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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5~6세(49~72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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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5세가 되면 부모의 마음은 다급해집니다.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모성=교육'이 엄마 노릇의 기본 등식처럼 되어 버린 세상에서 아이 교육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간 큰 엄마'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가르쳐도 아이들이 잘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부모가 원하는 만큼, 부모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속상할 수밖에 없죠.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는 부모를 따르지 않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 둘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비둘기들이 날아와 계단 위에 앉자, 그것을 본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오르다 넘어져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자 두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옵니다.
"그러게 엄마가 높은 데 올라가지 말라고 했지!"
한 엄마가 아이를 잡더니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혼을 냅니다. 엄마에게 맞은 아이는 계속 악을 쓰며 웁니다.
"뚝 그쳐, 뚝! 얼른!"
엄마가 윽박지르자 아이는 기가 질려 울음을 삼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아이의 엄마는 이와 대조적입니다.
"괜찮아. 넘어져서 아팠구나. 비둘기를 만져 보고 싶어서 그랬지? 그런데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네. 저기 또 비둘기가 왔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자기가 말해 주고, 아이에게 더 이상 울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엄마.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치고 이야기합니다.
"엄마, 비둘기 보러 같이 가자."
이 두 엄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둘 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는 목표는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엄마는 "울지 마"라고 하며 억지로 울음을 그치게 했고, 다른 엄마는 아이의 기분을 받아 주면서 울음을 그치게 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울음을 그치기는 했지만 얼굴 표정은 정반대입니다. 한 아이는 좌절감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비둘기를 향해 눈을 반짝거립니다.
두 아이 중 누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까요? 물론 자신의 기분을 이해받은 아이입니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의 정신 건강에도 차이가 있지요. 아이를 혼낸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짜증이 나고 실망한 반면, 아이를 달랜 엄마는 아이가 금방 울음을 그치고 기분이 좋아져서 다행이라고 즐거워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더욱 살갑게 대할 수 있는 것은 후자겠지요.
엄마의 양육 태도에 따른 이 같은 차이는 아이 학습에서도 나타납니다. 자신의 행동을 엄마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아이는 엄마가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기 싫은 반응을 보이고, 그러다 엄마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시작하지요.
반면 자신의 감정을 엄마에게 인정받은 아이는 엄마가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면 일단 해 보려는 마음을 먹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인정해 주는' 엄마가 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재미있게 배우고, 그런 만큼 실력도 쑥쑥 늡니다.
부모가 가르치는 대로 아이가 따르지 않을 경우 먼저 아이와 충분히 감정적 교류를 하고 있는지 등 엄마의 양육 태도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으면 교육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모성=교육'이 아니라, '모성=공감'
엄마들은 자꾸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 줘야 하고,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을 아이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일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모성은 '교육'이 아니라 '공감'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함께 느끼는 것, 감정을 함께 나누고 기뻐하는 것이 먼저이지요. 버릇을 들이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아이가 뭔가를 만들었을 때 그게 아무리 하잘것없어도 엄마가 칭찬을 해 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새로운 것을 궁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애걔, 이게 뭐야"라고 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에너지를 잃고 맙니다. 공감의 유무가 이렇게 큰 차이를 낳는 것이지요.
아이가 만일 모래를 보고 즐거워하면, "모래보다 블록이 깨끗하고 더 좋잖아"라고 말할게 아니라, "와, 모래 놀이하면 정말 재밌겠네"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지적 능력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아이의 눈높이에 서서 공감해 주는 것. 바로 그것이 지금 엄마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입니다.
물론 뭐라도 빨리 가르쳐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휩싸인 엄마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배우는 것을 지겹고 하기 싫은 것으로 기억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배우는 즐거움만큼 인생에서 큰 즐거움도 없다는데, 아이가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노릇을 과감히 그만두세요
부모는 선생님이 아닙니다. 부모가 아니어도 아이를 가르칠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이의 편에 서서 공감해 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뭔가에 서툴러도 '이 세상에서 제일 잘 한다'라고 자신감을 심어 주고 철저히 아이의 편이 돼 줄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이야기지요. 부모가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자꾸 가르치려고 들면 아이에게 남는 것은 정서적 결여뿐입니다. 자아상을 많이 손상당해 스스로를 '뭐든지 잘 못하는 아이'로 생각하게 되지요.
사실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 2~3학년만 돼도 엄마의 평가보다 선생님과 친구의 평가에 더 신경을 씁니다. 다시 말해 엄마가 아니어도 아이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 줄 사람은 많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굳이 부모가 아이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아프게 하지 마세요. 오히려 잘 못해도 잘하는 것처럼 기뻐해 주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게 되고, 부모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요.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리고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혼자 힘으로 모래성을 쌓았을 때 아이가 느끼는 환희와 즐거움을 함께 느껴 보세요. 당신은 아이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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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이를 가르칠 때마다 속이 뒤집혀요 – 아이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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