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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로션 다음에 수분 크림, 밤에는 영양 크림, 혹은 재생 크림, 탄력 크림, 미백 크림……. 요즘엔 로션과 여러 가지 크림을 안 바르면 여자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크림이 대중화된 건 일제시대에 ‘동동 구리무’가 유행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어디서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크림이지만 그것을 바르면 피부가 촉촉해지고 매끈해 보였기 때문에 ‘동동!’ 하고 북 치는 소리가 동네 어귀에서 들리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들어 구경을 했다고. 없는 형편에 한 통 전체를 살 수 없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처럼 가진 돈 만큼만 덜어서 샀다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을 사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조상님들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이후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아모레퍼시픽)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생활건강)가 설립되어 본격적으로 국산 크림 대량 생산의 시대가 열렸고 1949년 미국 레브론에서 ‘아쿠아마린 로션’이라는 크림보다 물에 훨씬 가까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로션 역시 필수품이 되었다. 그리고 크림과 로션은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종류를 늘려갔다. 수분 크림만 해도 내가 어릴 땐 없었고 학생 때가 되어서야 프랑스 화장품의 ‘쑤엥 이드라땅(Soin Hydratant)’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걸 라이선스 브랜드가 ‘수분 크림’으로 번역해서 이름 붙였던 것 같다.

여기서 잠깐, 뭐 하나 눈치 챈 사람 없을까? 그렇다. 로션이나 크림의 이름은 붙이는 사람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