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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엔 모공과 피지선이 없다. 그래도 촉촉한 이유는 입술 안 점막에 수분을 끌어당기는 보습 성분과 단백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로 역부족이면 마침내 입술 표피가 트고 벗겨지게 된다. 입술이 이렇게 되는 데에는 우리 잘못도 크다. 매일 립스틱, 립틴트 등을 발랐다가 지우는 것, 세수할 때 폼 클렌저나 비누가 입술에도 닿게 하는 것, 그리고 치약 속 세정성분(계면활성제) 등이 입술을 건조하게 한다. 더 나쁜 것은 입술이 텄다고 손이나 스크럽으로 문질러 말라붙은 각질을 뜯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입술에서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하게 된다.

올바른 방법은 립밤, 립크림 등 보습제를 발라서 저절로 피부가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입술 보습제는 가장 밀폐력이 강한 에몰리언트 위주로 만든다. 모공과 피지가 없으니까 그래도 여드름이 날 염려는 없다.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이 페트롤라툼(상품명은 바셀린으로 석유에서 정제한 젤리 같은 물질)이다. 다른 영양분은 없으며 물샐틈없이 입술을 코팅하는 원리다. 천연 성분 중에서 많이 쓰이는 건 비즈왁스다. 우리말로 밀랍, 벌집의 구성 물질이며 단단하면서도 보습력이 있어서 스틱 타입 립밤에 많이 쓰인다.

둘 다 바른 직후의 보습력은 좋으나 잘 퍼지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고 지워진 부위는 건조해진다. 미네랄 오일은 액체이기 때문에 주로 다른 성분과 섞어 고체형으로 만든다. 카나우바왁스, 시어버터, 무루무루버터, 세틸알코올 등 다양한 천연 성분과 합성 오일이 있는데, 원가나 사용감으로 봤을 때 식물성 버터가 많이 든 것이 더 고급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립밤에 들어가는 방부제다. 수시로 입술에 바르거나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때문에 립밤은 가장 더러울 수 있는 화장품이다. 매번 새 면봉으로 찍어 바르거나 조금이라도 변질된 기미가 보이면 버려야 한다. 사용기한이 긴 것은 방부제를 강한 걸로 썼다는 의미이므로 화장품법상 먹어도 되긴 하지만 과히 바람직하진 않다. 립밤 역시 낮에는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것, 밤에는 없는 것을 쓰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입술의 최대 노화 원인 역시 자외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