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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장품에 들어가도록 허가된 모든 성분은 배합 한도와 사용법을 지켰을 때 인체에 안전하다. 즉, 바른다고 암에 걸리거나 죽을만한 성분이 아니란 얘기다. 화장품 성분이 되기 위해선 피부에 접촉했을 때 자극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적어야 하며 빛에 반응해서 피부 자극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고 눈에 들어갔을 때, 먹었을 때, 피부를 통해 흡수됐을 때 치명적인 독성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관리, 감독에도 불구하고 분명 남들은 괜찮은데 나에겐 트러블을 유발하는 화장품이 있고, 현재는 괜찮아도 미래엔 배합 금지 성분이 될 수 있는 성분도 있다.
의심 가는 성분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입소문이 먼저 안 좋게 퍼지면 화장품 회사에서도 굳이 넣을 이유가 없다. 이런 식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져가는 성분이 옛날에 자외선 차단제에 많이 쓰였던 PABA, 트리에탄올아민, 파라벤, 소듐라우릴설페이트, 미네랄 오일, 동물성 원료, 탈크 등이다. 화장품에 보면 ‘7FREE’, ‘5無’ 등으로 표기해 제품이 순한 것처럼 표기하는 성분들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원래 없거나 뺄 필요도 없는 성분을 없다고 표기해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 탈크는 천연 광물인 활석(어릴 적 ‘땅따먹기’ 할 때 땅에 선을 긋는 용도의 흰 돌) 가루로, 1970년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함유된 탈크가 쓰여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잘 정제한 원료를 사용하며 가루를 직접 흡입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런데 어떤 화장품은 탈크가 들어갈 리가 없는 액체 제품인데도 탈크를 뺐다고 말한다.
호르몬 종류, 1, 4-다이옥산을 뺐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 배합 금지 성분이다. 남들도 다 안 넣는 걸 굳이 뺐다고 하는 것. 합성 향료는 없는 게 좋으나 천연 향은 듬뿍 들었으면서 합성 향만 없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뒤에 다시 설명하겠다). 타르 색소는 대부분 배합 한도가 지정된 유해 성분인데 같은 브랜드 색조 제품엔 발색이 잘 되도록 충분히 넣으면서 다른 제품엔 뺐다고 하는 건 좀 낯간지러운 멘트 아닐까? 또 미네랄 오일도 기초 제품엔 없다고 하면서 같은 브랜드의 클렌징 오일에는 베이스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화장품을 사는 데 마지막 기준이 되는 향기는 사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아주 높은 물질이다. 2012년 EU SCCS(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에서 강하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향 물질을 화장품뿐 아니라 향수에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발표해 오래된 유명 향수 회사들이 일제히 반발한 바 있다. 유럽에선 아밀신남알, 시트로넬롤, 유제놀, 쿠마린, 제라니올, 시트랄 등 26가지 알레르기 유발 향료를 화장품 성분표에 표기하도록 되어 있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향료’란 표기 외에 각각의 성분명을 따로 표기하도록 권고한다. SCCS는 최근 26가지를 포함한 82가지(합성 향료 54가지, 천연 향료 28가지)를 추가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규정했는데 그만큼 향료는 광범위하게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설령 전성분 리스트에 향료가 없더라도(향료 무첨가) 향이 강하거나 좋은 제품은 원료 안에 향 성분이 포함된 것이다. ‘천연’, ‘유기농’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에센셜 오일, ‘~추출물’을 분석하면 시트로넬롤, 제라니올, 리모넨, 시트랄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향이 있는 화장품을 써서 피부가 간질간질하거나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있으면 뾰루지가 나지 않아도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바른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무향 화장품도 냄새가 안 난다는 것이지 반드시 향료가 없단 뜻은 아니다. 새로 샀는데 별로 좋지 않은 냄새(원료 자체의 냄새)가 미미하게 난다면 오히려 향료가 없는 괜찮은 제품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향 성분이 극미량이거나 자신에겐 확실히 알레르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향이 있는 제품을 써도 괜찮다. 사실 시중 화장품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이 무심코 접촉하게 되는 것이 타르 색소다. 합성 색소라고도 하는데 일부 타르 색소는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각국에서 엄격하게 사용을 규제한다. 우리나라에선 먹을 수 있는 것, 얼굴과 몸에 바를 수 있는 것, 입술과 눈 주위에 사용할 수 있는 것, 바로 씻어내는 제품과 염모제 등으로 나누어 식약처에서 감독하는데 2012년 로즈버드 살브 오리지널 립밤이 회수 조치를 받은 것은 입술용 제품에 사용할 수 없는 적색 225호를 함유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금지되면서 이미 수입된 제품이 퇴출된 것. 적색 225호는 시중 평이 좋은 기초 제품에도 많이 쓰이는데 입가엔 닿지 않게 해야 한다. 나라마다, 시기마다 사용 가능한 타르 색소가 조금씩 다른데 정식 수입된 제품,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면 그나마 안전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타르 색소는 시원해 보이는 파란 수분 크림부터 오렌지 빛깔 각질 제거제, 립스틱이나 틴트 등 립 제품, 염색약, 보디용 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들어간다. 성분표에 ‘적색 ○○’, ‘황색 ○○’ 등으로 표기되는데 피부용 제품에는 사실 보기 좋은 것 외엔 쓸모가 없고, 색조 제품도 적색산화철, 황색산화철, 카민 등 천연 색소를 쓴 것이 건강엔 더 나은 제품이다.
