에 중독되어 집에만 있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적어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없게 됩니다. 사회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도 모르게 되지요.

또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아이가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여섯 살의 병준이는 세 살 때부터 게임을 했다고 해요. 아빠가 게임광인데, 아이가 울면 안고 게임을 했다더군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데, 아이가 울 때 게임 장면을 보여 주니 울음을 뚝 그치며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더랍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빠는 아이를 쉽게 달래려고 컴퓨터 앞에서 아이를 안고 있었던 거지요. 아이는 세 돌이 지나자 스스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클릭을 하더랍니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 부모는 "잘한다" 하며 아이를 부추겼지요. 그러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을 골라 주었고, 게임을 곧잘 하자 "영재 아냐?" 하며 좋아했다고 하네요.

병준이의 부모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건 매일 폭력적인 게임을 하던 병준이가 현실에서도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후였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엄마 아빠를 때리고, 심지어는 집히는 물건을 마구 휘두르기도 했다고요. 그제야 엄마 아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은 거지요.

아이들은 모방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무조건 따라 하고 봅니다. 또한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이 약해 게임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게임보다는 바깥 놀이를 즐기게

아이가 게임에만 몰두할 경우 먼저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는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의 욕구를 막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엄마와 노는 것이 즐겁고, 친구와 노는 것이 행복한 아이들은 절대로 게임에 빠져 들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더라도 잠깐 즐기는 정도고, 통제도 쉽지요.

그러니 밖으로 나가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들은 자연과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밖에서 실컷 놀다 보면 게임 생각이 사그라지게 됩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뛰어노는 과정이 곧 학습의 과정입니다.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에 아무리 지나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집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기보다는 맛있는 간식을 싸서 근처 공원으로 나가는 것이 아이의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게임 시간을 엄격히 통제하세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시골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아이로부터 게임을 완벽하게 떼어 놓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스스로 게임 시간을 통제할 수 있기 전까지는 부모가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아이와 협의를 해서 일주일에 몇 번, 얼마 동안 게임을 할지 정하고 부모와 아이 모두 이를 지켜야 합니다. 집에 손님이 왔다고 하지 못 하게 하거나, 아프다고 봐주는 것 없이 언제나 규칙이 적용돼야 하지요.

보통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의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데 소홀할 수 있는데, 저는 이 부분만큼은 무섭게 규제를 하고, 거기에 어긋났을 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못 하게 하는 등 확실한 처벌을 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자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싶으면 제게 꼭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았지요. 그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이 엄마가 그렇게 무섭게 규제할 만큼 해로운 것이란 사실을 어릴 때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예외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문제는 특히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절대 아이에게 져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만큼은 아이와 협상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는 게임이 갖는 중독성 때문입니다. 엄마와 약속을 하고 안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단호한 제제와 규칙이 필요합니다.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

아이가 하는 게임의 내용을 파악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의 내용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야 통제가 쉽다.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아이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게임의 경우 '이런 게임을 많이 하면 너도 게임에서처럼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어져서 안 된다'고 하면 좀 더 쉽게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매일 게임을 하게 하지 않는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게임 시간을 정하도록 한다. 보통 '하루 30분'으로 게임 시간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시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매일 게임을 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그보다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로 횟수를 정하고 점차 그 횟수를 줄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 정한 규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도록 한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한다

집에서 컴퓨터를 보면 게임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여행이나, 나들이를 자주 계획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많아지면 게임과 비교가 안 되는 진짜 재밌는 놀이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