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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천연, 자연, 식물 등의 단어를 들으면 왠지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고 합성, 화학, 동물 같은 단어는 불편하고 위험할 것 같은, 심지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먼 과거, 화장품은 모두 유기농, 자연에서 얻은 원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 역시도 납이 든 미백 화장품 때문에 피부가 시커멓게 괴사되거나 제모제로 비소가 든 화장품을 써 생명이 위험했다는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합성 물질이 개발됐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값싸고 세정력이 좋은 합성 계면활성제가 개발되어 여러 용도로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합성 계면활성제는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지 않아 공해의 원인이 되고 피부를 거칠게 하는 데다 남아 있으면 탈모가 될 정도로 독했다.

유기농과 자연주의 화장품은 그에 대한 반발로 개념이 정립되었고, 고대의 제조법이 현대의 고부가 산업으로 다시 발전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주의자이자 히피였던 아니타 로딕은 천연 원료를 사용한 순한 화장품을 만들고자 1976년 더바디샵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의 그런 시도가 큰 호응을 얻으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연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요즘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화장품들은 그게 무엇이든 천연・식물 원료를 넣었다고 광고를 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라고 주장하는 것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미국의 유명한 유기농 제품 전문 매장인 홀 푸드 마켓. 런던 하이스트리트 켄싱턴점만 보고도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가 이렇게 많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더랬다. 자연주의 제품을 전 세계로 배송하는 미국 아이허브닷컴은 그 창고 규모만 해도 웬만한 동네 하나만 하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온뜨레 압구정점과 명동점이 꽤 컸다. 평소엔 효과 좋다는 화장품을 잘만 쓰던 사람도 임신을 하면 당장 자연주의, 유기농 브랜드로 바꾸는 시늉이라도 한다. 하지만 정말 자연주의, 유기농 화장품이 안전하고 피부에 좋은 것일까?