방부제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특히 파라벤은 ‘발암물질이다, 내분비계 장애를 초래한다.’는 말이 많다. 발암물질이라면 당연히 금지되었을 텐데 아직까지 명백한 증거가 없고, 세계적 추세가 그렇진 않기 때문에(EU SCCS에서는 2011년 메틸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이 단독으로 쓰일 시 0.19% 이내면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단독 0.4%, 혼합 시 총 0.8%인 현재 한도를 낮추는 게 좋겠다는 자체 보고서를 만든 적은 있지만 아직 시행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 ‘파라벤 프리’를 광고하는 제품이 많이 생겼고 페녹시에탄올 등 다른 방부제를 쓰는 추세이며 어스니어 추출물, 초피나무 추출물, 할미꽃 추출물을 합친 천연 방부제를 보조적으로 쓰는 방법도 많이 쓰이고 있다.
화장품에는 대개 기름이 들어가고 요즘은 천연 열풍을 타고 식재료까지 많이 들어가 며칠 안에 썩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방부력이 우수한 방부제 덕에 3년 이상으로 유통기한 표시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순한 방부제를 소량 사용한 화장품을 쓰려면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서 깨끗하게 사용하고 빨리 버리는 습관이 널리 퍼져야 할 것이다. 또 대용량보다 소용량, 단지형 용기보다 튜브형이나 펌프형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
지성 피부용 제품, 수분감을 강조한 제품에는 알코올(성분표에서 에탄올, 변성알코올 등)이 많이 들어가는데 농도가 높으면 피부를 자극한다. 살짝 시원한 느낌 정도만 나고 한참 써도 괜찮다면야 문제없지만, 바르자마자 살이 찢어질 듯 싸하다면, 그로 인해 벌겋게 달아오르기까지 한다면 자극이 심한 것이다.
그 밖에도 비타민C, 레티놀, AHA, BHA 등 좋은 성분이지만 농도에 따라 피부가 그 작용을 견딜 수 없어서, 우레아 등과 같이 발처럼 두꺼운 부위의 각질을 녹이는 성분을 얇은 피부에 발라서, 자극이 강한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 미네랄 오일이 든 제품에 유난히 좁쌀 여드름이 잘 생기는 경우 등 사람마다 피부 특성에 따라 피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얼마든 있다. 이럴 땐 화장품 개수를 좀 줄이면서 주로 어떤 제품에 반응하는지, 그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성분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화장품 세계에도 좌파나 우파 같은 것이 존재한다. 종류 관계없이 순하고 안전한 성분을 선호하는 파와 천연 식물 성분과 유기농을 선호하고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파가 있는가 하면, 기능이 강력하고 사용감이 좋다면 합성 성분,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성분도 신뢰하는 쪽 등이 있다.
스킨 딥(www.ewg.org/skindeep)은 미국 환경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성분 데이터 베이스다. 여기에서 제품명이나 성분을 검색해보면 유해도가 숫자로 나온다. 높을수록 유해한 것이다. 블로그 ‘www.cosmetic-ingredients.net’은 개인 블로그지만 수많은 브랜드 전성분을 모아놓았으며 스킨 딥 기준에 따라 위험성이 있는 성분은 빨간 색으로 표시했다. 독일의 소비자단체에서 주관하는 외코테스트는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데, 화장품 분야에선 환경에 대한 영향력에도 기준을 둬서 주로 식물성, 유기농 화장품에 높은 점수를 준다. 미국의 화장품 전문가 폴라 비가운이 운영하는 뷰티피디아(beautypedia.com)는 합성 성분, 천연 성분 관계없이 자극성, 항산화제 함유 유무, 작용 pH, 가격 등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이런 평가주체들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기관이나 개인이든 각자의 시각과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 대한 수많은 물질의 영향은 연구 결과로 나오는데 종종 의견이 바뀌거나 과장되기도 한다. 특히 ‘○○성분이 발암물질이라더라, 자동차 부동액으로 쓰이는 독한 물질이라더라.’와 같은 소문은 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화장품 성분을 비판해서 자기 브랜드를 띄우려는 마케팅 수단으로 종종 이용되기 때문이다. 유해 성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만, 많은 연구와 실험으로 판명이 나야 믿을만한 것이지, 단지 한두 번의 연구로 의심이 된다는 견해가 수십 배나 뻥튀기 되어 타 브랜드 제품을 비판할 구실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다.
식약처에서 각기 표기하도록 권고하는 향 성분들
아밀신남알, 벤질알코올, 신나밀알코올, 시트랄, 유제놀, 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 이소유제놀, 아밀신나밀알코올, 벤질살리실레이트, 신남알, 쿠마린, 제라니올, 하이드록시이소헥실3-사이클로헥센카복스알데하이드, 아니스에탄올, 벤질신나메이트, 파네솔, 부틸페닐메칠프로피오날, 리날룰, 벤질벤조에이트, 시트로넬롤, 헥실신남알, 리모넨, 메칠2-옥타노에이트, 알파-이소메칠이오논, 참나무이끼 추출물, 나무이끼 추출물 등. 많을수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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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에디터의 화장품 가이드. 화장품에 대한 온갖 궁금증 해결은 물론이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톤 알아내는 법,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질감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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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피부에 피해야 할 성분들 – 잇 코스메틱, 이선배,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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