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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 먹지 않는 것은 편식이 아닙니다

큰아이 경모가 이유식을 끊고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할 무렵, 저희 집 식탁은 언제나 전쟁터였습니다. 경모가 '싫다'는 부정의 표현을 처음 썼던 것도 바로 식탁 앞에서였지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주면 좋으련만 어찌나 음식을 가리던지, "안 먹어"를 연신 외치던 경모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몸에 좋지도 않은 과자를 보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야채만 보면 경기를 하듯 고개를 젓는 경모 때문에 저도 꽤나 속을 끓였지요.

편식이란 먹는 것에 기호가 분명하여 먹는 음식이 편중된 식사를 말하지요. 편식은 영양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해 아이의 발육이나 영양 상태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이제 막 밥을 먹기 시작하는 돌 전후부터 식습관을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한두 번 어떤 음식을 거부한다고 하여 편식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요. 그러한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하면 거부하던 음식도 먹게 됩니다. 오히려 몇 번 음식을 거부한다고 아무 대책도 없이 그 음식을 주지 않으면 그것이 곧 편식이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주세요

편식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목적을 '안 먹는 것을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에 두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본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그 낯설음과 변화에 대한 반발심도 매우 큽니다. 음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음식을 보면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지요. 따라서 이유기 때부터 다양한 식품의 맛과 냄새, 질감 등을 느낄 수 있는 이유식을 만들어 주는 게 편식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시판되는 이유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보다 다양한 질감을 느끼게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우니까요.

또한 이유기가 지나서는 재료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음식을 먹게 되므로 이때에는 조리법을 바꿔 가며 아이의 입맛이 보다 다양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아이가 편식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뭔가를 잘 먹지 않으면, '잘 먹는 것을 더 먹인다'라는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점점 더 익숙한 것만 찾게 되어 새로운 것을 영영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신체상의 이유로는 충치가 있거나 몸이 아플 때에도 편식 습관이 나타나지요. 평소에는 그런대로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날은 잘 먹지 않으려 든다면 신체적인 이상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음식과 관련한 불쾌한 기억이 있을 때에도 편식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서워하는 삼촌이 있는데, 하필 그 삼촌과 같이 밥을 먹었다면 당시 먹은 음식을 거부하기도 하지요.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이는 밥 안에 섞인 콩을 보고 안 먹겠다고 버티기도 하고요.

또한 아무 이유 없이 심하게 음식을 거부한다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무의식적인 편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편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즐겁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습니다

먹는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를 만날 때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얼마큼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편식 습관을 바로잡을 때만큼은 먹는 양에 신경을 곤두세워서는 안 됩니다. 당장 무엇을 얼마큼 먹는가에 주목하다 보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아이를 다그치게 되지요. 그러면 아이는 식사 시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즐겁고 행복할 때 아이는 싫은 것도 하게 됩니다. 바빠서 얼굴 보기가 힘든 아빠가 어느 날 일찍 들어와 저녁을 함께 먹을 때, "아빠도 이거 좋아하는데, 우리 ○○도 한번 먹어 볼래?" 하면 싫어하던 것도 한 숟가락쯤은 먹게 됩니다. 이때 칭찬을 듬뿍 해 주면 기분이 좋아 한 숟가락 더 먹게 될지도 모르지요.

아이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혼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아이가 혼나지 않으려고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 보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편식 고치기 노하우

가족들의 편식 습관부터 고친다

아이는 가족의 식사 모습을 모방한다.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 식성이 까다롭거나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의 식습관도 나빠진다. 다른 가족들도 잘 먹지 않는 것을 아이에게 먹으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만약 그렇다면 가족의 식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절대로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은 먹이는 횟수와 양을 서서히 늘리며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새로운 음식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주어 아이가 잘 먹는지 살펴보고, 아이가 싫어한다면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주는 등 먹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엄마가 먼저 먹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특히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특징을 보이므로 새로운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기 전에, 엄마가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조리법을 바꿔 본다

아이가 특정 음식을 싫어할 때 그것이 맛 자체 때문인지 냄새나 질감, 혹은 형태 때문인지 잘 살펴보자. 그에 맞춰 조리법을 바꾸면 예상 밖으로 잘 먹기도 한다. 음식의 질감에 유독 민감한 아이라면 씹히지 않게 다지거나 튀김, 볶음으로 조리법을 바꿔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꽃,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또한 편식으로 영양에 손실이 가지 않도록 대체 식품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