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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본능은 강한 반면 통제력은 약한 유아기

모든 인간은 어릴 때부터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종족 보존을 위한 성적 본능이 몹시 강합니다. '애들이 무슨 성적 쾌감이야' 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부모도 있을 테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돌 이전의 아기들도 성기를 자극할 때 기쁨을 느낀다고 합니다. 엄마가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면서 성기 부분을 건드리면 남녀 아기 모두 쾌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어른의 성적 흥분과 같은 종류의 느낌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아기도 성기를 자극할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좀 더 자라면 아이들은 성기를 만지거나 들여다보면서 장난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부 남자 아이들은 성기로 장난을 하다 발기가 되어 아이나 부모 모두 당황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린아이들도 성기 자극으로 인한 발기가 가능합니다.

이 시기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며 뛰어다니는 것입니다. 저 역시 목욕 후 옷을 입지 않고 집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목소리를 높인 적이 많습니다. 수건으로 물을 닦아 내보내면서 옷을 입으라고 하면, 두 아들놈은 약속이나 한 듯 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슈퍼맨'을 외치며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결국에는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위의 상황에서처럼 여자 아이의 치마를 들춰 보고, 자기 성기를 만지거나 보여 주는 것은 이 시기 아이들이 성적 본능은 강한데 본능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적인 힘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여자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 아이들의 행동이 크고 충동적이어서 눈에 더 띄는 것뿐이지 여자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4세가 넘으면 아이들은 성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에 자기와 이성 친구의 몸이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어 하고 성에 대한 질문이 많아지는 것은, 자신을 남자 혹은 여자로서 확실히 규정짓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니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성적인 욕구를 밖으로 표출하면 보수적인 부모들은 아이를 심하게 야단치곤 합니다. 이 시기에 성적으로 강한 통제를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건강하고 행복한 성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할 자세이지요. 부모가 말리지 않아도 아이들의 성적인 놀이는 초등학교에 가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성으로 자신의 본능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발달하고, 학교에 가면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성에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킬 경우에는 저지는 하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물놀이할 때 수영복을 왜 입는 줄 아니? 우리 몸에서 가장 소중한 부위를 가리기 위해서야. 그 부분은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되고 보여 줘서도 안 돼. 그러니까 장난으로 그곳을 보려고 하거나, 보여 주려고 하면 안 되겠지?"

이렇게 하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성적인 놀이를 할 때가 성교육의 적기

성교육은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분별하게 드러나는 성적 본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니까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공상을 하므로 성적인 지식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무리입니다. 복잡한 성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성에 대해 좋은 느낌을 전해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아이들은 사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왜곡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자와 난자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이가 텔레비전 사극에서 '낭자'라는 말이 나오면, 여자는 난자를 가졌기 때문에 옛날에는 여자를 낭자라고 불렀다고 연상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또한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낯선 아저씨가 몸을 만지면 이렇게 하라'는 식의 교육은 아이들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유치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아이들 중 평소에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은 속옷을 갑자기 여러 개 껴입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외려 불안을 유발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엄마들에게 차라리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어설프게 가르쳐서 겁을 먹게 하느니 차라리 성교육을 하지 말라고요. 이 시기에 성 관념이 잘못 잡히면 그것이 잠재 기억 속에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정에서 부모의 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 역할과 일반적인 성 지식을 알아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