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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게 좋은 화장품은 스킨 케어 제품 중 미백, 주름 개선 제품이다. 새로운 유효 성분, 제조 기술은 전문 연구소나 대규모 연구소를 끼고 있는 업체에서 개발해 임상 실험을 하고 특허를 내거나 다른 브랜드에 판매한다.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대기업이면 대체로 에스테틱용 브랜드, 코스메수티컬, 혹은 더모 코스메틱이라 부르는 진보적 브랜드에 먼저 사용하고, 그 다음 백화점 브랜드, 마트용 브랜드 순으로 적용한다.

주름 개선 기능성 성분인 레티놀은 ROC란 프랑스 회사가 상품화했고, 미백 기능성 성분인 알부틴은 시세이도가 개발해 특허를 냈다. 이렇게 한 분야에 획을 긋는 성분을 개발하고 상품화하기까지 들어간 비용과 노력은 제품 가격으로 어느 정도 회수하는 수밖에 없다. 개발된 후 대량 생산을 하게 되고 ‘구상’이 되면 저가 브랜드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장품법의 특성상, 새로운 성분을 기능성 성분으로 인증받으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가 브랜드 제품은 그냥 이미 고시된 조성대로(쉽게 말해 매뉴얼대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탁월하거나 새로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능성 화장품인 자외선 차단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워낙 충분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비싼 걸 아껴가며 바르는 것보단 싼 걸 듬뿍 바르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나쁜 건 양이 적고, 비싸고, 자외선 차단 기능은 떨어지는 제품이다. 알다시피 자외선 차단제는 종류를 막론하고 충분히 발라야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마치 신비한 기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해 조금만 바르게 하고, 값도 비싸서 하나 사면 오래 쓰게 만드는 제품은 소비자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설명서에 ‘단 몇 방울만 바르면 하루 종일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단 며칠 만에 다 써야 할 양이고, 자외선A는 거의 차단이 안 되는 구멍 난 우산 같은 제품인데도 말이다.

성분 자체가 너무나 고가라서 어쩔 수 없이 고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EGF(Epidermal Growth Factor,상피세포증식인자)는 원래 사람 몸에 있는 성분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줄어들어 새로운 세포가 생기는 주기가 느려진다고 한다. 이 성분은 원료 생산업체가 한정돼 있고 순수 성분일 경우 1g에 억 단위가 넘는 고가이다. 다행히 작용이 강해서 화장품에는 휴먼올리고펩타이드-1이란 성분명으로 10ppm까지만 넣을 수 있다.

EGF가 들었다는 저가 제품은 별로 없는 대신 양을 불분명하게 표기하고 초고가를 매긴 제품은 있다. 이 경우 정확히 어느 회사의 어떤 원료를 얼마나 넣었는지 표기하고 납득할만한 고가를 매긴 제품이 가장 믿을만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긍정적인 작용과 부작용이 동시에 있을 수 있는 유효성분을 고농도로 화장품에 넣을 순 없다. 따라서 백만 원짜리 크림을 바르는 것보다는 피부과에서 저렴한 치료를 받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특정 성분이나 제조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제품이 있으면 특허검색포털(http://www.kipris.or.kr/)에 제조사명이나 미백, 주름 개선 등의 키워드를 넣어보라. 조성물,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자와 내용까지 찾아볼 수 있다. 특허 자체가 피부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니나, 적어도 어떤 것을 연구개발해 고가를 요구하는지는 알 수 있다. 만약 특허 받은 원료를 사다 쓴 것이라면 원료사를 검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