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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 심리백

형제간의 잦은 다툼, 어떻게 중재하면 좋을까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3~4세 아이의 형제 관계
요약 테이블
시기 3~4세(25~48개월)

둘 이상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형제가 있어야 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아이 둘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볼 때면 솔직히 '하나만 낳았으면 싸울 일도 없고, 부모 사랑도 독차지하며 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싸우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싸움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에서 출발

어른들의 예상처럼 형제간의 사랑은 단지 같은 피를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형제가 있는 집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경모와 정모도 어릴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했습니다. 남자 아이들이다 보니 주먹질이 오가며 심하게 싸울 때도 있었지요. 어떤 때는 아이들 싸움을 말리다 제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했답니다.

무엇 하나 양보하기 싫어하는 첫째 경모와 어떻게든 형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둘째 정모. 그 마음은 알지만 싸울 때는 둘 다 집 밖으로 쫓아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요. 그런데 싸우다 잠든 정모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 왔습니다. 워낙 키우기 수월해서 형에 비해 엄마의 관심을 많이 못 받았고, 형의 기세에 눌려 엄마의 사랑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정모에게 관심을 보이면 경모는 그새 사고를 쳐서 엄마의 관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모에게 조금씩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형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었어요. 경모가 화를 내고 제가 말려도 정모는 몰래 형 물건을 가져가거나 망가뜨리곤 했지요. 그래서 또 싸움이 시작되곤 했습니다. 물론 싸움은 늘 형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몸싸움에서는 덩치가 작은 정모가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형제간의 다툼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툼을 통해 타협이나 협상과 같은 능력을 배우게 됩니다. 물론 형제간의 다툼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다툼을 평화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싸움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다투는 이유를 알아보세요

6세, 5세 연년생 자매를 두고 있는 맞벌이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는 엄마가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렌지를 서로 갖겠다며 싸움이 한창입니다.

"너희들 왜 그러니?"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엄마가 처음에는 부드럽게 묻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여전히 싸움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가 참 힘들어집니다. 순간 엄마는 소리를 빽 지릅니다.

"너희들 엄마가 사이좋게 놀라고 했지!"

엄마는 화가 나고 아이들은 서로 억울하다며 울고……. 이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병원을 찾는 엄마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어보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일단은 다툼의 원인이 되는 오렌지를 뺏고,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도록 하겠어요. 아이들이 화해를 하면 그때 오렌지를 주는 거죠."

"오렌지가 하나여서 그런 것이니까 오렌지를 똑같이 나누어 주면 되지 않을까요? 나눠 먹는 방법을 알 수 있게요."

"그냥 제가 먹어 버리겠어요."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이 상황에 대해 지혜로운 판단을 내린 부모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답은 왜 싸우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앞의 예를 살펴보면 두 아이가 오렌지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상황입니다. '먹겠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갖겠다'고 싸우는 것이지요. 이 경우 왜 서로 갖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듣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첫째는 오렌지가 먹고 싶어서, 둘째는 오렌지 껍질로 만들 것이 있어서 오렌지를 가지려 하는 것일 수 있지요. 부모 입장에서야 오렌지를 두고 싸우면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요. 이 경우 오렌지를 까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나눠 주면 평화롭게 형제간의 싸움이 마무리 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형제간의 싸움을 말릴 때 '형제간에 싸워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높게 세우고 싸운 것 자체를 야단칩니다. 큰아이가 동생을 때려 동생이 우는 상황이 되면 무조건 큰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하죠. 반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 어디 형한테 덤비느냐며 동생을 나무라고요. 이렇게 싸움의 원인보다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형제간에 다툼이 있을 때는 먼저 그 원인을 알아보세요. 아이들의 싸움은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왜 그러니? 그만해!"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니까 싸우는 것이지요.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결 방법을 아이들과 의논하세요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적절한 해결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부모의 판단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어른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원을 찾아가 현명한 판단을 부탁하면 판사는 이런저런 정황을 살펴 적절한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피고나 원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판결 내용을 듣고 "분명 상대편 사람들이 힘을 썼을 거야", "우리가 좀 더 세게 나갔어야 하는데" 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쉽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사건 사고의 경우 먼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언니를 더 좋아해", "동생을 더 좋아해" 하며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네가 누나니까 양보해라", "오빠니까 참아야지" 하며 큰아이를 꾸짖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형에게 동생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만 심어 줄 뿐입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를 들었으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도 이야기하게 해 보세요. 이때 아이들이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부모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너희가 장난감을 갖고 싸우는데, 시간을 정해서 갖고 놀면 어떨까?"

부모가 제시한 방법을 들은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협상해 가는 것이지요. 물론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고 다음에 아이들이 싸우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와 대화를 하는 도중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아 버럭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나중에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렇게 타협하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밖에서 의견 충돌이 생겨도 타협할 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 '언젠가는 그만두겠지', '싸워 봐야 안 싸우고 노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지' 하며 가만히 지켜보는 부모들도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방법입니다. 태생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터라 형제간의 싸움은 아주 격해질 수 있습니다. 몸싸움이 심해 서로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심한 말다툼으로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형제 사이가 악화되지 않도록 부모가 적절히 개입해야 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깊은 사랑을

형제간의 다툼이 부모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만큼 아이들이 만족할 정도로 충분한 사랑을 주면 다툼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이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은 다른 형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 아이와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정모가 다섯 살이었을 때, 드디어 정모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방학을 맞은 경모가 할아버지 댁에 내려갔거든요. 경모가 떠난 다음 날 저는 정모와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낮에는 놀이공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삼촌집에 놀러 갔지요. 그날 하루 동안 정모는 형 없이 엄마와 삼촌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엄마와 잔다며 베게를 들고 오더라고요. 평소에는 자기 침대에서 씩씩하게 혼자서 자던 아이가 말입니다. 그래서 그러자고 하며 꼭 끌어안고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뜬 정모가 이야기했습니다.

"엄마, 나 이제부터 형 물건 안 만지고, 내 장난감만 가지고 놀게요."

형한테 맞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던 버릇을 하루만에 스스로 고치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놀라운 현상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요. 경모가 돌아온 후에도 정모는 형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아 형제간의 싸움이 많이 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옷을 벗어서 빨래 통에 넣고,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설거지통에 그릇을 넣는 등 시키지 않아도 예쁜 짓만 골라 했지요. 그런 모습이 한편으로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 어린 것이 얼마나 엄마 사랑이 고팠으면 하루 놀았는데 저렇게 변했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충분히 받았을 때 순한 양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질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양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너무 심하다 싶을 경우 이렇게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세요.

형제간의 싸움을 예방하는 방법

서열 명확히 해 주기

형과 동생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준다. 아이들 사이에 터울이 좀 있다면 형에게 "너는 동생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니까 동생을 보호해야 해" 하고 이야기해 준다. 동생에게는 '형이 너를 보호해 주니까 너는 형 말을 잘 듣고 따라야 해' 하며 형제 사이의 서열을 명확히 해 주면 싸움이 줄어든다.

형에게 선생님의 역할 주기

형 자신이 배우고 있는 것을 동생에게 가르쳐 보게 한다거나, 엄마의 일을 도울 때 형의 주도하에 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 정리를 할 때 큰아이에게 "○○야, 네가 동생을 데리고 거실에 있는 장난감을 치워 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며 큰아이의 주도로 두 아이가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함께 재우기

함께 재우면 둘 사이의 결속력이 강화된다. 밤에 사이좋게 잔 아이들은 낮에도 사이좋게 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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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아이 심리백과
아이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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