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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 화장품은 발라보면 눈으로 쉽게 결과가 판명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용기나 광고 탓에 거품은 끼지만 세계적 디자이너 브랜드의 색조 제품은 그 시즌의 주제와 색조 역시 맞추어 전개하며 아이섀도 팔레트의 경우 전체 색상이 모여 하나의 룩을 만들도록 정밀한 계산이 들어가 있다. 젖은 듯한 색, 반투명하게 뉘앙스만 주는 색, 매트하고 진해서 아이라인으로 사용할 색 등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모여 그 시즌의 룩을 만든다. 또 딸기우유 핑크, 오렌지색 같이 단순한 색이 아니라 회색이 감도는 보라, 그린이 도는 브라운처럼 깊이 있는 혼색으로 갈수록 확실히 고가 브랜드가 색감을 잘 표현하고 우아해 보인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피부 투명도가 떨어진다) 똑같은 핑크도 저가보다 고가 브랜드 제품을 썼을 때 자연스럽다. 겔랑, 바비브라운, 조르지오아르마니, 나스 등이 깊이 있는 색감으로 유명하다. 반면 일부 저가 제품은 막무가내로 이 색 저 색 모았단 의심을 버릴 수 없을 만큼 예술성이 떨어지는 팔레트가 많다.
품질 자체도 다르다. 색조 화장품의 핵심 성분은 색소와 펄인데 좋은 원료는 결코 싸지 않다. 보석 가루, 곤충이나 동물의 일부 등과 같이 희귀하기도 하고 그만의 색과 반사광이 있다. 고가 제품의 ‘촤르륵’ 펼쳐지는 오색찬란한 펄은 현미경으로 보면 모양과 색상이 다 다르다. 또 그런 펄들을 각 반사광의 느낌까지 생각해서 만드는 게 기술이자 예술이며 이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반면 저가 브랜드 제품에 들어간 펄은 문방구 반짝이처럼 깊이가 없고 종류도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키라키라(우리말로 ‘반짝반짝’)’를 좋아하는 일본 여성들 때문에 루나솔, RMK, 슈에무라, 시세이도 마키아쥬 등 주로 일본 브랜드들이 펄감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건강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발색력이 좋을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발색력은 저가 제품도 얼마든 좋게 할 수 있다. 무허가 화장품이나 유성펜이라면 발색력이 최고일 것이다. 발색력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립틴트와 매직 립스틱(바르면 색이 바뀌는 립스틱)은 저가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절대 다수의 ‘저렴이’ 브랜드 색소가 타르 색소다. 타르 색소는 석유에서 합성한 것들로 성분표에 보통 ‘적색 ○호’, ‘황색 ○호’ 등으로 표기된다. 싸고 발색이 잘 되며 오래 가서 식품, 화장품, 약에도 쓰이지만 먹었을 때 독성이 있고 일부 발암성이 우려돼 식약처에서 종류별로 사용 목적과 양을 규제하고 있다. 또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염려가 있고, 오래 쓸 경우 입술 색이 칙칙해질 만큼 착색되기도 한다.
물론 고가 브랜드 제품에도 타르 색소는 들어간다. 그래도 점막에 직접 바르거나 핵심 성분일 경우 천연 색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베네피트 베네틴트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카민 색소를 쓴다. 카민 색소에도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사람은 있지만 유해성이 공인된 타르 색소보다는 낫다. 반면 저가 브랜드 틴트를 보면 적색 104호, 황색 4호처럼 달랑 타르 색소만으로 색을 낸 것이 대부분이고 ‘천연 색소 함유’란 말로 안전할 거란 느낌만 준 것도 있다. 타르 색소가 꼭 피해야 할 존재는 아니지만 빨아먹고, 매일 쓴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이런 제품 사용 후 바로 입술이 트기도 한다.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은 파우더가 핵심인데 땀과 유분에 강하면서도 아기 피부처럼 매끈하게, 파운데이션 하나만 발라도 입체감이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첨단 분체공학이다. 좋은 파우더는 마치 공기의 일부처럼 미세하고 피부 결을 곱게 감싸준다. 저가 제품일수록 모래처럼 서걱거리고 바른 후에도 피부가 거칠고 두꺼워 보인다.
유행이 바뀜에 따라 다른 파우더를 개발해야 하고, 어떤 피부 톤에나 맞출 수 있게 여러 가지 색을 출시하는 것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저가 브랜드를 보면 파운데이션, 비비 크림 등이 6가지 색을 못 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가만 쓰는 사람은 자기 피부에 딱 맞는 톤과 밝기를 찾지 못해 어딘가 모르게 화장이 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대로 저가 제품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단순한 스킨 케어 제품, 특히 세안 잔여물을 닦아내는 토너는 고가 제품이나 저가 제품이나 조성이 비슷하다. 물, 알코올, 유화제, 부틸렌글라이콜 등 보습 성분, 각종 식물 추출물, 방부제와 향료로 구성되는데 콘셉트에 따라 발효 추출물이나 AHA 등이 추가된다. 물 대신 대나무 수액(대나무 줄기에서 올라오는 물을 모은 것) 등 식물 수액이나 플로럴 워터(꽃을 증류할 때 나온 물)를 쓰면 더 고급이지만 이미 저가 브랜드에도 많이 쓰여서 그것만 가지고 고가 요인이라고 할 순 없다. 모든 고가 스킨 케어 제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피부에 별로 도움 안 되는 희귀 성분과 광고비, 향료만 잔뜩 들어간 것은 저가보다 도리어 해롭다. 돈은 돈대로 쓰고 우아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많이 넣은 향료와 색소가 트러블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엄마 화장품은 독하다.’는 선입견이 생긴 것도 그 이유다. 최근엔 고가 브랜드들도 순하게, 광고하는 기능을 최대한 살려서 만드는 쪽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피부 정돈과 보습 정도만 생각한다면 성분이 단순하고 독한 방부제, 향료 등을 적게 넣은 저가 제품이 훨씬 득이 된다. 홈쇼핑이나 방문판매에서 주는 덤까지 생각하면 굉장히 싼 것 같을 수 있다. 하지만 홈쇼핑과 백화점 수수료는 비슷하며 덤 가격까지 소비자가에 다 포함되어 있다. 단가로 따지면 박리다매로 파는 저가 브랜드에서 하나를 사는 것과 비슷하다.
화장품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고비, 매장 수수료, 유통사 마진이지 제조원가가 아니다. 포장마저 제외한(제품 보존을 위한 용기 말고) 순수한 화장품이 얼마나 고급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스킨 케어 제품은 실제로 피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인지(향이나 색소처럼 기분만 좋게 하고 도움은 전혀 안 되는 성분도 많다), 첨단 혹은 독보적 기술을 썼는지를 살피고, 메이크업 제품은 직접 발라보고 얼마나 고급스럽게 표현되는가, 나에게 어울리는 색과 톤인가, 유해성분은 없는가를 따지면 된다.
TIP
가끔씩 고가 화장품의 수입원가를 국회에서 공개해 뉴스에 나오는데, 여러 나라에서 직영하는 브랜드의 경우 관세 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수입원가를 낮춰놓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모든 고가 제품이 수입원가, 제조원가는 그리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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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뷰티 에디터의 화장품 가이드. 화장품에 대한 온갖 궁금증 해결은 물론이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톤 알아내는 법,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질감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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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고가 화장품이 좋은 경우 vs 저가 화장품이 좋은 경우 – 잇 코스메틱, 이선배,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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