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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성분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크게는 무기계(=물리적, 미네랄) 차단 성분, 유기계(=화학적, 케미컬) 차단 성분으로 나눈다. 무기 차단 성분은 쉽게 말해 돌가루로 티타늄디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딱 두 가지이며 자외선을 튕겨내는 원리다. 유기 차단 성분에는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부틸메톡시디벤조일메탄(아보벤존), 벤조페논-3(옥시벤존), 테레프탈릴리덴디캠퍼설포닉애씨드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자외선을 흡수해서 해롭지 않은 에너지로 바꾸는 원리이다.

유기 차단 성분은 대체로 피부에 자극이 된다. 자외선 차단제를 쓰면 부작용, 즉 피부 트러블이 잘 생기는 사람은 대개 유기 차단 성분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용은 거의 다 무기 차단 성분을 사용한다. 환경론자나 자연주의 화장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무기 차단 성분만 쓴 제품을 고집하는 면이 있다.

최근 나노화된(입자가 매우 미세한) 징크옥사이드가 자외선을 만나면 피부 세포를 파괴하는 유해산소를 방출한다는 연구가 있어 나노화되지 않은 티타늄디옥사이드를 단독으로 사용한 제품을 굳이 찾아 쓰기도 한다. 물리적 차단제가 확실히 순해서 어린이 등 피부가 예민한 사람에게는 적합하나, 자외선의 넓은 영역을 차단해주지 못하고, 입자가 있고 답답한 제형이라 충분히 바르기가 어려우며, 여드름 피부에는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또 공교롭게도 2012년 소비자보호원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표기한 만큼의 자외선 차단 효과가 나오지 않은 두 제품이 모두 무기 차단제였다.

유기 차단 성분을 괜히 쓰는 건 아니다. 첨단 유기 차단 성분이 조화롭게 들어가야 자외선A의 넓은 영역까지 안정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 차단 성분에 트러블이 생기는 사람도 모든 성분에 다 생기는 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 피부가 반응하는 성분을 알아두는 게 좋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특히 많이 쓰는 화학적 차단 성분이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다. 가볍고 투명하게 발려서 액상, 로션 제품이 많은데 국내 제품이면 전성분 리스트의 앞에(많이 들었다는 뜻)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제품 내에 7.5%까지 허용된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서 극소량 더 들어 있는 제품을 찾아냈다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이 성분이 든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다단계로 바를 때 급격히 양이 많아지는 걸 주의해야 한다.

역시 화학적 차단 성분인 부틸메톡시디벤조일메탄, 벤조페논-3가 든 제품은 보송보송하며 자외선의 넓은 영역을 차단하지만 눈 시림이 있어서 렌즈를 끼거나 눈이 예민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주로 유럽, 미국 제품에서 보송보송하다고 광고하는 제품에 많이 쓰이는데, 외제만 쓰면 트러블이 생긴다는 사람은 이 성분에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

테레프탈릴리덴디캠퍼설포닉애씨드(멕소릴 SX), 드로메트리졸트리실록산 트리에탄올아민(멕소릴 LX)은 로레알 그룹의 특허 성분이다. 키엘, 라로슈포제, 로레알, 랑콤, 비오템 등 로레알 계열 브랜드에 쓰인다. 지금도 굴지의 제약회사와 화장품 회사들이 피부 자극이 적고 독성이 없으면서 자외선 차단 기능은 강력한 신성분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중이니 믿고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